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니까 더 이기고 싶고, 더 이기니까 계속 이기고 싶다. 2주 넘도록 연패를 잊고 산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결국 승리의 맛을 알아버렸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4차전에서 8-2로 승리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선수단 격려차 잠실구장을 깜짝 방문했는데 구단주가 보는 앞에서 기분 좋은 승전고를 울렸다.
타선의 수훈선수는 나승엽이었다. 데뷔 처음으로 선발 4번타자 중책을 맡아 4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1득점 맹활약하며 “중요한 순간 나승엽의 2점 홈런으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라는 김태형 감독의 칭찬을 들었다.
1회초와 3회초 삼진으로 잠실 분위기를 익힌 나승엽은 5회초 중전안타로 방망이를 예열하더니 3-2로 앞선 7회초 무사 1루에서 승기를 가져오는 홈런포를 가동했다. 1루주자 빅터 레이예스가 투수 1루 송구 실책으로 2루를 거쳐 3루에 도달한 가운데 나승엽은 풀카운트 끝 김호준의 6구째 높은 싱커(143km)를 받아쳐 비거리 115m 우월 홈런으로 연결했다. 2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3경기 만에 터진 시즌 6호포였다.
나승엽은 7-2로 앞선 8회초 1사 3루 찬스에서 바뀐 투수 김민규 상대로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치며 승부의 쐐기를 박는 타점까지 올렸다. 나승엽은 시즌 타율을 2할7리7리에서 2할8푼6리로 끌어올렸고, 홈런 1개를 추가하며 이 부문 공동 6위로 도약했다.

경기 후 만난 나승엽은 “요즘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 연패가 없고 다시 연승을 하게 됐는데 회장님께서 진정성 있는 애정과 관심을 많이 주셔서 팀에 활력이 넘치는 거 같다”라고 구단주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데뷔 첫 4번타자의 부담은 없었을까. 나승엽은 “솔직히 엄청 놀랐다”라고 웃으며 “4번타자로 나갔지만, 네 번째 타자라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타석에 들어가는 건 똑같으니까 큰 부담은 안 됐다”라고 설명했다.
7회 홈런과 관련한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나승엽은 “무사 1루에서 무사 3루가 됐고, 우리가 이전에 2점을 줘서 1점차 리드 중이었지만, 쉬운 상황이 아니었다”라고 되돌아보며 “리드를 더 벌려야 할 타이밍이라 1점만 더 뽑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갔는데 운 좋게 홈런이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롯데는 이날 승리로 3연전 기선제압과 함께 2연승을 달리며 시즌 15승 1무 12패 공동 2위로 올라섰다. 지난 10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에서 3연패를 끊어낸 뒤 3연승-1패-4연승-1패-1승-1패-2연승을 반복하며 2주 넘도록 연패 없이 살아온 결과다.
롯데 분위기가 대체 얼마나 좋길래 최근 9경기 7승 2패의 무서운 상승세를 타게 된 것일까. 나승엽은 “요즘 팀이 많이 이기니까 선수들이 더 이기려고 한다. 다만 우리가 잘한다고 해서 긴장 풀린 채로 경기에 들어가는 일은 없다. 경기가 끝나면 다 같이 리셋하고 또 이기려고 한다”라고 비결을 전했다.
사령탑도 달라진 롯데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선발 데이비슨이 6이닝 2실점으로 잘 던져줬고, 이어 나온 불펜진이 잘 막아줬다. 중요한 순간 나승엽의 2점 홈런으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라며 “바쁘신 와중에도 야구장을 찾아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신 구단주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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