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국시리즈 6차전 악몽이 엄습한 순간. 불굴의 김택연은 계속 자신의 공을 씩씩하게 던지며 레전드 최정을 잡고 경기를 끝냈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조성환 감독대행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12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전날 마무리 김택연이 최정을 상대로 뽐낸 담대함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2일 잠실 두산-SSG전. 두산이 5-4로 근소하게 앞선 9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이었다. 타석에 KBO리그 통산 홈런 1위 최정이 등장했고, 풀카운트를 맞이한 김택연이 151km 강속구를 뿌렸는데 최정이 큼지막한 파울홈런으로 김택연과 두산 벤치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김택연은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153km 직구를 던졌고, 최정이 다시 좌측 폴대 살짝 왼쪽으로 향하는 파울홈런을 날렸다. 비디오판독이 진행됐을 정도로 근소한 차이였다.
김택연은 흔들리지 않았다. 침착하게 8구째 슬라이더를 던져 유격수 땅볼을 유도한 뒤 5-4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SSG의 5연승 상승세에 제동을 건 순간이었다.
조성환 감독대행은 “김택연 공이 너무 좋았다.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한 게 선수가 더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음 등판이 더 기대되는 공이었다”라고 총평하며 “최정 타석에서 등골이 오싹했다. 그런데 김택연이 파울홈런을 맞은 뒤 그 다음 공으로 다시 패스트볼을 선택하는 걸 보고 강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번째 파울홈런은 솔직히 나도 흔들렸는데 계속 본인의 공을 믿고 던지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또 최정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무시무시한 타자라는 걸 다시 깨닫게 됐다”라고 복기했다.

두산이 최정의 파울홈런에 더욱 예민했던 이유는 과거 큰 경기 9회 그의 한방에 당한 뼈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2018년 한국시리즈 6차전이었다. 두산이 4-3으로 앞선 9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조시 린드블럼이 최정에게 좌월 동점 솔로홈런을 헌납하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두산은 연장 13회초 한동민(현 한유섬)에게 결승 솔로홈런을 헌납, 홈에서 SK(현 SSG)가 우승 축포를 터트리는 걸 지켜봐야 했다.
이날도 최정의 연이은 파울홈런에 당시 악몽이 엄습했으나 김택연이 담대함을 앞세워 동점 허용 없이 경기를 끝냈다.
한편 두산은 SSG 선발 우완 최민준 상대로 정수빈(중견수) 이유찬(유격수) 제이크 케이브(우익수) 양의지(지명타자) 김재환(좌익수) 박준순(3루수) 김기연(포수) 김민석(1루수) 박계범(2루수) 순의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선발투수는 루키 최민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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