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또 한 번의 미라클을 쓸 기세다. 그 중심에 포수 양의지(38)가 있다. 나이가 무색한 활약과 강렬한 존재감으로 여기저기서 ‘양의지’ 이름이 계속 나온다.
두산은 지난 21일 대전 한화전을 6-3으로 승리하며 7연승을 질주했다. 지난 14일 잠실 NC전을 시작으로 15~17일 잠실 KIA전, 19~21일 대전 한화전을 2연속 스윕하며 7연승까지 내달렸다. 지난 5월17일부터 3개월 넘게 9위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조성환 감독대행 체제에서 29승27패2무(승률 .518)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후반기 리그 2위(16승10패2무 승률 .615) 성적을 내며 급반등했다.
지난달 4일까지 5위 KT에 10.5경기 뒤진 9위로 가을야구 레이스에서 완전히 밀린 분위기였다. 하지만 48일 만에 7.5경기를 줄이며 현재 공동 5위 KIA, KT에 3경기 차이로 접근했다. 무론 남은 28경기에 3경기 뒤집는 게 말처럼 쉽진 않다. 오르내림이 있는 야구 특성상 두산의 지금 이 기세가 시즌 끝까지 계속 이어지긴 어렵지만 5강 레이스에 뛰어든 것만으로도 엄청난 반전이다.
투타에서 젊은 선수들이 새롭게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고참 선수들의 힘이 크다. 그 중에서도 ‘주장’ 양의지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여러 구성원들의 입에서 양의지의 이름이 계속 언급되고 있다.
조성환 두산 감독대행은 “양의지, 정수빈 같은 우리 고참 선수들이 플레이로 보여주는 게 크다. 두 친구를 바라보는 젊은 선수들의 시선과 영향력이 정말 대단하다. 책임감에서 나오는 플레이에 감사할 따름이다. 젊은 선수들도 ‘선배들이 저렇게 뛰는데 허투루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할 것이다. 그게 지금 우리가 원하는 끈끈한 야구로 연결되고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무더운 여름에 수비를 쉬고 지명타자로 빠질 법도 하지만 최근 12경기 중 10경기에 선발 마스크를 쓰고 있다. 21일 한화전도 마찬가지였다. 조성환 대행은 “요새 김기연의 컨디션이 좋아 포수로 쓰고, 양의지를 지명타자로 돌릴까 했다. 그런데 본인이 포수를 나가면서 타격을 하는 게 밸런스나 흐름에 더 좋다고 한다. 건강함이 느껴질 때 포수로 나가고 싶다는 의지가 오늘도 라인업에 포수로 들어가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날도 양의지는 2회 첫 타석부터 한화 선발 류현진에게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가며 선취점 발판을 마련했다. 7회에도 류현진에게 좌전 안타를 터뜨리며 포문을 열고 대주자로 교체됐다. 3타수 2안타 멀티히트. 계속된 공격에서 두산은 박계범의 만루 홈런으로 결승점을 내며 6-3으로 승리했다.
두산 선발투수 잭로그도 6이닝 7피안타 1볼넷 1사구 7탈삼진 2실점 호투로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잭로그는 “시즌을 치를수록 포수 양의지와 서로를 점점 더 알아가고 있다. KBO리그 최고의 포수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를 항상 신뢰한다. 오늘도 사인이 나왔을 때 한 번도 고개를 흔들지 않아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양의지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박계범도 후반기 팀이 잘 나가는 이유에 대해 묻자 “(양)의지 선배님께서 너무 잘하시고, 솔선수범하며 팀을 이끌어주시니 저희도 뒤에서 잘 따라간다는 생각으로 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정수빈도 경기 후 인터뷰에서 8회 1루에서 3루로 한 베이스 더 진루하려다 아웃된 양의지를 두고 “(양)의지 형 의욕이 과하긴 했지만 정말 이기려고 하는 의욕이 크다는 걸 느꼈다. 후배들도 의지 형이 열심히 뛰는 걸 보고 느끼는 게 많았을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양의지는 “후배들이 하루하루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게 보인다. 선배로서 재미있다. 후배들이 고참들 보면서 하기 때문에 저도 최대한 열심히 하려 노력한다”며 “젊은 투수들도 맞으면서 크는 거니까 맞더라도 기 안 죽고 배우면 좋겠다. 거기서 자기 걸 찾고 배운다는 생각으로 과감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양의지의 존재감은 숫자로도 잘 나타난다. 올 시즌 112경기 타율 3할3푼4리(395타수 132안타) 19홈런 79타점 출루율 .408 장타율 .537 OPS .945를 기록 중이다. 타율 2위, 출루율·OPS 3위, 타점 4위, 장타율 5위, 안타 6위, 홈런 공동 8위로 주요 공격 지표에서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개인 통산 10번째, 포수로는 9번째 골든글러브가 유력하다. 이승엽 전 두산 감독이 갖고 있는 역대 최다 골든글러브 10회와 타이를 바라보는 양의지는 20일 경기 후 기자들에게 “투표해 주세요. 소중한 한 표를 부탁드립니다”라며 씩 웃었다. 두산이 5강 대역전 드라마를 쓴다면 양의지에게 몰표가 쏠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