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농구팬들이 경기장에서 K-POP을 듣고 삼겹살을 먹었다. ‘국가대표 포워드’ 양재민(25, 센다이) 덕분이다.
양재민이 소속된 센다이 에이티나이너스는 26일 센다이시 카메이 아레나에서 개최된 ‘2024-25시즌 일본프로농구 B리그 정규시즌 8라운드’에서 고시야 알파즈와 2차 연장전 접전 끝에 87-78로 이겼다. 개막 후 6연패 부진에 빠졌던 센다이는 최근 2연승을 달리며 반등에 성공했다.
주전 포워드로 나선 양재민은 전반전 파울트러블에 걸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는 4쿼터 막판 귀중한 3점슛을 림에 꽂았다. 경기가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양재민은 연속 스틸에 성공하며 수비에서 활약했다. 양재민이 1차 연장전서 5반칙 퇴장을 당했지만 센다이는 2차 연장전서 이겼다.
이날 승리가 의미있는 이유는 또 있었다. 센다이가 2년 연속 ‘한국의 날’을 개최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날을 맞아 K-푸드를 일본팬들에게 소개하는 코너가 열렸다. 센다이는 농심재팬의 후원으로 입장객 전원에게 신라면을 제공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일본에서 한국드라마가 유행이다보니 신라면을 모르는 관중이 없었다.
경기장 내에서 삼겹살, 떡볶이, 잡채, 컵라면 등 한국음식을 파는 코너도 생겼다. 양재민이 직접 광고하는 삼겹살 덮밥은 인기메뉴였다. 기자도 천엔을 주고 직접 양재민 삼겹살 덮밥을 사먹었다. 밥 위에 삶은 고기와 쌈장, 시금치, 김치를 얹었다. 농구장에서 한끼 식사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센다이는 선수들을 모델로 활용한 음식메뉴를 개발해서 판매한다. 미국선수들은 피자와 햄버거, 핫도그 모델로 활약했다. 일본선수들을 모티브로 주먹밥 등 일본음식을 개발했다. 인기선수인 양재민은 딸기 꽈베기 등 디저트도 팔았다.
일본은 NBA처럼 농구장 안에서 음주가 자유롭게 허용되는 것도 특이했다. 곳곳에서 ‘비어걸’들이 관중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맥주를 팔았다. 큰 한 잔에 750엔(약 6800원)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관중들이 쉴 새 없이 비어걸을 불렀다. 코트사이드에는 바가 있어서 하이볼 등 칵테일까지 직접 제조해서 팔았다.
먹고 마시면서 흥도 돋웠다. 이날 경기장에 쉴새없이 K-POP이 울러퍼졌다. 요즘 일본에서 인기 있는 뉴진스, 아이브, 블랙핑크, 에스파, BTS 등의 노래가 나왔다. 특히 최근 차트를 점령하고 있는 로제의 APT가 나왔을 때 일본 팬들이 떼창까지 해서 기자도 깜짝 놀랐다. 2000년대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카라, 빅뱅, 소녀시대의 노래도 나왔는데 팬들이 매우 기뻐했다. 한국문화가 가진 힘은 어마어마했다.
팬들은 자기가 가치를 부여하는 재화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기꺼이 지갑을 연다. 한류문화의 붐은 결국 엄청난 소비로 연결됐다. 일본팬들이 한국의 음식을 먹고 한국가수 음악을 즐기면서 굿즈까지 소비했다. ‘한국의 날’을 맞아 선수들의 이름을 한글로 표기한 한정판 굿즈가 발매됐다. 팬들이 줄을 서서 구매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그중에서 양재민 머플러는 조기에 매진사태도 벌어졌다.
센다이 구단 관계자는 “양재민은 초인기 선수다. 양재민을 영입한 뒤 매년 한국의 날을 개최하고 있다. 다행히 반응이 좋다”며 기뻐했다. 김요섭 주센다이 대한민국 총영사까지 경기장을 방문할 정도로 ‘한국의 날’은 지역의 대표적인 한일교류 중요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자칫 잔칫날에 센다이가 패했다면 어색할 분위기가 연출될 뻔했다. 하지만 경기도 2차 연장전 끝에 센다이가 이기면서 분위기가 고조됐다. 그 중심에 양재민이 있었다. 이날 양재민은 감독은 뽑은 숨은 MVP에 선정됐다.
히로키 후지타 센다이 감독은 “양재민은 한국의 얼굴이자 센다이의 얼굴이다. 센다이 대표선수로 한국에 일본농구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날에 승리해서 양재민에게도 의미가 컸던 경기”라며 만족했다.
양재민은 “구단이 이런 이벤트를 해주셔서 감사하다. 일본프로농구에 여러 나라에서 온 선수들이 많지만 ‘코리안 데이’처럼 특별한 행사를 해주는 구단은 우리 뿐이다. ‘아메리칸 데이’도 없고 '필리피노 데이’도 없는데 영광이다”며 구단의 관심과 성원에 감사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