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유망주’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꽃미남' 오선우는 올 시즌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2019년 입단 이후 줄곧 기대주로 분류됐지만, 부침도 많았고 주전 경쟁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 팀의 주축 자원으로 우뚝 섰다.
13일 현재 오선우는 86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8푼8리(302타수 87안타), 11홈런, 41타점, 45득점, OPS 0.807을 기록 중이다. 모든 기록이 데뷔 이후 최고치다.
그가 지난 12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2회 선제 투런 홈런을 쏘아 올리며 연패 탈출을 이끌었고, 13일 경기에서는 1회 2루타로 선취점의 기회를 열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눈에 띄는 성적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오선우를 만든 건 단순히 기량 향상만이 아니다. 끊임없이 배우고자 했던 태도, 경험을 통해 체득한 실전 감각, 선배들과의 교감, 그리고 이를 자기 것으로 흡수한 성장 곡선이 만들어낸 결과다.
이범호 감독 역시 이러한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 “해마다 좋은 선수가 한 명씩 나와줘야 팀이 강해진다. 오선우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스스로 부족한 걸 물어보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매우 인상 깊다”고 말했다.
시즌 중반엔 체력 저하와 타격 밸런스 난조 등 어려움도 겪었다. 상대 투수들의 분석도 본격화됐고, 타이밍을 놓치는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우천 취소로 인한 휴식과 재정비, 그리고 선배들의 조언이 오선우에게 다시 날개를 달아줬다.
그는 12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형우 선배님께서 왼손 투수 상대 요령을 자세히 알려주셨고, 그 조언을 타석에서 계속 떠올리며 승부한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덕아웃에서 선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어떻게 하면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을지를 계속 고민하고 있다. 한동안 주춤했던 타격감이 점점 돌아오고 있어 다행이고,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범호 감독은 “오선우가 300타석 이상 소화하면서 몸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언제 쉬어야 하는지, 투수 공략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금씩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그런 경험이 결국은 오선우의 선수 생활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오선우는 ‘개인 성적’보다 ‘팀 승리’를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남은 경기들 모두가 중요하다. 개인 성적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팀이 이겨야 하는 상황이다. 장타보다는 출루를 목표로, 매 타석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팀도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지금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높은 순위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KIA가 후반기 반등을 꿈꾸는 이 시점, 오선우의 존재감은 더 이상 ‘플랜 B’가 아니다. 그는 지금, 실질적인 중심 전력으로 도약하고 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