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개명이 이제 빛을 보는 것일까. 과거 베어스 왕조의 백업선수였던 이유찬이 김재호가 떠난 유격수를 맡아 베어스의 새로운 야전사령관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유찬은 지난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시즌 11차전에 2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9-6 역전승 및 2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1회말 투수 땅볼로 몸을 푼 이유찬은 0-5로 뒤진 3회말 2사 1, 2루 찬스에서 LG 선발 최채흥 상대 추격의 1타점 내야안타를 친 뒤 제이크 케이브의 2타점 2루타 때 2루와 3루를 지나 홈을 밟았다.
이유찬은 4회말 삼진을 거쳐 6-6으로 맞선 7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바뀐 투수 이지강을 만나 좌전안타를 쳤다. 이어 케이브의 우전안타 때 2루를 지나 3루에 도달했고, 양의지의 유격수-2루수-1루수 병살타를 틈 타 홈을 밞으여 7-6 리드를 이끌었다. 결승 득점을 올린 순간이었다.
이유찬은 8-6으로 리드한 8회말 2사 1, 3루 기회를 맞이했다. 1루주자 김재환이 2루 도루에 성공한 가운데 백승현 상대로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때려내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이유찬은 최근 2경기 연속 멀티히트, 6월 22일 LG전 이후 35일 만에 3안타 활약에 힘입어 시즌 타율을 2할5푼9리에서 2할7푼으로 끌어올렸다.

이유찬은 경기 후 “최근 팽팽한 경기를 계속 내줘서 아쉬움이 너무도 컸다. 오늘 연패를 끊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분 좋다”라고 승리 소감을 남겼다.
이유찬은 북일고를 나와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2차 5라운드 50순위 지명된 9년차 내야수다. 당시 그의 이름은 이병휘로, 입단 3년차인 2019년 유찬으로 이름을 바꿨고, 그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돼 생애 첫 우승반지를 거머쥐었다.
상무에서 병역 의무를 이행한 이유찬은 2022년 전역해 김재호의 뒤를 이을 두산 차기 유격수 자원으로 주목받았다. 이승엽 전 감독 부임 첫해였던 2023년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당시 조성환 수비코치와 맹훈련하며 수비력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고, 기량 발전과 함께 2024년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팀 코리아에 승선해 태극마크를 새기는 영예를 안았다.
이유찬에게 지난해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타격이 일취월장하면서 출전 시간을 늘리고자 중학교 시절 이후 11년 만에 외야 글러브를 꺼내들었다.

작년 이유찬이 맡은 포지션은 무려 6개였다. 3루수로 174이닝을 소화한 가운데 2루수 156⅔이닝, 좌익수 113⅓이닝, 유격수 103이닝, 우익수 17이닝, 중견수 3이닝을 맡았다. 이유찬은 외야 수비까지 가능한 슈퍼 유틸리티로 거듭나면서 103경기 타율 2할7푼7리 64안타 3홈런 23타점 39득점 16도루 커리어하이를 썼다.
이유찬은 돌고 돌아 올해 다시 김재호의 뒤를 이을 차세대 주전 유격수로 낙점됐다. 조성환 감독대행은 “리빌딩 중이지만, 센터라인은 웬만하면 건들지 않고 계속 기회를 주려고 한다. 이유찬, 오명진 두 선수가 잘해주고 있어 다행이다”라며 이유찬에 무한 신뢰를 보내는 중이고, 이유찬은 27일까지 유격수로 37경기 306이닝을 소화했다.
이유찬은 “지난해까지는 내가 우리 팀 내야수 4명 중 가장 어린 날이 많았다. 그런데 올해는 내가 가장 형인 날도 적지 않다”라며 “지난해까지 형들에게 경기 전, 경기 끝나고 많은 것들을 배웠다. 올해는 내가 후배들에게 그 역할을 하는 데 신경 쓰고 있다”라고 달라진 위상을 전했다.

그러면서 “유격수가 실수에 고개를 떨구면 팀 전체가 다운된다. (김)재호 선배님이 그러셨듯, 나 또는 동료가 실수하더라도 처지지 않도록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까지도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야전 사령관의 책임감을 뽐냈다.
체력 소모가 큰 유격수를 맡아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체력 부담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 (양)의지 선배님도 포수로 꾸준히 출장하시며 젊은 선수들을 끌어올리려고 하신다. 중간 나이로서 선배들과 함께 열심히 팀 분위기 상승에 보탬이 되겠다”라고 성숙한 답변을 남겼다.
지난 4월 초 건강한 아들을 출산하며 아빠가 된 이유찬은 가족을 향한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그는 “끝으로 아내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육아가 힘들 텐데도 경기 후 집에 가면 언제나 힘이 돼 준다. 남편으로서 앞으로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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