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신양이 11년 만에 오컬트 영화 '사흘'을 통해 복귀했다.
12일 오후 서울 용산아이파크몰 CGV에서는 영화 '사흘'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주연 배우 박신양, 이민기, 이레, 현문섭 감독 등이 참석했다.
영화 '사흘'(감독 현문섭, 제공배급 (주)쇼박스, 제작 (주)아이필름코퍼레이션, 공동제작 메이데이 스튜디오)은 장례를 치르는 3일, 죽은 딸의 심장에서 깨어나는 그것을 막기 위해 구마의식이 벌어지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오컬트 호러 작품이다.
장례가 치러지는 3일의 제한된 시간 동안 죽은 딸을 살리려는 아빠 승도(박신양 분)와 악마를 없애려는 구마신부 해신(이민기 분), 그리고 미스터리한 존재에 잠식된 승도의 딸 소미(이레 분)의 사투를 담아 냈다. 신선한 소재와 시공간의 물리적 제한을 통해 극적인 공포감을 끌어올린다.
여기에 11년만의 스크린 복귀해 처음 오컬트 장르에 도전한 박신양과 구마사제로 변신해 사제복 자태를 보여준 이민기, 천재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며 두 사람을 흔드는 연기를 선보인 이레까지 세 배우의 만남이 기대되고 있다.
현문섭 감독은 "올해 (천만을 돌파한) '파묘'로 인해서 오컬트 장르의 붐이 일었는데, 우리 영화와 차별점이 있다면 장례 3일의 정서와 서양의 오컬트가 공존한다. 그리고 가족의 드라마가 있어서 다른 매력이 있는 드라마라고 소개해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사흘'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박신양은 "기획 시나리오를 봤을 때 두 가지 이야기가 한 영화의 시나리오에 들어 있었다. 대본 안에 재밌게도 아빠와 딸의 애틋한 감정을 다루는 휴먼 드라마, 오컬트 장르가 같이 들어 있었다. 한쪽 이야기를 다루기에도 영화 시간과 분량이 많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두 가지 장르가 묘하게 공존하고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며 "오컬트 장르는 휴먼 드라마를 다루기에 적합한 장르는 아니다. 그래서 새롭고 흥미롭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선 참고할만한 게 없었다. 각 장르는 있었지만, 어우러지는 작품이 없더라. 그걸 실제화 시키면서 모험적이고 흥미로웠고 재밌었다. 그 흥미 때문에 시나리오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민기는 "나도 오컬트는 처음하는 장르였다. 그래서 더욱 끌렸다. 오컬트 장르에 호기심도 많았고, 대본을 받고 새로운 장르, 새로운 역할에 도전할 수 있겠다 싶어서 도전했다"고 말했다.
이레는 "오컬트 장르를 좋아해서 이런저런 영화를 찾아봤는데 시나리오가 들어왔을 때 그게 깃들어 있는 역할을 맡는다고 해서 기뻤다"며 "작품에 들어가기 전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재밌고 흥미로웠다.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출연 이유를 언급했다.
구마사제 캐릭터를 맡은 이민기는 "현재는 구마를 하지만 과거의 고통이 공존하는 캐릭터다. 더 냉정할 수 있고, 간절할 수 있는 게 매력적이었다. 그걸 떠나서 이 장르와 역할에 빠져드려면 구마라는 부분에 젖어들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감독님이 이 장르에 많이 빠져 있는 분이다. 그래서 여러 영화나 책을 추천 받았고, 궁금한게 있으면 얘기도 많이 나누고, 역할에 빠질 수 있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검은 사제들' 강동원, '열혈사제' 김남길, '아일랜드' 차은우에 이어 구마사제 대열에 합류한 이민기는 "그 대열에 낄 수 있는 건 감사하다. 사실 말씀 하신 작품들 다 봤지만, 내가 따로 차별화를 하거나 그런 건 생각하지 않았다. 대본에 주어진 역할이 있고, 내가 하는 역할이 있어서 할 수 있는 역할에만 충실했다"고 답했다.
'박수건달'(2013) 이후 11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박신영은 "어떻게 하다보니 11년 만에 영화를 한다. 그 사이에 드라마를 하고 그림도 그리면서 전시도 했다. 그림을 그리는 게 많은 시간을 들이는 작업이라서 오랜만에 영화를 하게 됐다"며 "영화는 정해진 시간 안에 집중적인 이야기와 감정을 끌어내야 한다. 여전히 흥미로운 장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사실 오컬트 장르에 그닥 관심이 없었다. 먼저 찾아본다거나 좋아하는 소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다. 어떻게 보면 집중적으로 그런 영화를 찾아보면서 '이거 굉장히 흥미롭다'고 느꼈다. 이걸 감정이라고 얘기하기에는 강력한 느낌이었다. 첫 오컬트 영화 작업을 하면서 제작진과 10시간 짜리 회의를 100회 정도 한 것 같다. 상당히 회의를 많이 했다"며 노력한 점을 설명했다.
앞서 박신양은 지난 2월 방송된 tvN 예능 '유퀴즈'에서 "당분간 연기를 할 생각이 없다. 연기를 하면서 내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었다. 영화나 TV에서는 그 캐릭터로서 이야기했다. 어떻게 보면 내 생각과 느낌을 얘기할 수 없는 채로 살았다. 반면, 작가와 화가는 무조건 자기 얘기를 해야 한다. 그림으로 충분히 표현하고 있는데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다"고 선언해 은퇴설이 나온 바 있다. 영화 '사흘'도 2020년 촬영이 끝났지만, 팬데믹으로 4년간 기다리다 뒤늦게 개봉하게 됐다.
이날 박신양은 해당 질문에 "난 연기를 그만둔다고 한 적이 없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연기를 하든 그림을 그리든, 그림을 그린다고 해서 연기를 그만두는 게 아니다. 뭔가 그림을 그리냐는 질문 다음에는 자동적으로 (연기 은퇴 괌련) 그런 질문을 받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나한테는 연기하는 게 그림 그리는 것과 똑같은 행위다. 둘 다 표현을 하는 거다. 그 행위는 집에서 혼자하는게 아니고 상대방이 있는 거다. 대상이 있는 거다. 결국에는 내가 하는 표현이 누군가한테 전달이 되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행위"라며 "연기를 하는 건 어느 정도 범위가 있는 이야기가 정해져 있고, 방식도 캐릭터를 통해서 한다. 많은 사람들과 비교적 너무 무섭지 않게 소통한다. 하지만 그림은 좀 다르다. 온전하게 한 작가를 통째로 깊게 속으로 내려가서 생각의 뭔가를 끌어내서 사람들과 소통한다. 범위가 굉장히 광대하다"고 설명했다.
박신양은 "연기와 그림, 둘 중에 뭐가 더 좋냐고 하면 '그림이 좋다'고 할 것 같다. 광범위하지만 모험심을 자극하고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째로 끌어내는 장르가 뭔가 또 있을까 생각한다. 어렵지만 재밌다. 둘 다 매력적이고 좋다. 하나를 하면 하나를 포기하거나 안 하거나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며 연기 은퇴설을 일축했다.
한편 '사흘'은 오는 1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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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