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축배는 하루면 족하다...해피엔딩 맏형리더십, 타이거즈 왕조 재창업해야 명장이다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4.10.29 08: 40

맏형리더십의 성공이었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42)이 부임 첫 해 통합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2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7-5로 역전승을 거두고 시리즈 4승1패로 우승했다. 9경기 차로 여유있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철저한 준비와 빈틈없는 경기운영으로 통산 12번째 불패의 우승 신화를 이어갔다. 
이범호 감독의 등장은 갑작스러웠다. 지난 1월 말 호주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전임 김종국 감독이 뒷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격 경질됐다. 타격코치로 캠프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던 도중 구단의 정식 요청을 받아 11대 감독에 취임했다. 사상 초유의 스프링캠프 도중 감독교체였다. 

선수시절부터 주장으로 리더십을 보여왔고 2군 총괄코치(감독)로 2년동안 선수지도 경험을 축적했다. 2023년부터 1군 타격코치로 올라 공격력 강화에 탁월한 성과를 올렸다. 구단은 선수들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이 감독에게 중책을 맡겼다. 외부감독이 부임하면 선수 파악하느라 한시즌을 날릴 수 있었다. 이미 우승권 전력을 구축한 만큼 이 감독은 초보였지만 최적의 후보였다.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이 감독이 부임하자 선수들이 대환영을 했다. 선수 시절 후배들에게 조언도 해주고 밥턱도 내면서 마음을 잘 어루만져주는 맏형이었다. 그런 맏형이 감독이 됐으니 자연스럽게 "감독을 위해 우승하자"는 한마음이 형성됐다. 당연히 팀워크는 더욱 탄탄해졌고 빠르게 팀을 안정시켰다. 오랜시간 타이거즈에서 뛰면서 선수들의 장단점, 성격까지 100% 꿰뚫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강요와 지시보다는 선수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리더십을 보였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최적의 몸상태에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김도영이 개막후 부진에 빠져도 개의치 않고 "4월이면 올라온다"며 계속 출전시켰고 38홈런-40도루의 엄청난 성적을 이끌었다. 시준중 여름에 약한 김선빈의 훈련도 자율에 맡겼다. 체력을 잘 조절해 3할2푼9리의 높은 타율로 나타났다. 변우혁에게는 "더 잘할 수 있는데 안한다"며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리더십이다. 
야구 스타일은 최다 만루홈런 보유자답게 빅볼을 추구했다.  보내기 번트는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잘 대지 않았다. 그만큼 KIA 타선의 힘이 강하다는 점을 최대한 이용했다. 공격의 주도권을 선수들에게 맡겼고 힘으로 상대를 눌렀다. 팀 타율 3할1리와 팀 OPS 0.828라는 압도적인 공격력을 이끌어냈다. 물론 한 점 싸움인 한국시리즈에서는 초반에 번트를 대는 등 유연한 경기운영으로 대권을 거머쥐었다.  
신인 감독이 부임 첫 해 정규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통합 우승을 차지한 전례는 흔치 않았다. 선동열 전 삼성 감독(2005년)과 류중일 전 삼성감독(2011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 기록이다. 첫 우승과 함께 명장으로 가는 길목에 발을 디뎠다. KIA 전력은 내년에도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우승의 축배는 단 하루면 족하다. 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2연패와 함께 타이거즈왕조 재창업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진정한 명장이 될 것이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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