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투수진에서 애를 먹었다. 시즌 도중 핵심 역할을 해줘야 했던 투수진이 부상과 부진, 그리고 개인사 등으로 줄줄이 낙마했다.
2군에서 투수들을 불러 올려야 했지만 1군에서 이들에게 큰 기대를 걸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기대 이상의 역할을 했다. 롯데가 올 시즌을 버티게 한 원동력을 제공했다.
나균안 이인복 선발진이 차례로 낙마한 상황에서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고 올라온 김진욱은 결국 올 시즌 끝까지 선발진에서 완주했다. 19경기(18선발) 84⅔이닝 4승3패 평균자책점 5.31의 성적을 기록했다. 2021년 입단해 올해 4년차에 접어들면서도 온전히 자리를 잡지 못했던 김진욱은 올해 선발 투수로 가능성을 보여준 한 해가 됐다.
박진도 또 다른 수확이다. 2019년 입단한 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올해 1군 스프링캠프부터 합류해서 꾸준히 1군에 모습을 드러냈고 38경기 49⅓이닝 2승4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4.38의 성적을 기록했다. 추격조와 필승조, 마무리, 그리고 시즌 막판에는 선발 투수로도 나서며 가능성을 비췄다. 여기에 육성선수 포수로 입단한 뒤 방출과 재입단, 그리고 투수로 전향해 1군에 오른 김강현도 26경기 25⅓이닝 평균자책점 3.55의 성적을 남겼고 좌완 송재영도 19경기 1패 1세이브 3홀드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10.80이었지만 23세 이하 야구월드컵 대표팀에 차출되기도 하는 등 좌완 불펜의 희망이 됐다.
이렇든 롯데는 2군에서 5명의 투수들을 성장시켜서 1군으로 올려 보냈다. 2군의 역할을 비교적 잘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롯데는 2군에서 또 다른 선발 후보를 키워내고 있고 2025년을 기대케 하고 있다.
개성고를 졸업하고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 전체 61순위로 지명된 이병준(22)이 그 주인공이다. 우완 스리쿼터 유형의 선수로 올해 1군에서 17경기 49⅔이닝 5승 무패 평균자책점 3.44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닝 당 1개가 넘는 51개의 탈삼진을 기록했고 19개의 볼넷을 내줬다.
사실 이병준은 제구력이 좋은 투수가 아니었다. 2021년 데뷔시즌 2군에서 11이닝 동안 11개의 볼넷을 내줬다. 개성고 3학년 때는 7경기 12⅔이닝을 던져서 볼넷 17개, 사구 7개를 헌납했다. 한때 1차 지명 후보로도 꼽혔던 선수가 7라운드까지 지명 순위가 밀린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병역 문제도 해결한 뒤 맞이한 올해, 그것도 후반기 선발 전향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 8월 28일 삼성과의 퓨처스리그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 1볼넷 1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챙겼다. 이후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해 선발 투수로 긴 이닝을 던지는 데 적합하다는 것을 과시했다.
선발 전향 이후 6경기 31이닝 3승 평균자책점 1.16의 성적. 39탈삼진에 5볼넷 4사구의 특급 성적을 기록했다. 이닝 당 1개가 넘는 탈삼진 비율을 유지하면서 9이닝 당 1.45개의 볼넷만 내주는데 그쳤다. 제구력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임경완 투수코치는 “최고 150km의 공을 던지는 투수인데 제구 때문에 공을 강하게 던지지 못했다. 138km까지 구속이 떨어졌다”라면서도 “이제는 눈을 뜬 것 같다. 공을 때리면서 150km에 가까운 구속을 던진다. 제구도 좋아졌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세를 울산-KBO Fall League까지 이어왔다. 지난 25일 LG 트윈스와의 교육리그에서 6이닝 3피안타 무4사구 9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며 향후 모습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올해 김진욱이 2군에서 차근차근 선발 수업을 받으면서 1군에 안착한 것처럼 이병준도 시즌 막판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1군 기회는 없었지만 추후 1군 5선발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 근거는 충분하다.
단, 1군에서도 과감했던 자신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1군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기회였던 지난 14일 KIA 타이거즈와의 광주 연습경기에서는 볼넷 2개를 내주는 등 1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됐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