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가 다시 한번 센터백 듀오를 잃게 될까. 미키 반 더 벤(23)이 눈물을 흘리며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크리스티안 로메로(26)도 어딘가 불편한 모습이었다.
토트넘 홋스퍼는 31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 4라운드(16강)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2-1로 꺾고 8강에 올랐다.
이로써 무관 탈출 가능성을 조금은 키운 토트넘이다. EFL컵은 잉글랜드에서 가장 비중이 적은 대회인 만큼 올 시즌 토트넘이 참여하는 프리미어리그(PL)나 FA컵,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보다는 관심도가 떨어진다. 토트넘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으로 노려볼 만한 대회인 셈.
주장 손흥민은 이번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달 카라바흐전에서 허벅지 뒤쪽에 부상을 입었다. 햄스트링 부상인 만큼 조심스럽게 관리했고, 한국 축구대표팀에도 합류하지 않은 채 런던에서 재활에 집중했다. 토트넘도 손흥민 없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페렌츠바로시, 브라이튼전을 치러야 했다.
손흥민은 지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전을 통해 화려하게 돌아왔다. 그는 상대 골키퍼의 자책골을 유도한 데 이어 리그 3호 골까지 터트리며 복귀를 알렸다. 다만 통증이 재발해 알크마크전과 크리스탈 팰리스전에 결장했고, 이번 경기도 명단 제외됐다. 다행히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에 따르면 주말에 열리는 아스톤 빌라전에는 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트넘은 4-3-3 포메이션을 택했다. 티모 베르너-도미닉 솔란케-브레넌 존슨, 데얀 쿨루셉스키-로드리고 벤탄쿠르-파페 사르, 미키 반 더 벤-라두 드라구신-크리스티안 로메로-아치 그레이,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선발로 나섰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선제골이 나왔다. 토트넘은 전반 5분 후방에서 맨시티의 압박을 풀어내며 빠른 공격에 나섰다. 쿨루셉스키가 우측에서 공을 잡았고, 반대편 공간으로 날카로운 땅볼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베르너가 정확한 슈팅으로 연결하며 선제골을 터트렸다.
두 번째 골도 토트넘의 몫이었다. 전반 25분 코너킥을 짧게 처리한 뒤 쿨루셉스키가 크로스 대신 백패스했다. 이를 받은 사르가 멋진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2-0을 만들었다.
반격에 나선 맨시티가 한 골 따라잡았다. 전반 종료 직전 사비우가 우측에서 공을 잡은 뒤 반대편으로 크로스했다. 쇄도하던 마테우스 누네스가 토트넘 수비 방해 없이 그대로 슈팅했고, 드디어 비카리오를 뚫어내며 만회골을 뽑아냈다. 전반은 토트넘이 2-1로 앞선 채 마무리됐다.
토트넘은 후반에도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며 맨시티의 공세를 막아내는 데 집중했다. 경기 막판엔 이브 비수마가 골라인 앞에서 슈팅을 막아내며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결국 토트넘은 맨시티를 무너뜨리고 대회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하지만 토트넘은 마음껏 웃지 못했다. 센터백 두 명이 나란히 부상 의심으로 교체됐기 때문. 반 더 벤은 전반 10분 사비우와 경합한 뒤 오른쪽 허벅지 뒤쪽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부상 악재가 발생했다. 토트넘이 맨시티의 공세를 막아내고 있던 전반 10분 반 더 벤이 사비우와 경합하다가 오른쪽 허벅지 뒤쪽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결국 그는 울상인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데스티니 우도기가 투입됐다.
파트너 로메로도 후반전 교체됐다. 그는 후반 7분 벤 데이비스와 교체되며 벤치로 물러났다. 데이비스는 중앙 수비수도 볼 수 있긴 하지만, 원래 포지션은 왼쪽 수비수다. 그만큼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급하게 로메로를 뺐다고 봐야 한다.
반 더 벤과 로메로는 공격적인 포스테코글루 축구를 가능케 하는 핵심 자원이다. 반 더 벤은 지난 시즌 최고 35.9km/h의 순간 속도를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고 스피드를 자랑했고, 로메로도 뛰어난 태클 능력과 경합 능력으로 뒷문을 지키고 있다. 실제로 토트넘은 지난 시즌 두 선수가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연패에 빠지며 무너진 바 있다.
경기 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반 더 벤과 로메로의 몸 상태를 전했다. 그는 "반 더 벤은 햄스트링에 무언가를 느꼈다. 아직 그에 대한 전체적인 업데이트는 없다. 하지만 그는 확실히 무언가 느꼈다. 그가 어떤지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로메로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것으로 보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로메로는 조금 피곤했다. 원래 하프타임에 그를 교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반 더 벤을 잃은 후 또 다른 센터백을 잃고 싶지 않았다"라며 "로메로는 괜찮다고 했다. 그러나 내 직감에 따라 데이비스가 있었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만약 반 더 벤이 햄스트링 부상이라면 그야말로 비상이다. 그는 워낙 폭발적인 스프린트를 자주 시도하는 만큼 지난 시즌에도 햄스트링을 다쳐 자리를 비우곤 했다. 게다가 울먹이며 경기장을 빠져나간 만큼 팬들의 우려가 크다.
에버튼 출신 레온 오스만은 'BBC 라디오'를 통해 "햄스트링은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 그건 나아질 수 없고, 오직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지금 토트넘 팀을 보면 반 더 벤은 거의 틀림없이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잃지 않고 싶은 선수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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