배우 유해진에 이어 김지원까지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섰다.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해석 차이가 배우 개인을 향한 비난으로 번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영화 '암살자(들)'에 출연한 유해진은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면서 경찰의 신변보호까지 받았다. 작품에 대한 비판을 넘어 배우의 사생활과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으로 번진 것이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작품이다. 개봉 이후 역사적 해석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고, 유해진과 제작진을 향한 비방과 협박까지 이어졌다.급기야 지난 4일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집회가 열렸고, 소속사의 요청에 따라 경찰은 스마트워치 지급과 자택 주변 순찰 강화 등의 안전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유해진이 직접 보호 해제를 요청하면서 조치는 종료됐다.작품에 대한 평가가 배우 개인의 신변 문제로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남긴 사건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김지원 주연 SBS 금토드라마 '닥터X: 하얀 마피아의 시대'가 논쟁에 휩싸였다. 지난 24일 방송된 '닥터X'에서는 계수정(김지원 분)이 1980년 5월 총상을 입은 뒤 46년 동안 머릿속에 총알 파편을 품고 살아온 환자 오상범의 수술을 자처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극 중 오상범은 5·18 민주화운동의 피해자로, 방송은 오랜 세월 이어진 신체적 고통과 역사적 상처를 함께 조명했다.
그러나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의사의 사명감과 역사적 비극을 연결한 의미 있는 이야기라는 평가가 나온 반면, 일각에서는 의학 드라마에 정치적 해석이 지나치게 개입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논쟁은 방영중단 청원으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24일 국회전자청원에 올라온 'SBS 닥터X 드라마 방영중단에 관한 청원'은 공개 전 찬성 요건인 100명을 충족해 공개 여부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청원인은 극의 주된 흐름과 무관한 5·18 관련 소재가 등장했다며 제작 과정에 대한 검증과 방영 중단을 요구했다. 반면 역사적 사건을 드라마에서 다룬 것 자체를 정치적 의도로 규정하는 주장 역시 정치적 해석 아니냐는 반론도 제기됐다.
문제는 이러한 논쟁의 불똥이 주연 배우 김지원에게까지 튀었다는 점이다. 김지원의 SNS에는 "대본 다 보고 들어갔을 텐데 대단하네", "실망이다" 등 작품 속 내용을 이유로 배우를 비난하는 댓글이 달렸다. 작품을 향한 관심과 평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방영중단 요구와 배우를 향한 비난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와 반면, 팬들은 "앞으로 연기도 응원한다", "댓글창에서 다 나가라"며 김지원을 옹호하고 나섰다.
작품을 선택한 배우에게도 평가가 따를 수는 있다. 그러나 드라마 속 역사적 해석에 대한 비판과 배우 개인을 향한 악성 댓글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극 중 인물의 행동과 작품 전체의 메시지를 배우 한 사람의 입장으로 단정하는 것 역시 신중해야 하는 이유.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에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 다만 그 논쟁이 작품 밖 배우의 일상을 침범하거나 신변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번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유해진의 신변보호 사태가 보여준 위험성이 김지원을 향한 악성 댓글 논란에서도 떠오르는 이유다.
작품을 비판할 자유와 배우 개인을 공격할 권리는 다르다. 영화와 드라마를 둘러싼 논쟁이 또다시 배우를 향한 공격으로 흐르고 있는 지금, 과연 누구를 위한 공방인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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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영화포스터,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