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프 VS 슬로트, 과연 누가 더 지도력이 뛰어날까? [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4.10.31 08: 26

리버풀 FC는 잉글랜드 프로축구계의 전통 명가다. 풋볼리그 1부 시절(1888~1992년) 최다 우승(18회)이 입증하듯, ‘축구 천하’를 호령하는 최강으로 군림했다.
그랬던 리버풀은 1990년대 이후 좀처럼 우승과 연(緣)을 맺지 못했다. 1989-1990시즌을 끝으로 정상에 올라서는 영광을 누리지 못했다. 1992-1993시즌 개혁의 거센 물결을 받아들여 출범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체제에서, 변죽을 울리는 데 그쳤다. 비록 우승을 넘보는 강호로서 손꼽히긴 했어도, 정상을 밟기엔 1%가 부족했다. 마지막 눈동자를 찍지 못하고 준우승에 그치며 회한의 눈물을 네 번씩(2001-2002, 2008-2009, 2013-2014, 2018-2019시즌)이나 흘려야 했다.
패권에 맺힌 한은 30년 만에 풀렸다. 2019-2020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3연패를 저지하며 드디어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EPL 역사에 새겨질 만한 뜻깊은 등정이었다. 만약 이 시즌에도 맨체스터 시티가 우승했더라면, 7연패라는 엄청난 ‘대사건’이 일어났을지 모른다. 3연패가 좌절된 맨체스터 시티가 이후 2020-2021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4연패의 개가를 올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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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의 숙원을 씻어 낸 주인공은 ‘The Reds(리버풀 별칭)’를 이끌었던 위르겐 클로프 감독(57)이었다. 2015년 10월, 리버풀 지휘봉을 잡은 클로프 감독은 ‘The Sky Blues(맨체스터 시티 별칭)’의 전성시대를 창출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53)의 유일한 대항마로 자리매김할 만큼 역량을 높게 평가받았다. 그에 걸맞게 맨체스터 시티의 ‘절대체제’를 허물고 울린 승전고가 2019-2020시즌 우승이었다.
‘돌연’이었다. 지난 1월, 클로프 감독은 갑작스레 “2023-2024시즌이 끝나면 사령탑에서 물러나겠다”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5월 19일(현지 일자), 지난 시즌 최종 38라운드(울버햄프턴 원더러스·2-0 승)을 마지막으로, 9년간의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팬들의 간절한 구애와 구단의 만류도 클로프 감독의 결단을 되돌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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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프 감독의 지휘봉을 물려받은 인물은 아르너 슬로트 감독(46)이었다. 슬로트 체제 출범 시, 그의 지휘력에 대한 지배적 시각은 의문부호였다. 감독 대행(2016~2017년·SC 캄뷔르)을 거쳐 2019년에야 비로소 꼬리표를 떼고 정식으로 대권(AZ 알크마르)을 잡았을 만치 지도자 경력이 일천한 데서 비롯한 의문표였다. 더구나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에서만 쌓은, 유럽 5대 리그에선 전혀 경험이 없는 지도자 경력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리라 예상됐다.
그러나 기우였다. 2024-2025시즌 대장정(38라운드)의 ¼에 가까운 9라운드를 소화한 10월 31일 현재, 슬로트 감독은 그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순풍에 돛 단 항해를 거듭하고 있다. 7승 1무 1패(승점 22)로 2위다. 선두 맨체스터 시티(7승 2무·승점 23)에 단 1점 차다. 5연패에 도전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야망을 꺾을 유일한 대항마는 리버풀밖에 없는 초반 형세를 연출한 슬로트 감독이다.
또한, 슬로트 감독은 클로프 감독의 약점을 치유한 듯한 인상을 풍기는 데서 더욱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클로프 감독은 리버풀을 이끌던 시절에 우승권에 포진한 톱 6를 상대로 그다지 강한 면모를 보이지 못하는 ‘고질’에 시달리며 정상을 눈앞에 두고 물러서곤 했다.
톱 6에 약했던 클로프의 아킬레스건 극복한 듯한 ‘슬로트 돌풍’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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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022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3시즌 동안, 곧 클로프 감독이 사령탑에서 지휘하던 시절, 리버풀은 1~6위 팀과 벌인 경기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매 시즌 전체 경기에서 보인 성적과 대비하면 확연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해당 세 시즌에 톱 6를 상대한 30경기에서, 리버풀은 11승 3무 13패에 그쳤다. 승수보다 패수가 많은 데서 쉽게 엿볼 수 있는 흉작이다. 경기당 승점은 1.53이었고, 승률은 37%로 저조했다. 반면 패배율은 43%나 됐다(표 참조).
외연을 전체로 넓히면 더욱 분명해지는 ‘강팀에 약하고, 약팀에 강한’ 사실이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에, 경기당 승점은 2.11로 0.58 높았다. 승률도 25%가 높아져 62%에 이르렀다. 반면 패배율은 18%가 낮아져 25%를 보였다.
아직 시즌 초반부이긴 해도, 슬로트 감독은 이런 고질을 어느 정도 치유한 느낌을 자아낸다. 9경기를 소화하면서, 전체를 상대한 성적과 전통적 빅 6와 맞붙은 성적이 아주 엇비슷하다. 경기당 승점은 2.44-2.33, 승률은 78-66%, 패배율은 11-0%로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은 모양새를 그리고 있다. 특히, 무엇보다도 빅 6 상대 패배율은 0이라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이번 시즌, 슬로트 감독은 고비가 되리라 예상됐던 전통적 강호와 맞겨룸에서 2승 1무를 올렸다. 첫 고비였던 3라운드 어웨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9월 24일) 쾌승(3-0)에서 올린 기세를 8라운드 홈 첼시전(10월 20일·2-1 승)과 9라운드 어웨이 아스널전(10월27일·2-2 무)에서도 그대로 이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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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정도로, 슬로트 감독의 순항을 이야기하기엔 시기상조라 할 수 있다. 올해가 가기 전, 11라운드 홈 애스턴 빌라전(11월 9일)→ 13라운드 홈 맨체스터 시티전(12월 1일)→ 14라운드 어웨이 뉴캐슬 유나이티드전(12월 4일)→ 17라운드 어웨이 토트넘 홋스퍼전(12월 22일)에서, 슬로트 감독이 어떻게 암초를 헤쳐 나가느냐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슬로트 돌풍’이 과연 언제까지 위력을 발휘하느냐가 흥밋거리로 떠오른 2024-2025시즌이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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