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 '협박'에 안동역은 '폐역'…악조건 속 지켜낸 ‘10년의 약속’ ('다큐3일')
OSEN 김수형 기자
발행 2025.08.23 07: 13

‘10년 전 우연한 여행길에서 “10년 뒤 다시 만나자”던 청춘들의 약속이, 수많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결국 지켜졌다.
22일 방송된 KBS2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제작진이 2015년 만났던 대학생들과의 ‘10년 후 재회’를 추적하는 과정이 담겼다.
당시 스무 살이던 두 여학생은 경북 안동역에서 제작진과 헤어지며 “10년 후 똑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나자”는 다소 낭만적인 약속을 남겼다. “2025년 8월 15일, 안동역 7시 48분”이라는 구체적인 시간까지 못 박았고, 제작진 역시 카메라에 그 약속을 고스란히 담았다.

그 약속은 장난 같았지만, 10년이 지나 현실이 됐다. 다큐멘터리의 종영 소식에도 불구하고, 당시 영상을 기억하는 시민들은 “우리 모두의 가슴 속 낭만을 건드린 장면이었다”며 재회를 기대했다. “진짜로 만나는 순간을 보고 싶다”는 댓글과 응원이 이어졌고, 제작진 역시 “낭만을 지키고 싶다”며 카메라를 들고 다시 안동으로 향했다.
그러나 약속의 무대였던 안동역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져 있었다. 역은 폐역돼 현재는 문화공간으로 활용 중. 안동역 관계자는 “이런 기적 같은 만남이 진짜 이뤄진다면, 작은 기적이 이뤄진다면 다른 기적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기대감을 전했다.
그리고 맞이한 2025년 8월 15일. 구 안동역 광장엔 ‘약속의 순간’을 지켜보려는 시민들과 플래카드가 모였다. 하지만 약속 시각을 불과 몇 분 앞두고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건물 내 폭발물 설치 협박이 접수되며 출입 통제와 함께 경찰 폴리스 라인이 설치된 것. 현장은 순식간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재회가 무산되는 듯했던 바로 그 순간, 약속 시간인 오전 7시 48분 정각. 한 여성이 조심스럽게 제작진에게 다가왔다. 본인 요청으로 카메라는 꺼졌지만, 대신 엄지척 포즈로만 남은 사진이 10년의 시간을 증명했다.
예상치 못한 관심과 대피 요청 속에서도, 두 사람은 결국 10년 전과 똑같은 순간을 함께했다. VJ는 “서로 ‘잘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나눴다”며 “너무 대국민 약속이 되어 부담도 컸지만, 결국 약속이니까 나온 것이라더라. 나 역시 같은 감정을 느꼈다. 그래도 이렇게 낭만을 지킨 게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폐역, 폭발물 협박 등 수많은 변수 속에서도 끝내 이뤄진 재회. 지켜낸 약속이 전한 울림은, 단순한 추억을 넘어 지금을 사는 모두에게 ‘낭만의 가치’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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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방송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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