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포수 강민호(39)는 올 시즌 내내 “한국시리즈 냄새라도 맡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럴 만도 했다. 지난 2004년 프로 데뷔 후 1군 통산 2369경기에 출장하며 프로야구 최다 출장 기록을 세웠지만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출장 기록이 없었기 때문.
롯데 자이언츠에서 2011년과 2012년 그리고 2021년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지만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삼성 이적 후 2021년 플레이오프에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올 시즌 136경기에 나서 타율 3할3리(403타수 122안타) 19홈런 77타점 48득점 3도루로 빼어난 활약을 펼쳤고 주전 포수로서 투수들을 잘 이끌었다. 야수진의 ‘맏형’으로서 팀 분위기를 이끄는 역할도 잘 해냈다.
박진만 감독도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강민호가 베테랑으로서 팀 분위기를 잘 잡아줬다. 강민호가 주장 구자욱에게 많은 힘을 실어주면서 구자욱도 선수단 중간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대로 분위기를 다잡아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민호의 간절한 바람대로 삼성은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나 KIA 타이거즈의 벽을 넘지 못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한국시리즈 5차전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강민호는 “기분이 좋지 않다. 더 준비 잘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눈에선 굵은 눈물이 뚝뚝 흘렀다.
오른쪽 햄스트링 통증을 참아가며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안방을 지켰던 그는 더 이상 경기에 나설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악화되어 5차전 내내 벤치를 지켰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무대니까 솔직히 아픈 건 필요 없다. 분한 마음이 정말 큰데 준비 잘해서 내년에 반드시 복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그는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제가 좋은 팀원을 만나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제 (올 시즌이) 끝났으니 잘 쉬고 내년 준비 잘해서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또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게 꿈이었는데 막상 오니까 더 큰 꿈이 생기더라. 역시 사람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 은퇴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마지막에 챔피언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강민호는 팬들의 한결같은 성원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진심으로 너무 감사드린다. 힘들었을 때 항상 야구장을 가득 채워주신 팬들 덕분에 저희가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어떻게든 보답하기 위해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