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지난 26일 대전 한화 이글스-SSG 랜더스전.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특급 류현진(한화)과 김광현(SSG)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맞붙었다. 과거 선동렬과 최동원의 대결과 비교될 만큼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팽팽한 선발 맞대결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승부는 싱거웠다. 한화 선발 류현진은 1이닝 4피안타 2볼넷 5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시즌 5패째. SSG 선발로 나선 김광현은 6이닝 6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 호투를 뽐내며 시즌 6승째를 거뒀다.

이날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명품 투수전이 펼쳐졌다. KT는 소형준, 삼성은 아리엘 후라도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 6회까지 0-0 팽팽한 승부가 펼쳐졌다.
삼성이 웃었다. 0의 균형을 깬 건 삼성이었다. 7회 KT 선발 소형준에 이어 원상현이 마운드에 오르자 타선이 힘을 내기 시작했다. 선두 타자 김영웅의 안타와 홍현빈의 희생 번트 그리고 이재현의 볼넷으로 1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원상현의 폭투로 2,3루가 됐고 양도근이 중전 안타를 때려 주자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삼성은 추가 득점이 필요했던 8회 김성윤의 볼넷, 구자욱의 중전 안타, 르윈 디아즈의 우전 안타로 1점 더 달아났다.
기세 오른 삼성은 9회 무려 8점을 뽑아냈다. 이재현의 안타와 양도근의 희생 번트로 만든 1사 2루서 류지혁이 안타를 때려 1점 더 보탰다. 김성윤에 볼넷을 골랐고 구자욱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1사 만루. 디아즈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3루 주자 류지혁이 리터치에 성공했다.

강민호가 우전 안타를 날려 주자 2명으로 늘어났다. 김영웅이 비거리 135m 짜리 대형 3점 홈런을 터뜨리며 9-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홍현빈의 볼넷, 이재현의 2루타로 또다시 득점 기회를 잡은 삼성은 양도근의 우전 안타와 상대 실책으로 2점을 추가했다.
후라도는 11-0으로 크게 앞선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황재균(2루 뜬공), 대타 안치영(좌익수 뜬공), 대타 강백호(2루수 직선타)를 꽁꽁 묶으며 KBO리그 데뷔 후 두 번째 완봉승(9이닝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을 장식했다. 타자들은 장단 15안타를 때려내며 화력 지원을 펼쳤다. 삼성은 KT를 11-0으로 누르고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타자 가운데 결승타를 포함해 4타수 3안타 3타점을 올린 양도근을 비롯해 김영웅(5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2득점)과 디아즈(4타수 2안타 2타점)의 활약이 돋보였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후 “선발 후라도가 멋진 피칭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 타선이 점수를 뽑지 못해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양도근이 정말 중요한 순간에 선취 2타점을 내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타자들이 부담감이 큰 상황이었는데, 양도근이 해결해준 뒤에는 모두 좋은 타격을 보여주며 막판에 큰 점수를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후라도는 우리 팀 선수로 뛰기 시작한 뒤 던진 경기 가운데 오늘이 최고의 퍼포먼스였다”고 말한 박진만 감독은 “8회를 마치고 처음엔 후라도에게 1이닝 더 던지면 어떻겠냐고 얘기를 해줬다. 이후 점수 차가 많이 난 뒤에는 쉬게 해주려 했는데, 본인이 더 던지겠다고 마운드에 올랐다. 후라도의 완봉승을 축하한다”고 박수를 보냈다.

지난 20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4이닝 11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2탈삼진 7실점(2자책)으로 고개를 떨궜던 후라도는 이날 경기에서 완봉승을 장식하며 에이스의 위용을 제대로 뽐냈다.
그는 “지난 등판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오늘 제가 이겨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다. 우리보다 순위가 높은 KT를 상대로 격차를 줄이는데 도움이 되어 기쁘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후라도는 또 “오늘 경기 투구에서는 컨택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구종들을 더 많이 던지자고 목표로 삼고 투구했다. 남은 시즌 제 목표는 개인 성적보다 어떻게든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팀 퍼스트 정신을 강조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