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공이 ABS에 스트라이크로 걸렸으면…”
지난 26일 대전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한화 이글스의 시즌 11차전은 대한민국 최고 좌완 투수들의 커리어 첫 선발 맞대결로 큰 관심을 모았다. 류현진(한화)과 김광현(SSG), 두 투수의 최초 빅매치였는데 1회부터 SSG가 5득점을 몰아치며 싱겁게 끝났다.
SSG는 1회 최지훈의 우중간 안타로 포문을 연 뒤 안상현의 볼넷과 최정의 좌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냈다.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우측 펜스를 직격하는 1타점 2루타로 추가점을 올린 SSG는 고명준의 볼넷으로 계속된 무사 만루 찬스에서 김성욱의 좌중간 가르는 싹쓸이 3타점 2루타로 승기를 잡았다. 6타자 만에 5득점으로 류현진을 몰아붙였다.
1회부터 5득점 지원을 받고 마운드에 올라온 김광현이 6이닝 6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류현진과 첫 빅매치에서 웃었다. 류현진은 1이닝 4피안타 2볼넷 5실점 패전. KBO리그 개인 통산 최소 이닝 투구로 아쉬움을 남겼고, 경기는 SSG의 9-3 낙승으로 종료됐다.
27일 한화전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이숭용 SSG 감독은 “선수단이 어제 같은 경기를 매 게임 못 하더라도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 선수들부터 프런트, 감독, 코칭스태프 모두 광현이가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한화가 1등을 달리는 팀인데 우리로선 반전이 필요한 그런 경기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선수들의 의지가 돋보인 경기였다. 1회 무사 1루에서 안상현은 벤치 사인 없이 보내기 번트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숭용 감독은 “1회에 번트 사인을 안 냈는데 (안)상현이 본인이 보내주려고 했다”며 번트 파울이 난 뒤 류현진의 6구째 바깥쪽 낮은 직구를 골라내며 볼넷으로 걸어나간 장면을 포인트로 짚었다.
이숭용 감독은 “그 공이 만약 ABS에 스트라이크로 걸렸으면…그거 보고 운이 조금 따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보더라인에 살짝 벗어난 공으로 만약 ABS가 아닌 사람 심판이었다면, 제구가 좋은 류현진으이 이미지가 있어 스트라이크로 선언돼 삼진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아주 살짝 벗어난 그 공으로 찬스를 이어간 SSG는 5득점 빅이닝으로 1회부터 류현진을 무너뜨렸다.
SSG 타자들의 집중력만큼 김광현의 호투도 빛났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시속 150km 강속구를 뿌렸다. 경기 후 “거짓말 아니에요?”라고 취재진에 되물어본 김광현은 “올해 150km 안 나오면 어떡하나 그랬는데 150km가 나왔다”며 “엔트리 한 번 빠졌을 때 어깨에 조금 뭉침 증세가 있었다. 그때 쉬면서 루틴을 바꾸고, 시즌 중 여러 가지 노력을 했다. 트레이닝 코치님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팔 상태가 완전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광현은 남은 시즌 반등의 키로 최정을 꼽으며 “(최)정이 형이 살아나야 한다. 돈 많이 받았으니 부담을 줘야 한다. 저도 그만큼 부담을 느꼈다. 그러라고 우리 연봉을 구단에서 주신 것이다. 정이 형이 부담을 갖고 이겨내길 바란다. 오늘을 계기로 잘해줬으면 좋겠다. 중심을 잡아줘야 할 선수다. 왜 S급 선수인지 다시 한 번 증명해 주시길 바란다”는 말로 부담을 팍팍 줬다.
이숭용 감독은 “(김)광현이나 (김)성현이 정도 아니면 어느 누구도 하기 쉽지 않은 말을 했더라. 농담 반, 진담 반이겠지만 그래서 간판 선수들이 힘들다. 광현이도 그 무게를 잘 알고 있다. 우리 팀은 그 친구들이 어릴 때부터 끌고 왔다. 지금까지 건재한 것은 그 친구들이 정말 피나는 노력과 모든 압박을 이겨낸 결과다. 제2의 그런 친구들을 찾아야 우리가 또 탄탄하게 갈 수 있다. 그 부분이 조금 어려운 난관에 부딪쳤는데 두 선수가 아직까지 건재하고, 몇 년간 활약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SSG는 이날 한화 우완 선발 문동주를 맞아 순으로 최지훈(중견수) 정준재(2루수) 최정(지명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좌익수) 고명준(1루수) 김성욱(우익수) 안상현(유격수) 신범수(포수) 김성현(3루수) 순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선발투수는 우완 미치 화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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