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싸움을 하고 1위까지도 내심 노렸던 팀이, 이제는 5위 조차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롯데 자이언츠의 12연패가 휩쓸고 간 자리는 황폐화됐다.
롯데는 24일 창원 NC전에서 17-5로 대승을 거두면서 길고 길었던 12연패를 끊었다. 지난 8월 6일 사직 KIA전 승리 이후 14경기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2무 12패). 연패 이전 선두 한화와 2위 LG와 4경기 차였던 롯데였지만 지금은 선두 자리는 언감생심인 순위와 승차가 됐다.
2003년, 롯데 최악의 암흑기라고 평가 받는 백인천 전 감독 시절 이후 22년 만에 12연패의 악몽을 겪었다(2003년 7월 8일 수원 현대전-8월 3일 잠실 LG전, 당시 15연패). 2주가 넘는 기간 승리를 맛보지 못한 롯데에 남긴 참상은 공수주 가릴 것이 없었다. 이겨야 할 경기를 이기지 못하고 연패의 부담 속에서 자멸을 거듭했다. 연패를 끊을 수 있던 수많은 기회를 롯데는 스스로 날렸다. 한 번 연패를 끊지 못하니 연패는 하염없이 길어졌다.

5연패 이후 맞이했던 14일 대전 한화전, 4-3으로 앞서면서 9회말을 맞이했지만 마무리 김원중이 한화 리베라토에게 동점포를 허용했고 연장 11회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으로 패배하며 6연패에 빠졌다. 8연패 이후였던 17일 사직 삼성전에서는 7-3으로 앞서고 있던 8회, 마무리 김원중이 김영웅에게 만루포를 얻어맞으면서 동점이 됐다. 9회초 추가 실점했고 패색이 짙어졌지만 9회말 황성빈의 동점포로 겨우 동점을 만든 뒤 8-8 무승부를 기록했다. 21일 잠실 LG전에서는 5회까지 6-0의 리드를 잡고 있었지만 이 6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추가 득점도 하지 못하며 6-6 무승부를 기록했다.
지난 23일 연패 기간 동안 롯데는 팀 타율 2할1푼8리로 리그 꼴찌에 머물렀다. 팀 평균자책점은 4.87로 7위에 불과했다. 역전패도 4차례나 당했다. 14경기에서 범한 실책만 15개. 투타 모두 조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10승을 거둔 외국인 투수, 터커 데이비슨을 퇴출하고 데려온 빈스 벨라스케즈는 데뷔 이후 연패 기간 동안 2경기 등판해 모두 패전 투수가 되면서 평균자책점 9.00(8이닝 8자책점)에 그치며 ‘킹메이커’가 되지 못했다. 24일 창원 NC전 6이닝 4실점으로 그나마 연패를 끊고 데뷔 첫 승을 챙겼지만 믿음을 심어줄 만한 투구 내용까지는 아니었다.
팀이 공수주에서 모두 초토화가 됐다. 벨라스케즈는 물론 에이스 알렉 감보아도 연패 기간 흔들렸다. 마무리 김원중은 팀의 연패를 끊어야 할 상황에서 모두 블론세이브를 범했다. 필승조 정철원은 7경기 평균자책점 4.50으로 불안했고 홍민기는 갑작스러운 제구 불안으로 다시 2군에 내려갔다.
타선에서는 윤동희가 극심한 슬럼프 끝에 2군으로 내려갔고 유격수 전민재는 내복사근 부상을 당했다. 박찬형과 이호준이라는 젊은 내야진의 재발견이 있었지만 박찬형도 11연패를 당한 22일 경기에서 치명적인 뜬공 실책을 범했다.

팀의 성적이 수직낙하하면서 이제 5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득점과 실점에 기반하는 피타고리안 승률을 토대로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을 다루는 ‘psoodds.com’에 따르면 12연패 전, 8월 6일 사직 KIA전에서 승리하며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이 94.9%에 달했다. 하지만 12연패가 끝난 현재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59.4%까지 수직 낙하했다. 롯데 대신 SSG가 3위 자리에 올라오면서 포스트시즌 진출 확률은 72.8%로 급상승했다.
이제 SSG, KT, NC, 삼성, 나아가 KIA와 피 튀기는 가을야구 경쟁을 해야 한다. 0.5~3경기 차이로 촘촘하게 붙어 있다. 롯데로서는 3위의 섬에서 여유있게 버티고 있던 시간이 되돌릴 수 없는 과거가 됐다. 12연패를 겨우 끊고 4위 자리를 겨우 되찾았지만 이제 공동 4위인 KT와 오는 26일부터 맞대결을 치른다. 24경기 남은 정규시즌, 롯데는 황무지를 걸어가면서 매일 나락과 함께해야 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