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루찬스가 왔으면 좋겠다".
KIA 타이거즈 포수 김태군(34)이 믿기지 않은 공약을 실현했다. 프로데뷔 이후 정규시즌까지 통틀어 단 한 번도 만루홈런이 없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라팍(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루기회를 소원했다. 드라마처렴 만루홈런을 기록하며 4차전 승리의 주역이 됐다.
이미 1차전과 2차전에서 쐐기타를 터트리며 2연승을 이끌었다. 안정된 투수리드와 해결사 능력까지 과시했다. 그러나 대구로 이동한 3차전에서는 데니 레예스에게 세 타석 연속 삼진을 먹었다. 팀도 솔로포 4개를 맞고 2-4로 패해 2연승 이후 첫 패배를 당했다. 시리즈 흐름이 달라졌다.
4차전은 또 달랐다. 9번 포수로 났다. 2회 1사1루 첫 타석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3회 기회가 왔다. 1-0에서 소크라테스의 2타점 적시토 3-0으로 달아난 이후 만루기회가 찾아왔다. 상대투수는 송은범이었다. 송은범의 볼카운트 1-0에서 몸쪽 슬라이더가 들어오자 벼락처럼 방망이를 돌렸고 왼쪽 장외홈런으로 이어졌다.
3-0에서 7-0으로 단숨에 점수차를 벌리는 그랜드슬램이었다. 한국시리즈 통산 5번째 홈런이다. 앞서 역대 4번째 홈런은 이범호 감독이 2017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터트린 것이다. 7년만에 김태군이 기록했다. 더군다나 입단 17년째 한 번도 손맛을 느끼지 못한 만루홈런이었다.
김태군은 한국시리즈 대비 훈련 막판 공약 아닌 공약을 했다. 플레이오포 1~2차전에서 삼성이 라팍에서 홈런포 승리하면서 홈런공장 라팍구장이 화제가 됐다. "광주구장을 쓰다 반대로 라팍에 가면 치고박고 많이 한다. 라팍에서는 윤정빈 홈런인데 잠실에서는 잡히더라"며 웃었다.
이어 "나도 라팍에서 홈런 치도록 잘 준비하겠다. 올해 타격에서 여러가지 부분에서 많이 올라왔다. 특히 만루 상황이 나에게 만들어져 언제든지 걸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만루찬스가 오면 홈런을 치겠다는 각오였다. 허풍처럼 들렸던 그의 희망이 1주일만에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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