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해도 무방한 나이에 프로야구 최고 연봉(42억 원)을 받고, 통산 2000안타까지 달성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베테랑만이 가질 수 있는 고민이 자리하고 있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주전 포수 양의지(39)는 지난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3차전에 5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경기 전까지 개인 통산 1999안타를 기록 중이었던 양의지. 2회말 유격수 땅볼, 3회말 삼진, 5회말 우익수 뜬공에 그친 가운데 마지막 타석에서 마침내 대기록을 탄생시켰다. 8-1로 앞선 6회말 2사 1, 2루 찬스에서 배재환의 초구를 공략해 1타점 쐐기 적시타를 치며 2000안타 고지를 밟은 것.

양의지는 KBO리그 역대 21번째 2000안타를 친 선수로 기록됐다. 베어스로 한정하면 2015년 6월 14일 잠실 NC전 홍성흔에 이어 두 번째. 아울러 38세 11개월 14일에 2000번째 안타를 신고하며 38세 7개월 25일에 2000안타를 달성한 강민호(삼성 라이온즈)를 넘어 KBO리그 역대 포수 최고령 2000안타를 기록했다.
경기 후 만난 양의지는 “올해 달성할 기록이 많은데 늦었지만 이렇게 나오게 돼서 다행이다. 이번 2000안타를 계기로 타석에서 자신감이 많이 붙어서 내일 더 좋아지면 좋겠다”라며 “위대하신 선배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영광이다. 아직 은퇴까지 멀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기록을 만들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라고 소감을 남겼다.
양의지는 진흥고를 나와 200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2차 8라운드 59순위 하위 지명된 무명선수였다. 당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포수가 두 차례의 FA 대박 계약을 거쳐 프로야구 역사상 단 20명밖에 기록하지 못한 대기록을 해냈다.
양의지는 “데뷔 때 2000안타는 생각도 못했다. 하루하루 경쟁하면서 지내다보니 이 자리까지 왔다. 어릴 때 야구를 했던 게 기억이 난다. 2000안타까지 함께 온 동료들,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라고 커리어를 되돌아봤다.
양의지는 당초 40대 2000경기-2000안타-300홈런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그런데 마흔살이 되기 전 2005경기-2000안타에 도달했고, 홈런 13개만 더 치면 300홈런 고지마저 점령한다. 양의지는 “벌써 2개를 해냈다니 난 운이 좋다. 더 열심히 하겠다”라고 미소를 보였다.

양의지의 2000안타를 가능케 한 또 다른 요인은 그의 롤모델인 최형우, 강민호(이상 삼성)의 존재였다. 양의지는 “(강)민호 형, (최)형우 형과 경기를 하면 만나서 밥도 먹고 이야기도 많이 나눈다”라며 “서로 나이 이야기는 별로 안 한다. 어릴 때처럼 똑같이 야구를 하고 있다. 우리 모두 커리어가 아직 안 끝났고 진행 중이다. 형들이 늘 안 아프면 계속 야구를 하는 거라고 말해준다”라고 전했다.
대신 다들 은퇴가 머지않다보니 새로운 고충이 생겼다. 양의지는 “20살 차이나는 선수들과 함께 야구를 하고, 친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은퇴를 하니까 외로움과 싸움이 생겼다. 난 어려운 점이 그거밖에 없는 거 같다. 외롭다”라고 웃으며 “김재환(SSG 랜더스)마저 떠나서 이제 팀에 남은 건 정수빈 뿐이다”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에 양의지는 이번 시즌 데뷔 이래 가장 큰 타격 슬럼프가 찾아오며 42경기 타율 2할1푼8리 5홈런 23타점 14득점으로 고전 중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52경기 가운데 타격 48위다. 양의지는 “작년에는 야구가 되게 쉬웠는데 올해는 정말 어렵다. 야구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고 있다. 올해 또 많은 걸 배운다”라고 털어놨다.
2000안타 전설이 된 양의지의 남은 시즌 목표는 첫째도 둘째도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그는 “올해는 개인 기록보다 팀에 더 신경 쓰고 싶다. 감독님께도 주장으로서 개인 기록에 신경 쓰지 않고 팀이 이기는 데 더 집중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도 편하게 하라면서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 정말 감사하다. 두산이 올해 가을야구에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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