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황희찬, 카라바오컵 32강 진출 견인... 페널티킥 놓쳤지만 결국 승리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5.08.27 07: 06

황희찬이 주장 완장을 차고 80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울버햄튼의 카라바오컵 3라운드 진출에 힘을 보탰다.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누구보다도 특별한 의미가 담긴 경기였다.
울버햄튼은 27일(한국시간) 영국 몰리뉴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카라바오컵 2라운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3-2로 승리했다. 황희찬은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주장 완장을 찼다. 80분 동안 저돌적인 돌파와 활동량으로 공격을 주도하며 팀의 리듬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황희찬의 마음은 복잡했다. 경기 이틀 전 조부 황용락 씨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황희찬에게 할아버지는 단순한 가족을 넘어 인생의 버팀목이었다. 어린 시절 조부모의 손에서 자란 그는 유럽 진출 이후에도 늘 할아버지와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유학길에 오를 때마다 공항에서 손자를 안아주던 이는 늘 할아버지였고, 대표팀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면 가장 먼저 찾은 이도 조부였다.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뒤 가장 먼저 전해드린 것도 그 트로피였다. 그의 손목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직접 적어준 글씨체를 문신으로 남긴 것이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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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42분, 황희찬은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팀 동료가 얻어낸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선 그는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공은 왼쪽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다. 골을 넣어 돌아가신 할아버지께 바치고 싶었던 황희찬은 고개를 숙였고, 잠시 하늘을 바라보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다행히 재차 이어진 슈팅이 골망을 갈랐지만, 황희찬에게는 아쉬움이 남았다.
비록 득점은 실패했지만, 황희찬은 승리를 선물했다. 울버햄튼은 후반 종료를 앞두고 1-2로 끌려갔지만, 37분과 39분 연속골이 터지며 3-2로 경기를 뒤집었다. 주장 황희찬이 이끈 집념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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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하루 전 황희찬은 SNS에 긴 추모글을 남겼다. 그는 “어려서부터 언제나 든든하고 곁에서 올바른 것만 가르쳐주신 할아버지, 너무나 큰 부분을 차지하시던 분이었다. 전쟁 이야기를 해주실 때마다 믿기지 않았지만 그런 분이 내 할아버지라는 게 자랑스러웠다. 가족을 위해 항상 힘이 되어주셔서 감사했고, 행복했다”고 적었다. 이어 “대표선수로서 조금이나마 기여했던 순간들이 할아버지께 자랑스러운 손자가 되길 바랐다. 함께한 추억을 평생 간직하겠다. 마지막까지 힘드셨을 텐데 이제는 편안하게 쉬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황희찬의 조부는 6·25 전쟁에 참전한 용사였다. 그는 손자 황희찬이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지켜본 존재였다. 황희찬은 이번 카라바오컵에서 골은 넣지 못했지만, 그라운드를 누비며 승리를 이끌어낸 순간만큼은 돌아가신 할아버지께 드리는 마지막 인사가 됐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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