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 모르겠다고 던졌는데...".
KIA 타이거즈가 기막힌 수비 하나로 귀중한 위닝시리즈를 낚았다. 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의 경기를 3-2로 잡았다. 2연속 위닝시리즈를 따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NC 다이노스와 승부를 내지 못한 1위 한화 이글스에 3경기 차로 접근했다.
선발 양현종은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전상현(승) 조상우(23홀드)와 마무리 정해영(22세이브)으로 이어지는 필승조 트리오가 무실점 완벽투로 한 점 차 승리를 지켰다. 최형우는 1회 선제 적시타를 날렸고 오선우가 추가타점을 올렸다. 고종욱은 7회 미친 컨택능력으로 결승타를 터트렸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결정적인 수비 하나가 승리의 밑돌을 놓았다. 3-2로 앞선 8회초 수비였다. SSG 선두타자 오태곤이 3유간 안타성 타구를 날렸다. 악착같이 쫒아간 유격수 박찬호가 어렵게 잡아 달려가는 탄력을 버텨내며 1루에 점프 송구를 했다. 그러나 원바운드였다.

순간 KIA 1루수 오선우의 수비동작이 눈부셨다. 학다리를 쫙 벌리면서 팔까지 쭉 뻗었다. 그 까다로운 빠른 바운드 볼이 글러브에 쏘옥 들어갔다. 간발의 차였다.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SSG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으나 원심을 바뀌지 않았다. 박찬호와 오선우는 서로를 칭찬하는 손짓으로 자축했다.
경기후 박찬호는 오선우의 수비를 극찬했다. "엉겁결에 한 수비였다. 공도 제대로 안 잡혔다. '에라 모르겠다'고 던졌다. 선우가 그걸 잡아주었다. 다리를 쫙 찢고 팔을 펴서 선우가 너무 잘했다"면서 "수비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수비에 대해서는 맞잖아요"라며 자신의 수비력을 자찬했다.
오선우도 자부심을 드러냈다. "찬호와 합작했던 수비 과정도 오늘 경기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그 공을 놓치거나 세이프가 됐더라면 선두타자 출루 이후 중심타선이었기 때문에 힘든 경기가 됐을 것이다. 송구를 발을 베이스에서 빼서 안전하게 잡을지, 발을 빼지 않고 승부를 볼지 고민을 했다. 무조건 막아야한다는 상황이라 본능적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 다리를 찢었다. 글러브에 공이 들어온 것이나 다름 없었고, 처리를 해내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기억했다.

천금의 다리찢기는 어릴때부터 해온 스트레칭의 댓가였다. 오선우는 "어렸을 때부터 유연한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스트레칭을 많이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천천히 다리를 찢으라고 한다면 찢지 못한다. 경기에서 어떻게든 막아야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다리가 찢어진 것 같고, 아프다는 느낌도 없었다"며 웃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