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물도 막지 못한 '낭만'…안동역 '10년 전' 약속, 지켰다! ('다큐3일') [종합]
OSEN 김수형 기자
발행 2025.08.22 23: 52

다큐멘터리 3일’이 폭발물 설치 등 잡음 속에서도 10년 전 약속을 지켜냈다.
‘KBS2 다큐멘터리 3일’이 22일 방송을 통해 10년 전의 약속을 지켜낸 제작진과 출연자의 특별한 재회를 담아냈다.
10년 전, ‘다큐3일’ 촬영 막바지였던 순간. 제작진은 여행 중이던 두 여대생에게 “나중에 이 여행을 돌아보면 어떤 의미일까”라고 물었다. 이에 한 학생은 “친구에게도 말 안 했는데, 10년 뒤 똑같은 코스를 다시 돌면 좋을 것 같다”고 답했고, 옆 친구 역시 “추억이 많아질 것 같다”며 “날짜까지 똑같이 맞추자”고 화답했다. 그렇게 탄생한 ‘10년 후의 약속’은 시간이 흘러 어느덧 현실로 다가왔다.

2025년 8월 15일 오전 7시 48분, 안동역. 여대생들은 당시 제작진에게 “10년 뒤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다시 만나자. 다큐도 또 찍으라”고 당부했고, 제작진은 “카메라로 모두 담았다”며 응답했었다.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 드디어 약속의 날이 도래한 것이다.
방송 종료 후에도 꾸준히 회자된 이 ‘안동역의 약속’은 많은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각박한 세상에서 꼭 이뤄졌으면 하는 낭만”, “설령 만나지 못해도 그 약속을 지키려는 마음이 따뜻하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약속 당일 구 안동역 광장에는 직접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을 온 시민들까지 모여들었다.
하지만 약속 시각을 앞두고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7시 43분경, 폭발물 설치 신고가 접수되며 현장 건물 출입이 통제되고 폴리스 라인까지 설치된 것이다. 긴장감이 고조된 가운데 맞이한 7시 48분. 바로 그 순간, 한 여성이 제작진에게 다가왔다. 그는 조용히 카메라 촬영을 멈춰달라고 요청했고, 대신 엄지척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제작진과 함께 인증샷을 남겼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약속한 시간과 장소를 지켜 찾아온 용기에 모두가 뭉클해졌다. 이후 해당 여학생은 메시지를 통해 “작은 약속이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 당시의 낭만을 함께 기억할 수 있어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다만 또 다른 한 명의 학생은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다. 앞서 지난 14일, 해외 생활 중이라 한국에 들어오기 어려웠다는 사정을 전해왔던 것. 그는 “10년 전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하지만 그때의 소중한 기억은 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고 전하며 진심을 전했다.
비록 두 사람 모두 함께하진 못했지만, 10년의 세월을 건너 여전히 같은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재회였다. 폭발물 신고조차 막지 못한 이들의 낭만은 안방극장에도 깊은 울림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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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다큐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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