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는 유신고 중견수 오재원입니다.”
지난 17일 열린 2026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유신고 외야수 오재원(18)을 호명한 손혁 한화 이글스 단장은 ‘중견수’라고 명확하게 말했다. 오랜 기간 확실한 토종 중견수가 없어 센터라인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한화는 예상을 깬 파격 지명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177cm, 76kg 우투좌타 외야수 오재원은 올해 고교 26경기 타율 4할4푼2리(95타수 42안타) 1홈런 13타점 OPS 1.199를 기록했다. 32개의 도루로 놀라운 스피드를 뽐냈다. 지난 5월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유신고의 우승을 이끌며 타격·안타·득점 3관왕을 차지했고, 최근 열린 U-18 야구 월드컵에서 청소년대표팀 주장을 맡으며 리더십도 발휘했다.
한화 구단은 “작년 말부터 세워둔 계획에 따라 주력이 우수하고, 감각이 좋은 야수와 팀에 부족한 좌완 투수를 우선 보강하겠다는 기본 전략으로 임했다. 중견수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현대야구 트렌드에 맞춰 빠른 발과 넓은 수비 범위, 뛰어난 컨택 능력을 갖춘 오재원을 1라운드에 지명했다”고 밝혔다.
한화는 지난 몇 년간 1라운드 전체 1~2순위 지명권으로 문동주, 김서현, 황준서, 정우주 등 최상위 투수 유망주들을 꾸준히 뽑았다. 투수 자원은 충분히 모은 만큼 이번 드래프트에선 야수 지명에 초점을 맞췄다. 1라운드 전체 2순위 지명권을 가진 NC가 타자 최대어인 유신고 내야수 신재인을 깜짝 지명했지만 바로 다음 순번인 한화는 이를 뛰어넘는 파격 지명으로 오재원을 품었다.
1라운드 지명은 보통 투수가 대부분이며 그 다음이 포수, 내야수 순이다. 재능 있는 선수들이 모이는 포지션이다. 2010년대 이후 투수 겸업이 아닌 순수 외야수가 1차 지명으로 뽑힌 것은 2020년 키움 박주홍이 유일하고, 2차 1라운드에서 3순위 이내 지명은 2014년 LG에 3순위로 뽑힌 배정대(KT)밖에 없다. 2022년부터 부활한 전면 드래프트에서 외야수의 1라운드 지명 자체도 4년 통틀어 처음이다. 2023년 롯데에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불린 김민석(두산)도 지명 당시에는 내야수였다.
그만큼 한화는 중견수가 절실히 필요한 팀이다. 중견수에 갈증이 크다. 2020년 시즌 종료 후 리빌딩을 선언하며 이용규(키움)를 방출한 뒤 붙박이 국내 중견수가 없었다. 2021년 노수광, 2022년 마이크 터크먼, 2023년 문현빈, 2024년 장진혁, 2025년 에스테반 플로리얼 등 중견수 최다 출장 선수가 매년 계속 바뀌었다. 외야수 육성이 더뎠고, 중견수 키우기가 특히 어려웠다. FA 및 트레이드 시장에서도 수년째 중견수를 물색했지만 좀처럼 인연이 닿지가 않았다.


박해민(LG)이나 정수빈(두산)처럼 발 빠르고, 수비 범위 넓으며 야구 센스가 좋은 중견수가 필요했는데 이번에 오재원을 뽑으면서 장기적인 미래 전력을 확보했다. 오재원은 주력과 수비에 있어선 1군 즉시 전력감으로도 평가된다. 발 빠른 선수를 좋아하는 김경문 한화 감독이라면 1군에서 곧바로 쓸 수도 있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 시절 이종욱, 정수빈를 중견수로 발탁해 키워냈다. 김경문 감독은 17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나도 영상을 봤고, 좋은 선수 잘 뽑았다. (구단에서) 우리 팀의 부족한 점을 알았을 것이다. 후반에 위협적인 베이스러닝을 하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고, 이걸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컨택이 우수한 오재원이 1군 투수들의 공에 빠르게 적응해 자리를 잡는 시기가 되면 한화는 외국인 타자를 뽑을 때도 더 이상 중견수를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타격이 확실한 외국인 타자로 공격력 상승을 노려볼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다.
오재원은 지명 후 “높은 곳에 지명해주신 한화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제가 이렇게 빨리 지명될 줄은 몰랐다. 한화 이글스 팀을 위해 제 한몸 바쳐 팬분들이 원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인성부터 길러나가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롤모델로 “해외에서 뛰고 있는 배지환(피츠버그) 선수를 정말 좋아한다. 박해민 선수와 유신고 선배님이신 정수빈 선수도 좋아하고, 항상 영상을 많이 찾아본다”고 말했다. 오재원이 앞으로 박해민, 정수빈 같은 중견수로 성장한다면 한화는 더 바랄 게 없다.


한편 한화는 오재원에 이어 2라운드 북일고 투수 강건우, 4라운드 경성대 내야수 최유빈, 5라운드 경북고 내야수 권현규, 6라운드 라온고 투수 하동준, 7라운드 대구고 투수 여현승, 8라운드 야탑고 내야수 김준수, 9라운드 물금고 외야수 이재환, 10라운드 대전고 외야수 박주진, 11라운드 공주고 투수 황희성을 각각 지명했다. 투수 4명, 내야수 3명, 외야수 3명이다.
한화 구단은 “우수한 체격 조건으로 성장 잠재력이 충분한 북일고 좌완 투수 강건우를 2라운드에 선택했다. 중위 라운드는 경성대 우투좌타 내야수 최유빈을 비롯해 경북고 내야수 권현규, 라온고 좌완 투수 하동준까지 우수한 야구 센스를 갖춘 야수와 좌완 투수를 보강했다. 이어진 나머지 라운드에서는 구위형 투수, 우수 야수 확보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좌완 투수 중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린 강건우는 시속 140km대 후반 지구와 간결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공의 궤적이 좋다는 평가. 4~5라운드에선 발 빠른 유격수 2명을 연이어 택했다. 최유빈은 1군 즉시 전력감으로 강한 어깨와 준수한 수비력을 가졌고, 고교 최상급 수비력으로 평가되는 권현규도 근력 향상시 차후 주전급 유격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