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노진혁(36)은 유독 안 풀리는 시즌이었다. 2022년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으로 맺은 4년 50억원 계약은 어느덧 3년차에 접어들고 있었고 그동안 부상과 부진으로 뚜렷한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올해는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베테랑 김민성과 함께 2군의 어린 선수들과 함께 캠프를 소화하면서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그렇다고 어린 선수들을 챙기는데 소홀하지는 않았던 후문.

하지만 결국 또 부상이 문제였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2군 복귀전이었던 4월 25일 KIA전 수비 과정에서 상대 선수와 부딪히면서 우측 손목 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다. 3달 가량 재활에만 다시 매진해야 했고 최근에서야 2군 경기에 나서기 시작했다.2군에서 홈런 2개를 때려내는 등 감각은 괜찮았다. 그러다 주장 전준우가 지난 5일 사직 KIA전에서 좌측 햄스트링 손상 부상으로 이탈하게 되자, 김태형 감독은 노진혁을 처음으로 1군으로 불러 올렸다. 김태형 감독은 노진혁이 전준우의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고, 6일 KIA전 콜업과 동시에 선발 출장해 2회 동점 적시타 포함 3타수 1안타 1타점 활약으로 팀의 7-1 승리를 이끌었다.
김태형 감독은 노진혁을 향해 “감독님께서 ‘신인의 마음으로 하라’고 말씀하셨다. 저 역시도 그 생각을 했다”라면서 “앞으로 개 같이 뛸 생각이다”고 다짐을 전했다. 그 다짐이 일단 복귀전에서는 잘 보여졌다.

올해 2군 첫 경기에서 당한 손목 인대 파열 부상이 꽤 크게 다가온 노진혁이다. 그는 “오른 손목이었는데, 공을 던지는 것은 괜찮았다. 그런데 배트를 들고 뻗어줄 때 손목이 계속 아팠다. 타격 쪽에서 재활이 길어졌다”며 “병원에서는 4주 정도를 얘끼했는데 생각보다 차도가 없었다. 그래서 현타가 많이 왔다. 재활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라서 힘들었다”고 되돌아봤다. 지난 겨울 미국으로 개인 훈련을 떠나면서 절치부심 했다. 하지만 2군 캠프에 참가해야 했고 불의의 부상까지 당하면서 이제야 1군 기회가 왔다. 함께 2군 캠프에 있었던 김민성은 먼저 1군에 올라와 쏠쏠한 활약을 하고 있었지만 노진혁은 그저 바라봐야 했다.

그는 “대만 캠프에서 기회가 그렇게 많이 올 것 같은 생각은 안했다. 하지만 한두 번 기회가 올 때를 한 번 잡아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며 “(김)민성이 형과 대만에서 정말 열심히 했고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민성이 형이 1군 올라가서 첫 타석 때 안타 치라고 응원도 했다. 잘 되기를 바랐고 나 역시도 잘하고 있으면 또 기회가 오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전준우가 빠진 자리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복귀전부터 안타가 터진 것은 고무적이다. 그는 “최고참 주장 선배가 다쳤다. 전반기에 베테랑 선배들이 고군분투하지 않았나”며 “2군에서 이를 갈고 있었지만 부상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후반기에 제가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치고 박고 할 것이다. 별 거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살려야 하는 노진혁이다. 젊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왔고 팀 성적도 올해는 상위권에 떨어지지 않고 있다. 베테랑 FA치고는 입지가 좁은 편이다. 그는 “작년에도 느꼈던 기분이긴 하지만, 이제는 제가 은퇴하기 전까지 스스로 창피하지 않게 야구하자는 생각으로 많이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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