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FA 시장이 연이은 선수 이적으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에 따른 연쇄 작용으로 보상선수도 3명이나 추가 이동한다.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 그리고 두산 베어스까지 3개 구단이 얽힌 머리 싸움이 시작됐다.
지난 7~8일 KBO리그 FA 시장에서 3건의 이적이 발생했다. 지난 7일 한화가 내야수 심우준(29)을 4년 50억원(계약금 24억원, 연봉 총액 18억원, 옵션 8억원)에 영입하며 연쇄 이동의 신호탄을 쐈다.
이어 8일 오전 한화는 투수 엄상백(28)도 4년 78억원(계약금 34억원, 연봉 총액 32억5000만원, 옵션 11억5000만원)에 영입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KT가 내야수 허경민(34)과 4년 40억원(계약금 16억원, 연봉 총액 18억원, 옵션 6억원) 계약 소식을 알리며 이틀 사이 3건의 굵직한 이적이 터졌다.
한화가 KT 소속이었던 심우준과 엄상백을 동반 영입한 게 특징이다. 한화가 가장 필요로 했던 선발투수와 유격수 자원이 공교롭게 모두 KT 선수들이었고, 막강한 자금력으로 빠르게 영입 완료했다.
한 팀에서 특정팀 FA 2명을 영입한 것은 이번이 5번째. 앞서 2005년 삼성이 현대 외야수 심정수(4년 60억원), 내야수 박진만(4년 39억원)을 데려온 게 최초로 2012년 롯데도 SK 투수 정대현(4년 36억원), 이승호(4년 24억원)를 영입했다. 이어 2014년 신생팀 NC가 두산 외야수 이종욱(4년 50억원), 내야수 손시헌(30)을 동시에 영입했고, 2015년에는 한화가 삼성 투수 권혁(4년 32억원), 배영수(4년 21억5000만원)와 차례로 계약한 바 있다.
2명의 내부 FA를 잃었지만 KT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후속 대처를 빠르게 했다. 주전 유격수 심우준이 빠지면서 내야가 헐거워지자 ‘플랜B’로 준비하고 있던 허경민을 즉시 영입했다. 심우준을 잡기 위해 책정한 금액을 허경민에게 썼다.
나란히 FA 이적한 심우준, 엄상백, 허경민은 모두 B등급이다. B등급 FA 선수를 영입한 팀은 25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1명과 전년도 연봉의 100% 또는 보상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의 200%를 원소속팀에 보상해야 한다. 올해 심우준은 2억9000만원, 엄상백은 2억5000만원, 허경민은 6억원의 연봉을 받았다.
일단 한화가 먼저 KT에 심우준과 엄상백에 대한 보상 절차를 밟아야 한다. 두 선수 계약이 KBO에 공시되는 날짜로부터 3일 이내로 25인 보호선수명단을 KT에 전달해야 한다. 이후 KT가 3일 이내로 보상선수를 선택하는 일정이다.
연이틀 한 팀에서 2명을 영입했지만 보상 절차는 별건으로 진행된다. 먼저 계약한 심우준의 보상 절차가 끝나면 엄상백에 대한 보상 절차로 넘어간다. 한화는 KT를 상대로 두 가지 버전의 25인 보호선수명단을 준비해야 한다.
여기에 KT가 허경민을 영입하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KT가 심우준과 엄상백의 보상선수를 지명한 뒤 두산에 허경민 보상선수를 넘겨줘야 한다. KT는 두산의 선택을 감안해 한화로부터 보상선수를 지명할 수 있다. 한화로선 KT뿐만 아니라 두산이 어떤 보강을 원할지도 시나리오에 넣고 시뮬레이션을 돌려야 한다. KT가 한화에서 뽑을 보상선수 2명은 자동 보호돼 두산이 지명할 수 없다. KT가 한화의 어떤 선수들을 데려오느냐에 따라 보호명단이 바뀔 수 있어 두산도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한화는 지난해 11월 내야수 안치홍을 4+2년 최대 72억원에 FA 영입하면서 보상선수 출혈 없이 보상금 10억원으로 막았다. 한화로부터 25인 보호선수명단을 받은 롯데가 결정 마감일까지 고심했지만 선수를 지명하지 않고 보상금만 받았다. 한화의 선수층이 약하기도 했지만 앞서 2차 드래프트로 25인 외 선수급 전력 보강이 이뤄진 영향도 있었다.
올해는 2차 드래프트가 없고, 수년간 리빌딩으로 한화 뎁스도 은근히 두꺼워져 KT는 2명의 보상선수 모두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 과감한 FA 투자로 윈나우 행보를 펼친 한화는 성적을 내는 쪽으로 기조가 이어질 상황이라 이전처럼 젊은 선수 위주로 묶을 순 없다. 그렇다고 애써 모으고 육성 중인 유망주 자원들을 쉽게 포기할 수도 없다. 현재 마무리캠프가 진행 중인 일본 미야자키에서 손혁 단장이 김경문 감독을 직접 만나 보호선수명단 논의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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