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김택연만 투수인가. 김택연이 인후통에 걸려 휴식한 두산 불펜이 9회에만 대거 5실점하며 경기를 내주는 대참사를 겪었다. 프로의 품격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투구였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12차전에서 뼈아픈 4-6 역전패를 당했다.
선발 곽빈이 6이닝 2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 95구 역투를 펼쳤다. 이어 이영하(⅔이닝 1실점 비자책), 박치국(1⅓이닝 무실점) 순으로 마운드에 올라 삼성 타선을 1점으로 봉쇄했다. 1점도 포일에 의한 실점이었다.
타선에서는 중심타선에 배치된 제이크 케이브, 양의지의 클러치능력이 돋보였다. 0-0이던 3회말 2사 3루에서 케이브가 1타점 선제 2루타, 양의지가 초구에 1타점 좌전 적시타를 연달아 치며 2-0 리드를 이끌었고, 2-0으로 앞선 5회말 선두타자 정수빈이 2루타로 물꼬를 튼 상황에서 다시 케이브가 달아나는 1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3-1로 앞선 가운데 마지막 9회초를 맞이한 두산. 그런데 마운드에는 마무리 김택연이 아닌 최지강이 올라왔다. 김택연은 아예 불펜에서 몸도 풀지 않았던 터. 사전 인터뷰에서 김택연의 부상과 관련한 브리핑이 없었는데 두산 관계자는 최지강이 등판한 직후 취재진에 “김택연 선수가 어제 경기 전 급성 인후통 증상을 보여 오늘까지 휴식을 부여했다”라고 밝혔다.
전날 경기는 두산이 5-0으로 이겨 김택연이 굳이 등판할 필요가 없었으나 이날은 달랐다. 2점차 살얼음판 승부에서 마무리의 인후통 휴식은 뼈아픈 악재였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통산 1세이브가 전부인 최지강이 선두타자 르윈 디아즈, 구자욱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뒤 김영웅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무사 만루를 자초했다. 이에 조성환 감독대행은 경험이 풍부한 좌완 고효준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고효준 역시 영점을 잡지 못하고 대타로 나선 박승규에게 6구 끝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3-2로 근소하게 앞선 무사 만루에서 올라온 투수는 박신지. 그러나 그 또한 이재현 상대 2B-1S 불리한 카운트를 자초했고, 4구째 몸쪽 높은 134km 슬라이더가 야속하게도 비거리 115m 좌월 역전 만루홈런으로 이어졌다. 역전 결승타를 헌납한 순간이었다.
두산은 9회말 2사 후 오명진이 삼성 마무리 이호성 상대 추격의 솔로홈런을 쳤지만, 후속타자 케이브가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경기가 그대로 끝났다.
김택연 한 명의 공백이 이렇게 클 수가 있나. 나름 프로 1군의 필승조라 불리는 투수들이 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차례로 마운드에 올랐으나 결과는 5실점 대참사였다. 위닝시리즈 기회를 눈앞에서 놓친 뒤 최악의 역전패로 삼성 3연전을 마친 두산. 후폭풍이 자칫 KT 위즈와 주말 3연전까지 이어질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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