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승 달성에도 방출이 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롯데 자이언츠 터커 데이비슨은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시즌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90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의 호투를 펼치면서 팀의 7-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퀄리티스타트로 7월 1일 사직 LG전(6이닝 6피안타(1피홈런) 3볼넷 8탈삼진 2실점) 이후 36일 만에, 그리고 5경기 만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아울러 이날 승리로 데이비슨은 10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데이비슨은 이날이 롯데 유니폼을 입고 던진 마지막 경기였다. 경기 후 롯데는 데이비슨의 웨이버 공시를 직접 통보했다. 방출이었다. 10승을 달성한 날, 가족들 앞에서 최고의 피칭을 펼친 날, 데이비슨은 방출 소식을 들어야 했다.

롯데로서는 3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가을야구를 위해서는 더 강한 공을 던지고 압도적인 투수가 필요했다.
데이비슨은 이날 경기 전까지 21경기 9승 5패 평균자책점 3.76(117⅓이닝 49자책점)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엄청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정감 있는 투구를 펼치는 것도 아니었다. 이닝 당 출루 허용이 1.40에 달했다. 외국인 투수라는 기준엄을 생각하면 한참 부족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5이닝 이상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외국인 선수가 이닝이터가 아니었다.
결국 롯데는 데이비슨을 두고 끊임없이 고뇌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와르르 무너지는 것도 아니었기에 고민의 시간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데이비슨보다 확실한 외국인 투수 매물이 나오게 된다면 교체를 감행하겠지만, 확신에 찬 매물이 없다는 게 현재 롯데의 판단이다. 꾸준히 알아보고 있지만 여의치는 않았던 상황.
하지만 포스트시즌에 출장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등록 마감 시한(8월 15일)을 앞두고 롯데는 새 외국인 선수 영입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결국 이날이 데이비슨의 고별전이 됐다.

데이비슨은 고별전에서 호투했다. 최고 151km, 평균 147km의 포심 패스트볼(41개)을 힘있게 뿌렸다. 슬라이더 37개, 포크볼 8개, 커브 3개, 스위퍼 1개 등을 구사하면서 KIA 타자들을 요리했다.
1회 선제 실점했지만 추가 실점은 없었다. 2회에는 나성범을 유격수 땅볼, 위즈덤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2아웃을 쉽게 잡았다. 그런데 2사 후 오선우에게 볼넷, 김태군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2사 1,2루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김호령을 2루수 직선타로 처리, 실점 위기를 극복했다.
3회에는 박찬호와 김선빈을 연속 삼진, 김도영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해 삼자범퇴로 돌려세웠다. 그러나 4회 선두타자 최형우를 삼진으로 잡아낸 뒤 나성범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위즈덤은 다시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오선우에게 다시 중전안타를 맞으며 2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그리고 김태군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듯 한 타구를 맞았지만 중견수 황성빈이 다이빙 캐치를 해내면서 실점 위기를 극복했다. 황성빈이 데이비슨을 구원했다.

5회에는 선두타자 김호령에게 중전 안타를 내줬다. 하지만 박찬호를 우익수 뜬공, 김선빈을 유격수 병살타로 처리했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데이비슨. 김도영을 1루수 땅볼, 최형우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해 다시 2사를 잡았다. 2사 후 나성범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위즈덤을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고별전의 퀄리티스타트를 완성했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마주한 데이비슨은 애써 웃으며 방출의 슬픔과 아픔을 감추는 듯 했다. 자신의 등판일이 아닐 때에는 쾌활한 모습과 적극적인 제스처로 더그아웃 분위기를 끌어올렸던 분위기 메이커였다. 선수단도 데이비슨의 방출 소식을 듣고 모두가 그라운드로 나와 마지막 기념사진을 찍고 석별의 정을 나눴다.
데이비슨은 “10승을 한 것은 대학교 이후 없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날이기도 했다. 새로운 리그에서 10승을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영광스럽고 감사드린다”라고 10승의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이어 “사람으로서 당연히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동료들이 해줬던 것들에 모두 감사한 마음 뿐이다”라면서 “사실 마지막인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몇달 간 좋지 못한 성적과 함께 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갖고는 있었다. 그래도 롯데가 지금 플레이오프와 챔피언십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예상은 하고 있었다”며 방출 통보를 받고 든 소회를 전했다.
한국에서의 경험은 특별했다. 데이비슨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리그에서 오퍼가 왔다. 가족들한테도 얘기 했을 때 ‘거길 가야 돼?’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면서 “일단 가족들이 부산부터 한국 전체를 경험할 수 있게끔 나 역시도 기회를 받은 것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후, 데이비슨에 대해 “마지막 경기를 너무 잘 던져주며 유종의 미를 장식한 거 같다. 데이비슨의 전반기 활약으로 팀이 현재의 순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롯데가 시즌 초반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데이비슨이 부상 없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해줬고 또 이닝을 소화해줬기 때문. 물론 6월 이후가 문제였지만 김태형 감독은 데이비슨에게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좋은 워크에식과 실력은 갖춘 선수로 더 큰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선수다. 선수의 앞날을 응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데이비슨도 김태형 감독과의 면담 자리에서도 “등판을 건너 뛰거나 부상 때문에 빠진 적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해줘서 도와줬기 때문에 팀이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고맙다는 메시지를 표현해 주셨다”고 설명했다.
생애 첫 해외 무대 도전 팀이 롯데였다. 그는 "무조건 평생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리그에 도전을 했고 대만 스프링캠프부터 거의 모든 동료들이 다가와서 질문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눴다. 그러면서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평생 기억할 것이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 무대 재도전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일단 핸드폰은 항상 꺼두지 않을 것이다. 만약 한국에서 다시 한 번 기회가 생긴다면 당연히 잡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롯데를 향해 “항상 훈련이든 경기든 열심히 하면서, 업다운은 있겠지만 잘 이겨내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응원의 메시지까지 남겼다. 롯데 구단은 7일 중으로 KBO에 데이비슨의 웨이버를 공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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