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만 아니었으면 FA 꽃길이 열렸을 것이다. 하지만 부상 리스크 속에 김하성(29)의 FA 예상 몸값도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야구운영사장 겸 단장은 여전히 김하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어 재결합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의 FA 선수들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다. 김하성은 내년 800만 달러 상호 옵션 계약이 있지만 구단과 선수 모두 동의하에 실행 가능한 조건이다. 스캇 보라스를 to 에이전트로 선임한 김하성은 옵션을 거부하고 FA 시장에 나갈 게 확실하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을 비롯해 투수 태너 스캇, 마틴 페레즈,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 엘리아스 디아즈, 내야수 도노반 솔라노, 외야수 주릭슨 프로파, 데이비드 페랄타 등 8명의 선수들이 FA로 풀린다. 디애슬레틱은 ‘8명의 선수 대부분이 올 시즌 팀에 크게 기여한 선수들로 샌디에이고는 이 중 적어도 2명은 잔류하길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하성에 대해 디애슬레틱은 ‘김하성은 지난 11일 어깨 관절와순 수술받았다. 이 수술로 인해 김하성의 복귀는 내년 전반기 어느 시점으로 미뤄지게 됐다. 어깨를 다치지 전까지 1억 달러 계약을 앞두고 있던 김하성의 FA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하지만 김하성은 800만 달러 상호 옵션을 거절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샌디에이고는 그에게 200만 달러 바이아웃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측이 새로운 계약을 맺지 못하면 샌디에이고는 유격수 자리에 수비 범위가 줄어든 32세의 잰더 보가츠를 다시 선발로 기용해야 한다’며 김하성 이탈에 따른 수비력 약화를 우려했다.
샌디에이고에서도 김하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프렐러 단장은 “김하성은 매우 재능 있는 선수다. 시즌 막판에 느꼈지만 그가 없는 게 팀에는 분명 큰 타격이었다”며 “그는 엄청난 에너지로 경기에 임한다. 지능이 뛰어난 야구 선수이기도 하다. 수비도 정말 잘한다. 모든 포지션을 볼 수 있고, 볼넷을 얻어내며 홈런을 치고 도루도 할 수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프렐러 단장은 “우리는 김하성이 정말 재능 있고, 가치 있는 선수라고 평가한다. 그를 다시 데려오고 싶다.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봐야 할 것 같다”며 재결합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김하성의 부상이 샌디에이고 입장에선 재계약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시즌 전만 해도 김하성은 1억 달러에 이르는 대형 계약이 기대됐지만 부상 리스크로 계약 규모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송구 강도가 센 유격수로서 어깨 부상은 가볍게 볼 수 없다.
디애슬레틱은 지난 25일 다가올 겨울 메이저리그 FA 상위 45명의 랭킹을 발표하며 김하성을 27위에 올렸다. 메이저리그 단장 출신 칼럼니스트 짐 보든은 주요 구단 의사 결정권자들과 대화를 바탕으로 FA 계약을 예측하며 김하성이 1년 1000만 달러에 인센티브와 수상 보너스를 더한 조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상 전 1억 달러까지 예상됐던 김하성의 몸값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보든은 ‘김하성이 부상에서 회복된 것을 보여주기 위해 1년짜리 계약을 한 뒤 17홈런 38도루를 기록한 2023년 같은 활약을 보여줘야 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보든은 김하성에게 가장 적합한 팀으로 샌디에이고를 비롯해 밀워키 브루어스, LA 다저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꼽았다. 긴축 모드에 들어간 샌디에이고가 거액 장기 계약으로 김하성을 잡을 여력은 없다. 하지만 김하성의 FA 몸값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1년 단기 계약으로 재결합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시장에서 부상 리스크를 안고 있는 김하성을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중요하다. 리스크를 감수할 구단이 있다면 다년 계약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1년 계약으로 FA 재수를 해야만 한다. 이 경우 김하성에게 익숙한 샌디에이고가 유력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프렐러 단장은 “FA를 앞둔 많은 선수들이 이곳에 있는 게 정말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 팀이 내가 뛰었던 팀 중 최고’라는 말을 5~6번 들었다. 선수들이 다시 팀에 돌아오는 데 관심이 있길 바란다. 앞으로 몇 주, 몇 달 안에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며 FA 재계약을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