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T 위즈가 5강 승부수로 영입한 새 외국인 타자 앤드류 스티븐슨(31)가 데뷔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터뜨리며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강백호와 반등과 스티븐슨의 연착륙으로 KT도 5강 싸움에 큰 힘을 받게 됐다.
KT는 지난 2일 MVP 출신 장수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와 결별하며 좌투좌타 외야수 스티븐슨을 잔여 기간 연봉 20만 달러에 영입했다. 시즌이 40경기도 안 남은 시점이고, 투수보다 적응 기간이 더 필요한 타자라는 점에서 적잖은 리스크도 있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스티븐슨은 이런 걱정을 빠르게 잠재웠다. 데뷔전이었던 지난 6일 대전 한화전에서 1회 첫 타석부터 2루타로 시작했다. 좌측 빗맞은 타구이긴 했지만 빠른 발로 장타를 만들었다. 3루까지 노리다 주루사를 당했지만 8회에는 좌완 조동욱에게 라인드라이브 안타를 치며 5타수 2안타로 신고식을 치렀다.
이어 7일 한화전에선 데뷔 첫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2득점 1사구로 3출루 경기를 펼치며 KT의 5-4 역전승을 이끌었다.
0-4로 뒤진 7회 한화 구원 김종수와 8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에서 몸쪽 낮은 시속 135km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측 8m 몬스터월을 훌쩍 넘겼다. 비거리 115m, 마수걸이 홈런. 이 홈런을 시작으로 KT는 추격의 불씨를 당기면서 역전했다.

선두타자로 등장한 9회에는 박상원의 7구째 몸쪽 직구에 팔 쪽을 맞았지만 상태를 체크하러 나온 트레이너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며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스티븐슨의 몸에 맞는 볼을 시작으로 허경민의 안타, 안현민의 희생플라이, 강백호의 투런 홈런이 터진 KT는 5-4로 역전승하며 한화에 2승1패 위닝시리즈를 거뒀다. 경기 후 스티븐슨도 “정말 좋다. 원정을 와서 이런 분위기로 역전승하는 건 정말 즐거운 일이다”며 웃었다.
중견수 수비에서도 9회 무사 1루에서 한화 김태연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하며 존재감을 보여준 스티븐슨은 “타구를 잘 따라갔는데 조명에 들어가서 못 잡을까봐 걱정했다. 다행히 조명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 잡을 수 있었다”며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서도 “항상 필드에 나가면 에너지를 불어넣으려 한다. 팀 분위기를 띄울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슨은 KT에 오면서 투수 패트릭 머피와 3개국 4개 팀에서 5년째 같은 팀이 되는 인연을 이어갔다. 2021~2022년 워싱턴 내셔널스 산하 로체스터 레드스윙스, 2023년 미네소타 트윈스 산하 트리플A 세인트폴 세인츠, 지난해 일본 니혼햄 파이터스에 이어 올해 KT에서도 인연이 이어졌다. 확률적으로 극히 희박한 일로 보통 인연이 아니다.

스티븐슨은 “패트릭과는 원래부터 친한 사이였는데 이제는 아내들끼리도 매우 친하다. 한국에 오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패트릭의 존재였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아는 사람과 함께하면 조금 더 편해질 수 있다. 패트릭이 한국은 굉장히 멋진 곳이라고 해서 기대감을 갖고 왔다”고 말했다.
한국행을 결정하면서 ‘KBO 역수출’ 에릭 페디(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도 연락을 했다. 페디는 2023년 NC에서 외국인 투수 최초 트리플 크라운으로 MVP를 차지한 뒤 미국 메이저리그로 복귀했다. 워싱턴 시절 함께 뛴 인연이 있는 스티븐슨은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페디에게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스티븐슨은 “페디도 패트릭처럼 KBO리그에 대해 몇 가지 얘기를 해줬는데 한국에 가면 재미있을 거라고 했다. KT가 플레이하기 좋은 환경을 갖춘 팀이라며 행운을 빌어줬다”고 말했다. 2023년 한 시즌만 있었지만 페디의 기억에 KT는 좋은 팀이었고, 기대감을 안고 한국에 온 스티븐슨은 위기의 팀에 큰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