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이날을 기다렸다.”
LA 다저스 선수단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LA 시내에서 성대한 우승 퍼레이드했다. 뉴욕 양키스를 4승1패로 꺾고 구단 통산 8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지 이틀 만에 버스 8대로 나눠 LA 다운타운 거리를 행진했다.
무려 25만명의 인파가 쏟아져 나올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을 비롯해 오타니 쇼헤이, 프레디 프리먼, 무키 베츠, 워커 뷸러 등 다저스 우승 주역들이 LA 시민들과 기쁨을 나눴다. 다저스타디움 홈구장에서 마무리된 이날 축하 행사에서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이 바로 투수 클레이튼 커쇼(36)였다.
2020년에 이어 두 번째 월듸리즈 우승이지만 4년 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우승 퍼레이드를 펼칠 수 없었다. 이번에는 25만명 대규모 인파 속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LA타임스’를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커쇼는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것 중 최고의 순간이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본 적이 없다. 모두 다저스 팬이다”고 감격하며 “와주신 모든 팬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그동안 힘든 일을 겪은 만큼 팬들이 행복해하고, 함께 축하할 수 있는 건 정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커쇼는 올해 우승 주역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왼쪽 어깨 관절와상완 인대와 관절낭 복구 수술을 받아 재활하면서 7월말에야 시즌을 시작했다. 복귀 후 7경기(30이닝) 2승2패 평균자책점 4.50 탈삼진 24개로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다. 8월3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왼쪽 엄지발가락 부상으로 교체됐고, 시즌 마지막 등판이 됐다. 통증을 참고 뛰었지만 악화됐고, 포스트시즌 복귀를 위해 노력했으나 회복이 되지 않았다.
비록 팀 전력이 되지 못했지만 커쇼는 포스트시즌 내내 선수단과 동행하며 응원단장 역할을 했다. 다저스가 시리즈를 통과할 때마다 웃통을 벗고 샴페인 파티를 했다. 자신의 힘으로 만든 우승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진심으로 기뻐했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다저스에만 17년째 몸담고 있는 원클럽맨으로서 팀에 대한 애정이 그만큼 크다.
다저스타디움에서 이어진 우승 축하 행사에서 커쇼는 ‘영원한 다저맨’을 선언했다. 마이크를 잡은 커쇼는 “오랫동안 이날을 기다려왔다. 지금 다른 곳에 있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여기 있는 이 그룹보다 더 좋은 사람들은 없다. 난 이번 우승에 한 게 없지만 여러분과 함께 축하할 수 있어 세상에서 가장 기분이 좋다. 두 번의 우승을 했고, 앞으로 더 많은 우승이 기다리고 있다”며 “사랑하고, 감사하다. 영원한 다저!”라고 팬들을 향해 외쳤다.
커쇼는 지난 2월 스프링 트레이닝을 앞두고 다저스와 1+1년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보장 연봉은 500만 달러로 2025년 선수 옵션 실행시 최대 1000만 달러가 되는 조건이다. 내년 계약 선택권은 커쇼에게 있지만 FA 대신 잔류 의지를 드러냈다. 2022~2023년 2년 연속 1년 계약을 맺고 FA가 될 때마다 ‘고향팀’ 텍사스 레인저스 이적설이 나왔지만 이번에는 커쇼 스스로 일찍 선을 그었다.
이번 우승으로 팀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진 듯하다. 이제는 다저스에 완전히 뼈를 묻을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이맘때는 은퇴설도 나왔지만 커쇼는 내년 시즌 선수로 돌아오기 위해 왼쪽 엄지발가락, 무릎 수술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즌 아웃의 원인이었던 엄지발가락뿐만 아니라 무릎도 반월상 연골이 좋지 않아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태로 나타났다.
그는 “발도 고치고, 무릎도 고쳐야 한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려고 한다. 정확한 일정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일단 수술을 하고 문제를 해결한 다음 일정을 파악해야 할 것 같다”며 큰 수술이 아니라 목발을 짚는 시간이 길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내년 시즌 다저스 복귀 의지를 드러낸 커쇼는 “오늘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야구는 그저 게임일 뿐인데 주위를 둘러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야구는 단순한 게임일 수 있지만 다양한 사람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 나도 다르지 않다”고 야구에 애정을 표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