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점 차에서 '도루 금지' 사인은 상대에 대한 배려였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전날 3회 ‘도루 금지’ 사인을 낸 것에 대해 “상대에 대한 어떤 배려”라고 말했다. 또 김경문 한화 감독과의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9일 한화-LG전에서 LG는 2회까지 6점을 뽑아 6-0으로 리드했다. 3회말, 1사 후 박해민이 우전 안타로 출루했다. 염경엽 감독은 덕아웃에서 그라운드를 향해 두 손을 들고 ‘X’자 표시를 만들었다.
최원호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뛰지 말라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루수가 1루 베이스에 붙어서 주자를 견제하는 상황이었지만, 도루를 시도하지 말라는 뜻이었다.박해민은 1루에서 벤치 사인을 본 후에 두 손으로 ‘X’ 그리며 벤치 사인을 알아들었다는 표현을 했다. 이후로 LG는 주자가 출루해도 도루를 하지 않았다. LG는 8-1로 승리했다.

염경엽 감독은 “내가 감독 1년 차 때 상대에 대한 배려, 그런 야구를 가르쳐 주신 분이 김경문 감독님이시다. 김경문 감독님과 게임을 하면서 그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내 나름대로 기준(도루 금지)이 있다. 첫 번째는 우리 팀의 흐름, 우리 팀의 타격 흐름이 어느 정도이고, 게임 흐름이 어떻게 왔냐 그 기준점은 6점이다”고 말했다.
염 감독이 넥센 초보 감독 때 NC를 이끌던 김경문 감독과 경기에서 배운 바가 있다. NC가 어느 정도 점수 차로 이기고 있자, NC 선수들이 1루 베이스에 붙어서 도루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염 감독은 “6점이다. 우리의 타격 흐름, 내가 갖고 있는 불펜 카드, 그리고 상대가 나올 카드에서 우리가 추가 득점이 가능한가, 이런 것들을 복합적으로 생각해서 내 나름대로 불문율 기준을 정한다. 감독 생활 10년 동안 하면서 내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서 역전패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역전패를 했으면 기준이 좀 바뀌고 했을 건데 , 내 나름의 불문율의 기준이 있기 때문에 어제 상황은 충분히 6점차에서 우리가 더 추가 득점을 할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예전에 어느 팀과 경기에서 6회 5점 차에 번트를 했다. 당시는 4~5점을 지킬 수 있는 불펜 상황이 아니었다. 빈볼이 날아오더라. 끝나고 상대와 다퉜지만 잘 풀어서 지금은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방이 기분 나빠할 수도 있지 않을까. 염 감독은 “무시하는 게 아니다. (내 나름대로 불문율을) 지키는 게 훨씬 맞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상대가 기분 나쁘게 생각한 적은, 이걸 우리 봐주나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한다. 또 어느 정도 상대 감독을 파악하게 되는 거고, 상대 감독도 저를 파악하게 되는 거고, 그게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배려를 상대가 오해하지는 않을 거라고 말했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