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투수들이 그동안 잘 막아줬으니까, 안 좋은 거는 빨리 잊고…”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로선 충격적인 역전패였다. 지난 5일 대전 KT전에서 선발투수 문동주가 최고 시속 161km 강속구를 뿌리며 7이닝 2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인생투를 펼쳤지만 2-0으로 앞선 8회에 믿었던 불펜 에이스 한승혁과 마무리 김서현이 연이어 무너지며 5실점 빅이닝을 허용했다.
앞서 8경기 8이닝 연속 무실점 중이던 한승혁이 황재균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뒤 볼넷과 안타를 내주며 1사 1,3루 위기에서 내려갔다. 김서현이 5아웃을 잡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지만 이정훈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진 뒤 허경민의 희생플라이로 2-2 동점이 됐다.
이어 안현민에게도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며 만루 위기를 자초한 김서현은 강백호에게 우측 몬스터월 상단을 직격하는 싹쓸이 3타점 적시타를 맞으며 결승타를 내줬다. 앞서 7회까지 리드한 47경기에서 46승1무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한화의 승률 100% 공식이 깨진 날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잠실 두산전을 승리한 LG가 52일 만에 1위를 탈환하면서 한화가 2위로 내려앉았다. 여러모로 충격이 큰 패배였지만 6일 대전 KT전을 앞두고 김경문 한화 감독은 지나간 건 빨리 잊으려는 모습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김서현의 제구 난조가 5일 쉬고 난 영향으로 봤다. 한화는 지난 2~3일 광주 KIA전이 연이틀 우천 취소됐고, 김서현의 휴식도 길어졌다. 김 감독은 “비가 와서 쉬는 건 투수들에게 좋지만 쉰다고 해서 컨디션이 다 좋은 건 아니다. (김)서현이가 3~4일씩 쉬고 나선 결과가 안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어제 경기는 빨리 잊어야 한다. 우리도 그 투수들이 그동안 잘 막아줘서 그렇게 이긴 경기가 많다”며 “어제 (문)동주가 워낙 좋아 투구수(92개)로 봐선 한 이닝 더 가고 싶었지만 일요일(10일 잠실 LG전) 등판도 있었다. 감독 입장에선 당연히 우리 8회 던지는 투수가 잘 던져줄 거라 생각했다”며 “그래서 야구가 마음대로, 생각대로 안 디는 것이다. 빨리 잊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혁은 올 시즌 53경기(48⅔이닝) 2승3패2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 2.9 탈삼진 41개로 8회를 든든히 책임졌고, 김서현도 마무리 중책을 맡아 48경기(46⅔이닝) 1승1패24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1.93 탈삼진 56개로 뒷문을 지켰다. 두 투수가 8~9회를 막아주지 않았더라면 지금 한화가 1위 싸움을 하는 건 불가능했다.
아쉬운 패배였지만 김 감독은 문동주의 호투에 반색했다. 김 감독은 “작년에 내가 와서 올해까지 본 것 중 최고 좋은 피칭이었다. 너무나도 훌륭한 피칭이었는데 (승리로) 끝맺음하지 못한 게 조금 속상하다. 하지만 야구가 맨날 이기고 싶다고 다 이길 수 없다. 그동안 우리가 승운이 많이 따랐는데 이런 고비를 또 넘겨서 연승 무드를 잡아야 한다”고 반등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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