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청부사가 온 것일까.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새로운 날개를 달았다. 새 외국인 투수 앤더스 톨허스트가 완벽한 데뷔전을 치렀다.
LG는 지난 3일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방출하고, 톨허스트와 총액 37만 달러(연봉 27만 달러, 이적료 10만 달러)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톨허스트는 2019년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지명을 받았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없다. 마이너리그 통산 92경기(선발 21경기)에 등판해 15승 10패 193⅓이닝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했다. 올해 트리플A 버팔로 바이슨스에서 16경기(선발 14경기) 4승 5패 71⅓이닝 평균자책점 4.67을 기록했다. 7월에 등판한 5경기(26⅓이닝)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1.37로 좋았다. 7월 30일 시라큐스 메츠전에서 5⅓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이 마지막 등판이었다.
톨허스트는 지난 6일 한국에 입국했고, 지난 9일 잠실구장에서 불펜피칭(29구)을 실시했다. 7월 마지막까지 실전 경기를 치렀기에, 퓨처스리그 등판이나 라이브 피칭 없이 곧바로 12일 KT 상대로 KBO리그 데뷔전에 나섰다.
이날 경기 전 염경엽 감독은 "80개 언저리에서 끊을 생각이다. 미국과 한국은 관중 문화도 다르고, 긴장감을 풀어나가는 것이 포인트다. 본인 야구 하라고 한 마디 했다"고 말했다.

톨허스트는 데뷔전에서 기대 이상의 호투를 보여줬다. 7이닝 동안 77구를 던지며 단 2안타만 허용하고 무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3km까지 나왔다. 7회도 강백호를 상대로 152km 강속구를 던졌다. 직구 38개, 커터 21개, 포크볼 12개, 커브 6개를 던졌다.
1회 톱타자 스티븐슨을 152km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고, 허경민과 안현민을 연거푸 유격수 땅볼로 이닝을 끝냈다. 2회는 강백호를 3구삼진(포크볼), 장성우도 3구삼진(152km 직구), 김상수를 헛스윙 삼진(포크볼)으로 'KKK'로 끝냈다.
톨허스트는 3회 공 3개로 이닝을 끝냈다. 선두타자 황재균은 직구(149km)로 좌익수 뜬공 아웃, 장진혁에게 직구(149km)를 던졌다가 우전 안타를 맞았다. 1사 1루에서 권동진을 초구 직구(150km)로 투수 땅볼, 2루-1루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이닝을 종료했다. 1이닝 3구 종료 진기록이다.
톨허스트는 4회와 5회, 6회를 모두 삼자범퇴로 끝냈다. KT 타자들은 출루를 아예 하지 못했다. 5회까지 단 43구로 끝냈다. 7회 2사 후 안현민에게 한가운데 펜스를 맞는 3루타를 맞았다. 2사 3루에서 강백호를 1루수 뜬공으로 실점없이 마쳤다.

톨허스트의 완벽투와 함께 LG는 대승을 거뒀다. 5회 1사 후 구본혁이 안타와 2루와 3루 도루를 연속으로 성공했다. 박해민의 1타점 적시타, 신민재의 1타점 3루타, 문성주의 내야 땅볼로 3-0으로 앞서 나갔다. 7회 1점을 추가하고, 8회 3점, 9회 4점을 뽑으며 11-2로 크게 승리했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톨허스트가 KBO리그 첫 경기였는데 최고의 피칭을 해주었고 박동원이 4가지 구종을 적절히 섞어가며 볼배합을 잘해주면서 좋은 경기로 이어갈 수 있었다. 톨허스트의 KBO 리그 첫 승 축하한다"고 말했다.
경기 후 톨허스트는 동료들의 물세례를 받으며 데뷔전 승리를 축하받았다. 톨허스트는 "오늘 선발투수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서 굉장히 만족스럽고 너무 기분이 좋다. 우리 수비들이 타구를 잘 처리해줬다. 내가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고 공격적으로 던져도 되겠다는 믿음을 줬기 때문에 오늘 야수들에게 고맙다는 말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77구로 7이닝을 막아냈다. 효과적인 투구였다. 톨허스트는 "오늘 7이닝을 던졌는데 올 시즌 7이닝 소화가 처음이다. 마운드에서 타자들과 경쟁하고 투수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팀 동료 구본혁은 톨허스트의 투구에 대해 "뒤에서 수비할 때 너무 안정적이고 컨트롤, 커맨드가 좋다 보니까 잘 맞은 타구들이 없어서 수비하기가 너무 편했다"며 폰세와 비교하는 질문에 "오늘 경기만 봐서는 비슷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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