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반쪽' 재회로 끝난, 안동역 '다큐3일'..모두의 '낭만'은 지켰다
OSEN 김수형 기자
발행 2025.08.23 08: 30

비록 반쪽 재회지만…10년 약속 지켜낸 안동역의 낭만
‘다큐멘터리 3일’이 대국민 약속을 지켰다. 비록 반쪽 재회엿지만 모두의 낭만을 지킨 것이다.
22일 방송된 KBS2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10년 만에 재회한 제작진과 청춘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2015년 내일로 기차 여행을 즐기던 젊은이들을 따라 안동역을 찾았던 제작진과 당시 대학생이던 두 여학생의 만남은, 3년 전 댓글 하나에서 시작됐다. “2015년 대학생이었던 제가 지금은 대학원생입니다”라는 메시지에서 출발한 이야기. 10년에 걸친 세월을 거슬러 펼쳐지는 동화 같은 재회였다.
그렇게 2025년 8월, 제작진은 기차에 올랐다. 10년 전 스무 살이었던 여대생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당시 ‘내일로 기차여행’ 영상을 다시 확인했다. 영상 속 두 학생은 촬영 막바지, 10년 뒤 똑같은 코스를 돌아보자는 약속을 나눴다. 한 학생은 “10년 후 똑같은 코스를 돌면 좋겠다”고 말했고, 친구도 “추억이 많을 것 같다”며 날짜까지 동일하게 맞추자는 데 동의했다.
“2025년 8월 15일, 안동역 7시 48분 여기서 만나자.” 당시 여학생들은 제작진에게도 약속을 남겼고, 제작진 역시 카메라로 모든 순간을 담았다.
10년이 흐른 지금, 시민들 역시 재회를 기대했다. 일부는 “그 영상이 가슴 속 낭만을 건드렸다”며 “약속이 성사되지 않아도, 지키러 나가는 것만으로도 따뜻하다”고 응원했다. 또 다른 시민들은 “그 나이 때만 볼 수 있던 예쁜 청춘을 떠올리게 한다”며 자신의 10년 전을 회상하며 뭉클해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도착한 안동역은 이미 폐역이 되어 문화시설로 활용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8월 15일 당일, 구 안동역 광장에는 플랜카드를 들고 응원 나온 시민들이 모였다. 그런데 약속 시간을 불과 몇 분 앞두고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건물 내 폭발물 설치 신고가 접수되며 폴리스 라인이 설치된 것. 긴장 속에서도 재회는 계속될 수 있을까.
마침내 7시 48분 정각. 한 여학생이 제작진에게 다가왔다. 카메라는 꺼진 상태였지만, 손가락 엄지척 포즈로 10년 전 약속을 증명했다. 이어 VJ와 투샷을 기록하며 10년 전 마음을 지켜온 순간을 완성했다.
또 다른 여학생은 해외에서 생활 중이라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메시지를 통해 “10년 전 약속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록 모두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세 사람 모두 약속을 기억하며 마음으로나마 재회가 이루어진 셈이었다.VJ는 “서로 잘 살아줘서 기쁘다는 말을 나눴다. 약속을 지키러 나왔다는 말이 뭉클했다”며 “스스로 낭만을 지킨 것이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10년 전 스무 살을 함께한 친구와 제작진, 응원해준 시민들 덕분에 이날 재회는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비록 반쪽 재회였지만, 모두의 낭만을 지킨 값진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ssu08185@osen.co.kr
[사진] 다큐3일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