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존중' 대신 코 앞의 이득 택한 토트넘..."벤탄쿠르 징계 항소"

토트넘 홋스퍼가 주장에 대한 존중 대신 항소를 결정했다.

토트넘은 20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은 벤탄쿠르 징계와 관련하여 항소하기로 했다. 이번 주 초 영국축구협회(FA)에서 발표한 징계에 이의를 제기한다"라고 발표했다.

영국 축구협회(FA)는 지난 18일 공식 발표를 통해 "벤탄쿠르에게 7경기 출전 정지와 10만 파운드(약 1억 7,6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라고 알렸다. 

이에 토트넘은 "벤탄쿠르의 유죄 판결 자체는 인정한다. 그러나 처벌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항소가 진행되는 동안 벤탄쿠르는 국내 경기 출전 금지가 유지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현실이 된 셈이다. 앞서 영국 '텔레그래프'는 토트넘이 징계 수위가 지나치다고 보고 있으며, 항소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매체는 "손흥민의 지지와 벤탄쿠르의 사과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믿음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벤탄쿠르가 지난 6월 자국 우루과이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진행자의 요청에 "손흥민의 사촌 유니폼일 수도 있다. 그들은 모두 비슷하게 생겼으니까"라며 웃음을 터뜨렸고, 진행자 역시 이에 동조하며 웃었다. 이는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명백한 인종차별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내용이었다.

문제가 확산되자 벤탄쿠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쏘니(손흥민), 정말 미안하다. 이는 나쁜 농담이었다. 당신이나 그 누구도 무시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라며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에 손흥민은 "벤탄쿠르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우리는 형제이고, 이번 일로 더 단단해졌다"라며 그를 용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판의 중심에 선 것은 토트넘의 태도다. 손흥민이 먼저 나서기 전까지 구단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후 뒤늦게 "문제가 긍정적으로 해결되도록 지원하겠다. 선수들에게 다양성과 평등에 관한 교육을 추가로 실시할 예정이다"라고 입장을 발표했지만, 구단 차원의 명확한 징계는 없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이번 사건의 중심은 손흥민이다. 그는 우리를 이끌 것이다"라며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감독이나 구단이 나서서 문제를 정리하고 인종차별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손흥민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손흥민만 난처해진 것이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FA의 징계에 대한 토트넘의 항소 결정이다. FA 규정에 따르면 인종차별 행위는 최소 6경기 출전 정지 처벌을 받는다. 벤탄쿠르의 징계는 이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에도, 구단은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항소를 택한 것이다.

한편, 영국 현지에서는 토트넘이 과거 선수 비수마의 논란에는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징계를 내린 것과 비교해 이번 사건에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벤탄쿠르의 대응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그는 FA 조사에서 자신의 발언이 인종차별이 아니라 단순히 기자의 일반화된 표현을 지적한 농담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과문 역시 자신의 발언보다는 언론 보도 방식에 대한 유감을 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FA는 벤탄쿠르가 사용한 언어가 특정 인종이나 국적에 대한 모욕적인 표현이라고 판단하며 가중 처벌을 내렸다. 그럼에도 토트넘은 징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구단의 태도는 명확하고 단호해야 한다. 토트넘은 피해자인 손흥민을 보호하고 가해자인 벤탄쿠르의 문제를 바로잡는 데 집중해야 했다. 그러나 토트넘은 주장 손흥민에 대한 존중 대신 징계 경감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