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속 2군행을 통보받은 엄상백(한화 이글스)의 FA 보상선수 장진혁(KT 위즈)이 찬스에서 대타로 등장해 극적인 역전 스리런포를 치며 팀의 주말 시리즈 싹쓸이를 이끌었다.
장진혁은 지난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5차전에 대타로 출전해 역전 결승 3점홈런을 쏘아 올렸다.
KT는 0-1로 근소하게 뒤진 8회초 김민혁이 2루타, 강백호가 고의4구로 출루하며 2사 1, 2루 역전 찬스를 맞이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우타자 강민성 대신 좌타자 장진혁을 대타로 기용하는 승부수를 띄웠고, 두산도 투수를 우완 사이드암 박치국에서 좌완 베테랑 고효준으로 교체하며 맞대응했다.
강철매직의 용병술은 적중했다. 올 시즌 홈런 1개가 전부였던 장진혁이 극적인 역전 스리런포를 쏘아 올린 것. 볼카운트 1B-1S에서 고효준의 3구째 몸쪽 높은 직구(144km)를 받아쳐 비거리 115m 우월 홈런으로 연결했다. 9일 수원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2주 만에 나온 시즌 두 번째 홈런이었다.
KT는 장진혁의 대타 결승 홈런에 힘입어 두산을 3-2로 제압, 주말 3연전 싹쓸이와 함께 공동 4위(59승 4무 57패)로 도약했다.
경기 후 만난 장진혁은 “그 동안 대타로 나가는 상황이 많이 없었다. 그래도 그냥 앉아있지 않고 스스로 필요한 부분을 혼자서 따로 연습 중이었는데 갑자기 이런 상황에 대타로 나가게 됐고, 연습 덕분에 몰입이 잘 됐다”라며 “지금 시기에 팀에 보탬이 된 거 같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뿌듯하다”라고 극적인 역전타를 친 소감을 전했다.

2016년 프로 입단 후 대타 홈런을 처음 경험한 장진혁은 “대타로 나와 홈런을 치는 장면을 상상해본 적은 없는데 이런 순간에 홈런을 치는 건 상상해봤다. 사실 베이스를 돌 때까지 아무 느낌이 없다가 다음 이닝에 수비를 나가니까 조금 실감이 났다”라고 말했다.
고효준 상대 특별한 노림수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타격 코치님이 들어가기 전에 빠른 공을 치자고 하셨다”라며 “올 시즌 내가 원하는 스윙이 너무 안 나와서 뭐가 문제인지 계속 고민을 했다. 나 자신에게 집중을 못했는데 오늘은 나한테 집중을 하면서 연습 때 익힌 좋은 감각을 잘 발휘했다”라고 답했다.

광주일고-단국대를 나와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한화 이글스 2차 4라운드 39순위로 입단한 장진혁은 2025시즌에 앞서 생애 첫 이적을 경험했다. KT가 한화와 4년 최대 78억 원 조건에 FA 계약한 엄상백의 보상선수로 장진혁을 지명한 것. 장진혁은 1군 통산 390경기 타율 2할4푼4리 233안타 12홈런 100타점 37도루를 남기고 정든 대전을 떠나 수원으로 향했다.
장진혁은 KT와 처음 진행한 연봉 협상에서 지난해 99경기 타율 2할6푼3리 76안타 9홈런 44타점 14도루 활약을 제대로 보상받았다. 종전 5800만 원에서 98.3% 인상된 1억15000만 원에 도장을 찍으며 데뷔 첫 억대 연봉 반열에 올라섰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장진혁은 시범경기 막바지 우측 옆구리 부상을 당하며 개막 엔트리 승선에 실패했다. 이후 재활을 거쳐 5월 11일 1군에 합류했지만, 잦은 기복으로 인해 외야 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 6월 월간 타율 1할7푼9리, 7월 1할6푼7리로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8월 들어 마침내 극적인 홈런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장진혁은 "오늘처럼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역할을 잘 해내면 팀에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계속 나 자신에 집중하면서 경기 준비를 하고 있는데 오늘 홈런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남은 경기 활약을 예고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