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 줘도 되니까 포크볼을 바닥에 떨어뜨려라”
프로야구 롯데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2이닝 역투로 끝내기 위기를 막아냈다. 롯데는 10연패를 끊지는 못했지만, 일단 무승부로 11연패는 저지했다.
김원중은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경기에 6-6 동점인 9회말 등판했다. 김현수를 내야 땅볼, 오지환과 박동원을 연속 삼진으로 이닝을 끝냈다.
12구를 던진 김원중은 10회말에도 계속 던졌다. 1사 후 박해민, 대타 박관우, 문성주에게 3연속 안타를 맞았다. 1,2루에서 외야수가 전진 수비를 해 1사 만루가 됐다.
앞서 7회 백투백 홈런을 때린 오스틴, 문보경을 상대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외야 뜬공이나 빗맞은 땅볼이라도 끝내기가 될 수 있는 상황. 무조건 삼진이 필수였다.

김원중은 오스틴 상대로 1볼-2스트라이크를 선점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포크볼이 2연속 볼이 됐다. 풀카운트, 이제는 밀어내기로 끝날 수도 있는 상황. 스트라이크존을 넣어야 했다.
김원중의 6구째 공은 한가운데 들어오다 타자 앞에서 원바운드에 가깝게 뚝 떨어졌다. 포크볼 유인구였다. 오스틴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오스틴이 치지 않았더라면 끝내기 볼넷이었지만, 워낙 좋은 코스로 포크볼이 떨어져 방망이가 따라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큰 위기를 넘긴 김원중은 문보경을 2볼-2스트라이크에서 포크볼로 유격수 땅볼로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롯데는 연장 11회말 박진이 무실점으로 막아 6-6 무승부로 끝났다.

김원중은 지난 17일 삼성전에서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다. 7-3으로 앞선 8회 1사 만루 위기에서 등판했다. 삼성 타자 김영웅 상대로 2볼에서 포크볼을 6개 연속 던졌다. 풀카운트에서 포크볼을 던졌는데,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떨어졌고, 김영웅이 만루 홈런을 터뜨려 7-7 동점이 됐다. 결국 롯데는 8-8 무승부를 기록했다.
김태형 감독은 그날 김원중의 홈런 허용 장면을 두고 “내가 포크볼을 계속 던져라고 요구했다. 김영웅이 웬만한 공에는 다 따라나오는 스타일이다. 밀어내기 볼넷을 줘도 김영웅 뒤에는 타선이 약하니까 (볼넷으로) 나가도 된다”고 말했다.

또 김 감독은 “포크볼을 그냥 계속 바닥에 떨어뜨려라 했는데…. 원중이가 좀 부담스러웠는지, 본인은 또 직구를 한 번 던지고 싶었던 것 같다. 투수 입장에서는 볼넷을 주기도 좀 그렇고, 포크볼이 자신있게 확 들어간 게 아니라 카운트 잡으러 들어가는 공이 됐다. 방망이가 계속 따라나오니까 바닥으로 떨어졌으면, 내가 봤을 때는 헛스윙이 나왔을 거 같다. 볼넷을 줘도 됐고...”라고 아쉬워했다.
김원중은 17일 삼성전 블론 세이브 이후 사흘 쉬고 21일 LG전에 등판했다. 김 감독이 삼성전 만루에서 요구했던 포크볼을 바닥에 던져 헛스윙을 유도하는 투구를 LG전 끝내기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보여줬다. 올 시즌 김원중의 가장 인상적인 포크볼로 손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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