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잔인한 운명이 또 있을까. 안세영(24, 삼성생명)만 없었으면 내가 최강인데...
야마구치 아카네(29, 일본)는 29일 일본 아이치현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 안세영에게 0-2(17-21, 9-21)로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방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야마구치는 일본 여자 배드민턴의 간판으로 금메달을 노렸다. 마지막 순간 또다시 안세영이라는 거대한 벽을 만났다.

1세트부터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야마구치는 안세영에게 끌려가면서도 16-16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막판 집중력에서 밀리며 17-21로 첫 세트를 내줬다.
2세트는 더 힘겨웠다. 초반부터 안세영의 정확한 샷에 흔들렸고, 공격의 연속성이 떨어졌다. 실수까지 겹치면서 점수 차가 벌어졌고 결국 9-21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 후 야마구치는 “1게임은 오늘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많이 뛰었던 만큼 후반부터 조금 발이 멈췄다. 2게임에서는 공격의 연속성이 나오지 않았고 실수가 이어졌다. 랠리에서도 이기지 못하면서 점점 차이가 벌어졌다”며 아쉬워했다.
안세영을 상대로 야마구치가 딴 1세트 17점은 이번 대회 최다점수다. 그만큼 안세영은 압도적인 선수다. 야마구치는 한 경기서 26점을 땄다. 그나마 합쳐서 한 세트는 이긴 셈이다. 나머지 모든 선수들은 안세영을 상대로 1,2세트를 합쳐서 21점도 내지 못했다.
야마구치는 “정말 압도적인 상대라고 생각했던 선수(안세영)에게도 싸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최근 세계선수권과 비교해 오늘 결승에서도 또 하나의 가능성을 느꼈다”며 자기 위안을 삼았다.

기록은 냉정하다. 야마구치는 안세영을 상대로 어느새 맞대결 9연패를 당했다. 세계선수권 결승에서도, 이번 아시안게임 단체전 준결승에서도, 그리고 개인전 결승에서도 모두 안세영이 웃었다. 이만하면 야마구치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을까.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