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김진성의 견제구 13개가 과했다는 두산 조성환 감독대행의 작심발언에 LG 염경엽 감독이 오히려 두산이 잘했다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지난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시즌 10번째 맞대결.
두산이 3-4로 근소하게 뒤진 8회말 공격이었다. 선두타자 김인태가 LG 김진성 상대 볼넷을 골라낸 뒤 대주자 조수행이 1루에 투입됐다.
조수행은 지난해 도루왕(64개)을 차지한 두산의 대도. 올해도 적은 출전 기회 속에서 도루 17개를 기록 중인 터라 LG 배터리가 경계를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김진성은 후속 양석환, 이유찬 두 타자에 걸쳐 조수행을 향해 무려 견제구 13개를 던졌다. 조수행은 잦은 1루 귀루로 만신창이가 된 상황에서도 결국 이유찬 타석 때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두산은 정수빈의 볼넷으로 계속된 2사 1, 2루에서 오명진이 초구에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동점을 만들지 못했다.
27일 LG전에 앞서 만난 조성환 감독대행은 “난 안 좋게 봤다”라고 운을 떼며 “그렇게 견제구를 많이 던져도 되나 싶다. 그래서 사실 중간에 한 번 나가려고 했다. 물론 바뀔 건 없겠지만, 그 흐름을 끊고 싶었다. 그런데 경기 중 일어나는 플레이라 어필을 할 명분이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오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한 베이스를 막고자 견제한 건지 솔직히 의문이다. 과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그 한 베이스는 우리에게 굉장히 소중했고, 상대도 그만큼 그걸 막고자 노력했을 것이다. 그래도 난 과하다고 생각했다”라며 “당하는 입장에서 솔직히 기분이 좋진 않다. 오히려 이런 흐름을 끊어주지 못해 조수행에게 미안했다. 또 거기서 도루를 성공해준 거에 대해 큰 칭찬을 하고 싶다. 상대를 자극하는 건 아니지만, 유쾌하진 않다”라고 작심 발언했다.
이에 염경엽 감독은 “충분히 이해는 한다. 우리는 1점이 중요했다. 주자를 2루로 안 보내는 게 우리 첫 번째 목적이었다. 조수행이 나오면 다른 주자보다 도루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에 박경완 코치가 어떻게든 묶어야 했다. 묶었기 때문에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공이 빠져서 위기가 왔다. 그래서 우리는 투수를 바꿨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나 같은 경우 3년 동안 너무 많이 겪은 거다. 두산이 잘한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한테 압박감을 준 게 아닌가. 그래서 우리가 견제구를 13개나 던졌다”라며 “광주에서 박해민도 견제구를 많이 받았다. 해민이가 뛰려고 했지만 견제가 계속 오니까 2루로 못 갔다. 그래서 결국 병살이 나왔다. 1점이 중요한 승부처에서는 어쩔 수 없다. 물론 상대가 짜증나는 건 분명히 있다. 내가 당해도 짜증이 난다. 그런데 내가 상대에 압박을 주는 거니까 좋게 생각한다. 그래야 투수 실투가 나올 확률이 높다. 투수가 주자한테 50%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게 아닌가. 진성이도 1루주자에 집중한 거다. 난 충분히 많이 당해본 거라 이해는 된다”라고 예시를 곁들여 부연 설명했다.
염 감독은 계속해서 “어쨌든 도루도 성공하지 않았나. 두산이 좋은 대주자를 내보낸 거다. 압박을 뚫고 도루 성공했을 때 쾌감이 있다. 그렇게 받아들이면 좋을 거 같다”라며 “물론 이기고 있으면 괜찮은데 지고 있으면 짜증이 난다. 난 그런 상황을 너무 많이 겪는다. 우리가 뛰는 야구를 하니까 어느 팀 보다 견제를 많이 받는다. 박해민 신민재 최원영이 초구에 뛰지 않는 이상 기본적으로 견제구 7~8개는 그냥 온다. 조성환 감독이 나쁘게 안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우리가 상대를 압박한다고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할 것이다. 감독 선배로서 이야기하는 거다. 감독 생활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견제를 많이 한 팀도 잘한 거고 그걸 뚫고 도루에 성공한 팀도 잘한 거다”라는 덕담을 남겼다.
KBO리그도 메이저리그처럼 견제구 3개 제한을 두자는 의견에는 적극 동의했다. 염 감독은 “내년에 3개로 줄였으면 좋겠다. 우리는 3년 동안 많이 받지 않았나. 올해는 선두들 몸도 안 좋고 뛰는 게 득보다 실이 많은 거 같아서 자제시키고 있지만, 뛰는 야구는 이제 나만 하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다 하지 않나. 스피드업을 위해 메이저리그는 3번째 견제구에 패널티를 부여하지만, 우리는 3개 정도 하고 4번째에 위반을 만들어놓으면 시간이 단축될 거 같다. 향후 골든글러브 시상식 감독자 회의에서 이야기가 나올 거 같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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