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29)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지난 시즌부터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에 대해 언급이 되기 시작한 송성문은 지난 17일 경기를 앞두고 시즌 종료 후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만약 송성문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다면 강정호, 박병호(삼성), 김하성(탬파베이), 이정후(샌프란시스코), 김혜성(다저스)에 이어서 키움 출신 6번째 메이저리그 선수가 된다.
2015 신인 드래프트 2차 5라운드(49순위) 지명으로 넥센(현 키움)에 입단한 송성문은 내야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2023년까지는 KBO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많은 기회를 받았지만 2023년까지 538경기 타율 (1788타수 458안타) 35홈런 260타점 219득점 5도루 OPS .690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송성문은 지난해 마침내 잠재력을 만개했다. 142경기 타율 3할4푼(527타수 179안타) 19홈런 104타점 88득점 21도루 OPS .927을 기록하며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최연소 30홈런-30도루를 달성한 리그 MVP 김도영(KIA)에 밀려 골든글러브 등 주요 수상에서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데뷔 첫 올스타에 선정되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송성문의 기량이 급격하게 올라오자 김혜성을 보기 위해 키움 경기를 방문했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송성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다저스와 계약한 김혜성이 올 시즌 58경기 타율 3할4리(138타수 42안타) 2홈런 15타점 17득점 12도루 OPS .744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도 송성문을 향한 관심을 더욱 크게 만드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메이저리그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송성문은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메이저리그 진출에 큰 뜻을 두지 않고 있었다. 이제 한 시즌을 잘했을 뿐이고 송성문 본인 스스로 다시 한 번 좋은 시즌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송성문은 올해도 놀라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115경기 타율 3할2리(450타수 136안타) 20홈런 66타점 75득점 20도루 OPS .889를 기록하며 데뷔 첫 20홈런-20도루 달성에 성공했다.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은 5.03으로 코디 폰세(한화, 7.09), 안현민(KT, 5.78), 제임스 네일(KIA, 5.14), 문보경(LG, 5.07)에 이어서 리그 5위, 야수 3위에 올라있다. 이러한 활약에 자신감을 얻은 송성문은 마침내 메이저리그 도전을 공식화했다.
송성문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그것이 무조건적인 메이저리그 도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송성문은 지난 4일 키움과 6년 총액 120억원에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키움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겠다는 송성문의 충성심과 송성문을 핵심 스타 플레이어로 인정한 키움의 생각이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키움은 다년계약 체결 당시 만약 송성문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면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송성문이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구단과 새로운 계약을 맺을 경우 기존 120억원 계약은 자동적으로 파기된다. 그렇지만 이번 계약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120억원이라는 금액이 선수에게도, 송성문을 원하는 메이저리그 구단에도 일종의 기준선이 될 수 있다. 계약을 제안하는 메이저리그 구단 입장에서도 계약을 제안받는 선수 입장에서도 이미 보장된 120억원이라는 금액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키움 허승필 단장은 계약 당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구단들이 (송)성문이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다. 선수 입장에서도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기회를 받을 정도의 계약을 받아야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포스팅을 하게 되면 계약 조건을 성문이와 함께 협의하고 승인 여부를 판단할 것 같다”며 무조건적으로 포스팅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송성문 역시 헐값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뜻은 없다고 여러차례 밝혔다.

일각에서는 송성문이 연장계약을 맺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것에 대해 키움이 송성문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 계약이 파기되는 것을 고려해 보여주기식 계약을 맺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에 대해 키움 관계자는 “선수 본인이 최근 자신감을 얻고 메이저리그에 먼저 나가있는 선수들의 조언을 들으며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구단이 송성문의 포스팅을 염두에 두고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다. 구단이 무조건 메이저리그 진출을 허용하는 것도 아니고, 메이저리그 진출 성공 여부는 지금 아무도 알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모기업이 없는 키움 입장에서 6년 120억원 계약을 맺은 것은 큰 도전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재정적으로 부담이 없을지 검토를 진행했고 구단이 감당할 수 있는 계약이라는 판단하에 계약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면서도 송성문의 해외 진출을 허용하겠다는 단서를 달면서 선수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그만큼 키움이 송성문을 중요한 선수이자 클럽하우스 리더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포스팅 의사를 밝힌 만큼 송성문은 남은 시즌 더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졌다. 곧 만 29세가 되는 송성문의 나이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데 유리한 나이는 아니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 기준 25세 시즌이었던 이정후(6년 1억1300만 달러), 올해 26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혜성(3+2년 최대 2200만 달러) 등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성장 가능성까지 고려해 예상보다 큰 계약을 안겼지만 송성문의 경우에는 지금 당장의 기량을 기준으로 영입 여부와 계약 규모를 책정할 가능성이 크다.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겠다는 꿈을 향해 나아가기로 결정한 송성문의 도전이 좋은 결실을 맺기를 많은 팬들이 응원하고 있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