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이 이래 없나.”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머12 야구대표팀의 4일차 훈련. 이날 역시 ‘수장’ 류중일 감독의 고민은 선발투수였다. 전날 첫 휴식일을 맞아 어깨 관절이 손상된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팔꿈치를 다친 손주영(LG 트윈스)이 빠진 자리를 두고 장고를 거듭했지만,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류 감독은 “일단 (원)태인이는 빠져야할 거 같다. 대체 선수를 고민 중에 있다”라며 “선발이 현재 4명(고영표, 곽빈, 엄상백, 최승용) 뿐이다. 1명이 더 있어야하는데 딱히 없어 고민이다. 만일 뽑는다면 한국시리즈 중인 KIA, 삼성 소속 선수들을 뽑아야한다. 그런데 대상이 마땅치 않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류중일호 선발진은 기존 국가대표였던 문동주(한화 이글스)가 부상, 박세웅(롯데 자이언츠)이 기초군사훈련으로 빠진 상황이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올해 좋은 활약을 펼친 손주영, 원태인마저 부상 이탈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했다.
대표팀은 프리미어12에서 대만, 쿠바, 일본, 도미니카공화국, 호주와 총 5경기를 치른다. 13일 대만, 14일 쿠바, 15일 일본, 16일 도미니카공화국, 18일 호주를 차례로 만나는 일정이다. 5선발이 확실하게 갖춰지면 1명씩 한 경기를 맡으면 되지만, 4명일 경우 13일 대만전 선발이 나흘 휴식 후 18일 호주전을 맡아야 한다.
최초 발표된 예비 엔트리 35인에서 선발 자원은 고영표, 엄상백(이상 KT 위즈), 곽빈, 최승용(이상 두산 베어스), 원태인, 손주영 등 6명이었다. 그 가운데 2명이 낙마하면서 4명밖에 남지 않게 됐다.
류 감독이 선발진에 큰 우려를 표한 건 아시안게임과 달리 같은 조에 ‘약체’로 평가받는 팀이 하나도 없기 때문. 개최국 대만을 비롯해 NPB 선수들이 총 출동하는 일본, 미국 마이너리그 및 NPB 선수들이 대거 포함된 쿠바와 도미니카공화국 등 만만한 상대가 없다. 그나마 호주가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인데 대표팀은 2023년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호주에 충격패를 당한 쓰라린 기억이 있다.
그러면서 언급된 선수가 한국시리즈에 참가 중인 KIA 에이스 양현종이었다. 1988년생인 양현종은 올해 나이 36살의 베테랑 좌완투수이지만, 올 시즌도 29경기 11승 5패 평균자책점 4.10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171⅓이닝을 소화하며 2014년부터 11시즌 연속 170이닝 금자탑을 세웠다.
대구 사투리로 “선발이 이래 없나”라며 한숨을 쉰 류 감독은 취재진에 “양현종이 올해 몇 살이죠”라고 물은 뒤 “고민을 하고 있다. 쿠바와의 평가전(11월 1일) 전까지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양현종이 대표팀에 승선할 가능성은 낮다. 대표팀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부터 ‘리빌딩’을 외치며 엔트리 대다수를 어린 선수들 위주로 선발하고 있다. 대표팀의 최종 목표는 오는 2026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2028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성적을 내는 것이다. 양현종이 다시 거론될 정도로 선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대표팀이다.
또 다른 후보로는 삼성 좌완투수 이승현과 플레이오프를 끝으로 가을야구를 마친 LG 토종 에이스 임찬규가 거론된다. 좌완 이승현은 이날 한국시리즈 5차전 선발이기도 하다.
류 감독은 “이승현은 오늘 5차전 등판 내용을 한 번 보겠다”라고 웃으며 “후보군을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다. 현장과 전력강화위원회가 계속 여러 선수를 살피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모든 전제조건은 이날 5차전이 거행되는 한국시리즈에서 부상자가 추가로 발생하면 안 된다. 류 감독은 “시리즈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부상자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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