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니시우스 아니라고? 안 가' 레알 마드리드, 발롱도르 시상식 전원 보이콧..."이건 축구 정치다" 반발
OSEN 고성환 기자
발행 2024.10.29 12: 50

레알 마드리드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24)의 발롱도르 수상 불발에 분노했다. 시상식 단체 불참에 이어 소셜 미디어로도 불만을 토해냈다.
프랑스 축구 잡지 '프랑스 풋볼'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샤틀레 극장에서 2024 발롱도르 시상식을 열었다. 발롱도르는 직전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축구선수가 받을 수 있는 가장 명예로운 트로피다.
수상자는 바로 로드리였다. 그는 지난 시즌 맨시티 유니폼을 입고 50경기에 나서서 9골 14도움을 기록했고, 맨시티 중원을 이끌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축구에서 없어선 안 될 선수임을 증명했다. 맨시티는 로드리의 활약에 힘입어 역사상 최초로 프리미어리그(PL) 4연패라는 대기록을 썼다.

로드리의 출전은 맨시티가 지지 않는다는 공식이나 다름 없었다. 지난 시즌 맨시티는 로드리가 선발로 뛴 지난 48경기에서 연속으로 패하지 않았다. 반면 그가 빠진 경기에서는 5경기에서 4패를 기록했다.
로드리는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지난여름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에서 조별리그 3차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 선발 출전했고, 중원을 휩쓸며 스페인 대표팀을 정상으로 안내했다. 로드리는 결승전에서 부상으로 이르게 교체됐지만, 대회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그 결과 로드리는 생애 첫 발롱도르까지 손에 넣으며 꿈을 이뤘다. 전방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상태인 그는 목발을 짚고 시상식에 나타났고, '라이베리아 축구 전설' 조지 웨아로부터 발롱도르를 건네받았다. 로드리는 최초의 1990년대생 발롱도르 수상자로 등극하면서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없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사실 가장 유력한 발롱도르 후보는 로드리가 아닌 비니시우스였다. 그는 일찌감치 발롱도르 수상 후보 1순위로 거론됐다. 지난 시즌 리그 26경기에서 15골 6도움을 올리며 레알 마드리드의 라리가 우승에 힘을 보탰다. 또한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10경기 6골 5도움을 터트리며 팀에 15번째 빅이어(UCL 우승 트로피)를 선물했다.
특히 비니시우스는 중요한 순간 반짝였다. 그는 맨체스터 시티와 UCL 8강 1차전에서 2도움을 올렸고, 4강에서도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펄펄 날았다. 1차전에선 멀티골을 터트렸고, 2차전에서도 드리블 돌파 8회를 기록하며 상대 수비를 뒤흔들었다.
비니시우스는 대망의 결승전에서도 '강심장' 면모를 자랑했다. 그는 도르문트를 상대로도 득점포를 가동하며 다시 한번 UCL 우승의 주역이 됐다. 비니시우스는 39경기 24골 11도움과 라리가, UCL,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3관왕'으로 2023-2024시즌을 마무리했다.
스페인 현지에서는 이미 지난달부터 비니시우스의 발롱도르 수상이 확정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비니시우스는 물론이고 레알 마드리드 모두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는 소문도 등장했다. 각종 베팅 업체들도 그의 수상 가능성을 더 높게 내다봤다.
하지만 비니시우스는 2위에 이름을 올리며 발롱도르 트로피를 로드리에게 내줬다. 만약 그가 받았다면 최초의 1990년대생 수상자보다 2000년대생 수상자가 더 빨리 등장할 수 있었지만, 영예의 주인공은 로드리였다.
비니시우스는 목발을 짚고 참석한 로드리와 달리 시상식에 아예 불참했다. 비니시우스뿐만 아니라 레알 마드리드 전체가 시상식을 보이콧했다. 발롱도르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주드 벨링엄, 킬리엄 음바페와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도 나타나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AFP 통신'을 통해 "수상 기준이 비니시우스를 수상자로 뽑지 않는다면, 같은 기준에서 카르바할을 수상자로 지목해야 한다.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발롱도르와 UEFA가 레알 마드리드를 존중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는 존중받지 못하는 곳에 가지 않는다"라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다만 레알 마드리드는 발롱도르 수상자를 12번이나 배출하며 바르셀로나와 함께 역대 최다 횟수를 자랑하는 팀이다. 당장 2022년에도 카림 벤제마가 영광의 주인공이 됐다. 레알 마드리드가 차별당했다기보다는 비니시우스가 브라질 대표팀을 이끌고 코파 아메리카에서 8강 탈락한 게 치명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매체에 따르면 레알 마드리드 측은 비니시우스가 실력이 아닌 축구 외적인 요소에서 밀렸다고 믿고 있다. 그가 꾸준히 호소해 오던 인종차별 피해의 연장선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도 입을 열었다. 에두아르도 카마빙가는 소셜 미디어에 비니시우스와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축구는 정치가 아니다. 너는 세계 최고의 선수이며 그 어떤 상도 다르게 말할 수 없다. 사랑한다 형제여"라고 적었다. 이외에도 안드리 루닌, 페데르코 발베르데, 오랠리엥 추아메니, 에데르 밀리탕 등이 최고의 선수는 비니시우스라는 내용의 격려글을 올렸다.
비니시우스도 침묵을 깼다. 그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필요하다면 10배로 하겠다. 그들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자신은 발롱도르를 받아 마땅한 활약을 펼쳤으나 투표에서 억울한 피해를 받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레알 마드리드는 이날 시상식에서 3개의 상을 받았다. 음바페가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과 함께 최다 득점자에게 주어지는 '게르트 뮐러상'을 받았고, 올해의 팀도 수상했다. 안첼로티 감독도 요한 크루이프 상(올해의 감독)을 거머쥐며 최고의 감독으로 뽑혔다. 그러나 모두 불참했기에 현장에서 상을 건네받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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