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에서 월드컵 4강 티켓을 따낸 밤, 승장과 두 골의 주인공은 같은 경기를 전혀 다르게 봤다.
잉글랜드는 12일 오전 6시(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가든스의 마이애미 스타디움(하드록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8강전에서 노르웨이를 연장 끝에 2-1로 꺾었다. 주드 벨링엄이 동점골과 결승골을 모두 책임졌다.
결과만 보면 벨링엄이 만든 밤이었다. 잉글랜드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이후 8년 만에 준결승으로 돌아갔다. 벨링엄은 이번 대회 여섯 번째 골을 넣었고 팀의 탈락을 두 차례 막았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승리 뒤 박수를 보내는 대신 경기력을 먼저 잘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투헬은 잉글랜드의 전개가 느렸고 기술적인 실수가 많았으며 승리에는 운도 따랐다고 지적했다.
벨링엄은 감독의 평가를 전해 듣고 “Whatever”라고 짧게 반응했다. 한국어로 옮기면 ‘뭐, 됐다’ 정도에 가까운 말이었다. 두 골을 넣어 팀을 4강으로 올린 선수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노르웨이는 잉글랜드가 편하게 다룰 상대가 아니었다. 엘링 홀란이 최전방에 섰고 마르틴 외데고르가 뒤에서 공을 공급했다. 안토니오 누사와 알렉산데르 쇠를로트도 속도와 힘을 더했다.
전반 36분 노르웨이가 먼저 골문을 열었다. 안드레아스 셸데루프가 잉글랜드 수비 사이를 파고들어 선제골을 넣었다. 잉글랜드는 공을 더 오래 잡고도 노르웨이의 압박을 빠르게 벗기지 못했다.
벨링엄이 전반 추가시간 균형을 맞췄다. 노르웨이 골키퍼 외르얀 뉠란의 골킥이 경기장 상공에서 갑자기 떨어진 뒤 잉글랜드가 공을 회수했다. 앤서니 고든의 패스를 받은 벨링엄이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노르웨이는 골킥이 상공 카메라 케이블에 닿았다고 항의했다. FIFA는 공 내부 센서에서 충격 신호가 나오지 않았다며 접촉 가능성을 부인했다. 골은 그대로 인정됐고 잉글랜드는 1-1로 전반을 마쳤다.
정규시간 안에 두 번째 골은 나오지 않았다. 잉글랜드는 노르웨이의 압박을 벗어난 뒤에도 공격 속도를 올리지 못했다. 간단한 패스가 끊겼고 후방에서 공을 잃어 역습을 허용하는 장면도 반복됐다.
투헬이 경기 뒤 지적한 문제는 이 구간에 몰렸다. 선수들의 투지는 충분했지만 공을 다루는 속도와 판단이 느렸다는 평가였다. 준결승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더 강한 상대에게 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였다.
벨링엄은 연장 전반 3분 다시 골문 앞에 나타났다. 모건 로저스의 슈팅을 뉠란이 완전히 처리하지 못했다. 벨링엄은 수비수보다 먼저 흘러나온 공을 밀어 넣어 2-1을 만들었다.
첫 골은 케이블 논란에 묶였지만 두 번째 골에는 빈틈이 없었다. 슈팅이 나오는 순간 문전으로 뛰어든 움직임과 골키퍼의 실수를 놓치지 않은 집중력이 결승골을 만들었다.
벨링엄은 토너먼트에서는 매번 아름다운 경기만 할 수 없다고 봤다. 더위와 체력 소모, 강한 상대 속에서 때로는 거칠고 지저분하게라도 승리를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투헬은 결과보다 경기의 120분을 봤다.
두 사람의 말이 갈렸다고 해서 선수단 전체가 갈라진 것은 아니었다. 투헬은 이후 자신과 선수들 사이에 단절은 없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헌신을 높이 평가하지만 감독으로서 더 나은 경기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해리 케인도 감독의 혹평을 받아들였다. 4강 진출의 기쁨에 취해 문제를 덮는 것보다 다음 경기를 앞두고 바로 고쳐야 할 장면을 확인하는 편이 낫다는 태도였다.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 토너먼트에서 계속 좁은 문을 통과했다. 경기 전체를 완전히 지배하지 못해도 벨링엄과 케인, 부카요 사카가 승부처에서 한 장면을 만들었다. 투헬은 그 개인 능력에 계속 기대서는 우승까지 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음 상대는 아르헨티나다. 잉글랜드는 16일 오전 4시(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애틀랜타 스타디움(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에서 아르헨티나와 월드컵 준결승을 치른다.
40년 전 디에고 마라도나의 ‘신의 손’과 드리블 골로 남은 라이벌전이 리오넬 메시와 벨링엄의 대결로 돌아왔다. 노르웨이전에서 나온 패스 실수와 느린 전환을 줄이지 못하면 메시가 그 틈을 노린다.
벨링엄은 두 골로 답했고 투헬은 더 나은 90분을 요구했다. 마이애미의 전광판에 찍힌 2-1은 바뀌지 않는다. 두 사람이 같은 표정을 지으려면 16일 애틀랜타에서도 마지막 휘슬 뒤 웃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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