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핵심 선수의 해외 진출을 바라보는 듯 했던 키움 히어로즈가 이번에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올 시즌이 끝나고 메이저리그 진출도 가능해 보였던 ‘캡틴’ 내야수 송성문과 파격적인 계약을 맺으며 물러 앉혔다.
키움은 4일, 내야수 송성문과 6년 총액 120억원의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120억 전액 보장이 파격적이다.
비FA 다년계약 중 역대 6번째로 총액 100억원을 넘어선 계약이다. 보장 연봉 기준으로는 야수 역대 최고액 계약이다. 삼성 구자욱이 5년 보장 90억원(인센티브 30억원), 총액 120억원에 계약을 맺은 바 있지만, 송성문처럼 전액 보장 조건은 아니었다.
송성문은 올 시즌이 끝나면 포스팅으로 해외 진출 자격을 얻는다. 실제로 고척에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찾는 등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미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하성(탬파베이 레이스) 김혜성(LA 다저스) 등 팀에서 빅리그로 진출한 선배들이 즐비해 있었다. ‘ML 사관학교’라고 불릴 정도였고 송성문이 뒤를 잇는 듯 했다.




그러나 송성문은 시즌 초반부터 키움 구단과 다년 계약 협상을 이어갔다. 김하성과 이정후, 김혜성처럼 포스팅으로 해외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일찌감치 표명하지 않았던 송성문이었고 키움 구단도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섰다.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표명한다면 막지는 않았겠지만, 이번에는 키움이 적극적으로 송성문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노력했다.
앞서 미국에 진출한 3명에게는 하지 못했던 비FA 다년계약을, 그것도 전액 보장 조건으로 제시해 송성문을 붙잡았다. 지난 3일 고척 롯데전이 끝나고, 서울 신도림에 위치한 더링크서울 트리뷰트 포트폴리오 호텔에서 송성문의 아내와 부모님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계약은 2026년부터 시작되기에 포스팅 자격은 유효하고 신청도 가능하다. 여전히 메이저리그 도전을 외칠 수 있다. 하지만 다년계약 이전보다는 미국 도전 확률은 낮아진 게 사실이다.


키움 위재민 대표이사는 “예비 FA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FA 시장이 과열되고 있고, 계약 규모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구단은 전략적이고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한다”라며 “이번 송성문과의 계약은 우리 구단 입장에서 상당한 규모의 투자다. 그만큼 선수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팀의 중장기 계획 실현을 위해 송성문과의 장기 계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고 말했다.


송성문은 장충고를 졸업하고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로 입단했다. 데뷔 초반에는 선배인 김하성, 후배인 이정후 김혜성보다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내야 전포지션을 오가며 자리를 다져 나갔고 메이저리그로 선수들이 떠나자, 핵심 선수로 도약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격언을 송성문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송성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진면목과 잠재력을 모두에게 보여주기 시작했고 핵심 선수로 자리 잡았다. 2024년 142경기 타율 3할4푼(527타수 179안타) 19홈런 104타점 88득점 21도루 OPS .927로 최정상급 3루수로 거듭났고 시즌 후 열린 ‘WBSC 프리미어12’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올해는 시즌 초반 부진했지만 페이스를 완벽하게 끌어올려 104경기 타율 2할9푼7리(404타수 120안타) 16홈런 57타점 63득점 16도루 OPS .860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올해는 데뷔 첫 20홈런과 함께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송성문은 “구단이 보내준 믿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런 큰 결정을 내려 준 것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선수들에게 모범이 돼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히어로즈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가지고, 팬 여러분께 늘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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