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데뷔 30주년을 앞두고 뜻밖의 예능 DNA가 폭발한 한상진. SBS 공채 탤런트 출신으로 그동안 '하얀거탑', '이산', '솔약국집 아들들', '뿌리깊은 나무', '마의', '육룡이 나르샤', '지옥에서 온 판사' 등 히트작에서 선 굵은 연기로 사랑 받았는데, 최근 예능에서 눈에 띄는 활약이 돋보인다. '핑계고', '아는 형님', '놀면 뭐하니',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내 건 첫 웹예능 '부산댁 한상진'까지 론칭하면서 어느 때보다 바쁘게 지내는 중이다.
요즘 스케줄이 부쩍 늘어났지만, 정작 서울에는 집이 없다. 2004년 여자 농구계 레전드 박정은 선수와 결혼한 그는 아내가 현역 은퇴 후 여자 프로팀 '부산 BNK 썸'의 감독이 되자,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부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출퇴근하고 있지만, 힘든 기색 하나 없었다. 남들 눈에는 '왜 사서 고생할까'로 보일 수 있지만,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삶 전체에 가득했다.
최근 OSEN과 만난 한상진은 인기 유튜브 채널 '핑계고' 출연 비하인드에 대해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몰랐고, 재밌어하실 줄 몰랐다"며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구독자 276만 명을 보유한 '핑계고'는 메인 MC 유재석을 중심으로 매주 새로운 게스트가 등장해 조곤조곤 수다를 떠는 콘셉트다. 유명 스타들도 앞다퉈 나가려는 핫한 채널로, 6개월치 출연자 리스트가 꽉꽉 차 있는 곳이다.
한상진은 "원래 재석이 형을 2000년대 초반부터 오랫동안 알고 있었고, 서울예대 선배님이다. 간혹 명절 때 인사드리면서, 형이 하는 프로그램에 홍보차 나갈 때 만나곤 했다"며 "당시 독립영화 '써니데이' 개봉을 앞두고 마땅히 홍보할 곳이 없었다. 이 영화를 '도가니'의 제작자 엄용훈 대표님이 만들었는데, 그간 부침을 겪어서 정말 오랜만에 내놓은 신작이었다. 그런 대표님이자 친한 형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홍보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극장 상황은 너무 안 좋고, 규모가 작은 독립영화는 더더욱 홍보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 재석이 형한테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형이 '핑계고'는 상반기 스케줄이 이미 차 있다고 하더라. 그때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두 달 뒤에 '미니 핑계고'를 하자고 연락이 왔다. 자리가 비었다고"라며 "재석이 형이 나와 (최)다니엘이 어색할까 봐 원래 친한 세호까지 넷이서 모이게 됐다. 촬영하는 동안 너무 재밌었다. '그래도 보시는 분들이 재밌을까?' 걱정되긴 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핑계고'가 업로드되고 칭찬 댓글만 달려서 당황했다고. "처음 영상이 올라오고 매니저 담당 이사님이 전화 와서는 '댓글 보셨어요? 댓글이 이상한데요. 너무 일방적으로 좋아하는데요' 그러더라.(웃음) 내가 재석이 형한테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재석이 형도 너무 재밌다고, 조만간 못다 한 얘기를 정식 '핑계고'로 하자고 하더라. 그래서 한 달 뒤, 바로 '핑계고'를 또 찍었다"며 올해만 3번 출연한 사연을 전했다.
한상진은 윤경호 등과 연말 '핑계고' 시상식의 강력한 신인상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좀 멋있어 보이려면 '윤경호한테 양보할게요' 이래야 되는데, 그런 말 하지 않겠다.(웃음) 상은 순리대로 가는 것"이라며 "이건 우리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며 열정을 내비쳐 웃음을 자아냈다.
'미니 핑계고'로 시작된 예능 나들이는 아내 박정은 감독과의 '아는 형님', '놀면 뭐하니' 인사모, '부산댁 한상진' 론칭까지 이어졌다.
열심히 일하는 남편을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얼마 전 박정은 감독이 휴대폰과 워치를 선물했다고. "'핑계고'를 보고 아내가 재밌다며 새 휴대폰으로 바꿔줬다. 그리고 '놀뭐' 나간다고 워치도 새로 사줬다. 원래 작은 게 있었는데 '이번에도 재밌으면 새로운 거 울트라 워치 사줄게' 그러더라.(웃음) 본인이 재밌었나 보다. '놀뭐'를 보더니 다음날 울트라 워치를 사 갖고 왔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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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빌리언스 제공, '핑계고'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