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낮게봐서 자존심 상했다".
KIA 타이거즈가 2026시즌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12일 4위 LG 트윈스와 시즌 최종전이자 3위 결정전을 4-2로 승리했다. 양현종이 5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의 발판을 놓았고 김도영이 8회말 결정적인 투런 홈런을 날려 웃었다. 전상현은 2이닝을 퍼펙트로 매조졌다. 하위권이라는 평가를 100% 무색하게 했다.
작년 시즌을 마치고 FA 시장에서 커다란 유출이 있었다. 9년동안 부동의 4번타자로 활약해온 최형우가 친정 삼성으로 FA 이적을 했다. 게다가 부동의 3할 유격수이자 리드오프 박찬호도 두산으로 이적했다. 공격과 수비에서 심각한 누수로 이어지자 KIA를 하위권으로 보는 평가들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개막 2연전에서 SSG에게 모두 패하면서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희망이 찾아온 것은 박재현의 등장이었다. 작년 8푼1리에 그쳤지만 주전으로 기용하자 타선에 불을 붙였다. 2할9푼3리 19홈런 68타점 21도루의 맹활약을 했다. 슈퍼스타 김도영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건강한 몸으로 돌아와 공수주에 걸쳐 맹활약을 펼쳤다. 타율 3할8리 45홈런, 118타점, 120득점 등 MVP급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시즌 막판 중요한 순간마다 전율의 홈런으로 팀을 이끌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2할7푼8리를 자랑하는 외인타자 해럴드 카스트로도 눈부셨다. 부상으로 두 달 간 빠져도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2할7푼4의 위용을 과시했다. 99경기에서 3할2푼7리 21홈런 88타점을 수확했다. 잠시 대체외인타자로 나선 아들레를린도 10홈런을 때리며 장타력에 불을 붙여주었다.
여기에 3년째 부상으로 풀타임 활약을 못했던 나성범도 건강해졌다. 이적 첫 30홈런을 터트리며 3할3리 97타점의 우등 성적을 냈다. 김선빈도 타율 2할8푼5리 50타점을 올리며 타선에 힘을 보탰다. 최형우의 지명타자 자리에 두 선수를 번갈아 기용하며 수비부담을 덜어주면서 체력을 아껴준 것이 풀타임으로 이어졌다.
마운드에서는 아담 올러와 제임스 네일의 원투펀치가 이닝이터로 풀작동하면서 팀을 이끌었다. 10개 구단 가운데 유일한 풀타임 원투펀치였다. 네일은 31경기에 리그 1위 183이닝을 소화하는 이닝이터로 활약했다. 13승7패 퀄리티스타트 20개의 위용을 자랑했다. 올러는 작년보다 더 강해졌다. 172⅓이닝을 던지며 11승, 퀄리티스타트 19개를 작성했다.


베테랑 양현종은 막강 5이닝 선발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며 12승을 따냈다. 이날 마지막 등판도 5이닝 1실점으로 제몫을 톡톡히 했다. 아시아쿼터를 호주대표 내야수 데일에서 투수 시라카와 게이쇼로 교체한 것도 신의 한 수 였다. 18경기(1구원)에서 꾸준히 이닝을 소화해주어 선발진의 숨통을 틔워주었다. 황동하는 5월의 에이스로 활약했고 김태형도 80이닝 가까이 소화하며 불펜과 선발로 힘을 보탰다.
불펜은 기복이 있었지만 버티고 또 버티었다. 마무리 정해영이 부진하자 성영탁이 혜성처럼 등장해 뒷문을 지켰다. 후반에는 이의리가 158km 강속구를 뿌리며 든든하게 지켰다. 다시 부진에 빠졌지만 전상현이 클로저로 연투를 불사하며 중요한 경기를 모두 잡아주며 중심을 잡아주었다. 불펜의 맏형 조상우도 8승1세이브21홀드의 안정된 활약을 했다.
이범호 감독이 시즌을 길게 보면서 선수들의 부상을 최대한 막는 전략도 통했다. 불펜투수들은 막판 순위싸움을 제외하고 3연투를 철저하게 배제했다. 나성범 김선빈 김도영을 지명타자로 적절하게 휴식을 주면서 풀타임을 이끌었다. 네일과 올러, 양현종도 마찬가지였다. 큰 부상없이 잘 관리한 것이 명예회복으로 이어졌다.


아울러 약체라는 평가에 선수들의 자존심도 작동했다. 주장 나성범은 "우리를 너무 낮게 봐서 자존심이 상했다. '우리가 그렇게 약해보이나'라는 물음표도 있었다. 스프링캠프때 선수들끼리 그런 기사를 보면서 더 이를 악물고 준비를 했다. 우리 실력을 그대로 보여주자는 생각을 가졌다. 첫 경기부터 마지막경기까지 보여주었다. 포스트시즌에서 좋은 경기하겠다"고 다짐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