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형사들4’에서 사기 행각을 숨기기 위해 20대 연인을 죽음으로 내몬 40대 남성의 수사 과정이 공개되었다.
10월 25일 방송된 티캐스트 E채널 ‘용감한 형사들 시즌 4’(연출 이지선) 7회에서는 김태곤, 박종호 형사가 출연해 20대 중반 여성을 죽음으로 이끈 40대 남성의 수사기를 공개했다.
2011년 5월 25일 오전 9시 30분 경, “제 여동생이 연탄가스를 마신 것 같다. 지금 숨을 안쉰다 빨리 와 달라”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신고자는 친오빠였고, 여동생 집에 들렀다가 현장을 발견하고 신고한 상황이었다.
집은 원룸이었고, 문을 열자마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방 한가운데 다 타버린 번개탄 2장이 놓여있었고, 창문 틈은 노란 박스테이프가 붙어 있어, 자살 현장으로 보였다. 피해자는 침대 위에서 이미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침대 옆 바닥에 마시다 만 맥주 병들이 뒹굴고 있었다. 또, “엄마, 오빠 미안해”라고 적힌 화이트 보드와 “엄마 오빠 미안해요. 아빠랑 같이 있을게요”라는 문구가 적힌 노트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노트의 다음 장에 “협박 문자를 받았네요. 제가 무슨 죕니까”라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현장을 둘러보니 수상한 정황이 목격되었다. 화장실 안쪽 바닥에 수건 몇 개가 돌돌 말린 채로 떨어져 있어, 화장실 안쪽에서 문틈으로 들어오는 연기를 막으려던 시도로 보였다.
이에 경찰은 여성이 사망할 때 화장실에 누군가 있었다고 추측했고, 현장에서 시신 상태를 확인하자마자 강력사건으로 전환되었다. 시신에 타살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지만, 시반이 2개 발견되었다. 이로서 여성이 사망한 뒤에 시신의 자세가 한 번 바뀌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프로파일러가 "사망을 하면 심장이 멈추기 때문에, 혈액의 흐름도 멈춘다"라며 "오래되면 고착이 되는데, 고착이 되기 전에 시신이 움직이면, 고착되지 않은 혈액은 다른 곳으로 옮겨 간다. 시반이 2개라는 것은 사후 한 차례 이동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언급했다.
신고자의 오빠가 동생 집에 달려갔던 것은 동생의 남자친구 유 씨가 연락을 했기 때문이었다. 유 씨는 “동생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으니 빨리 집에 가보라”며 동생 집 비밀번호까지 알려줬다고 전했다.
유 씨와 피해자는 14살 나이 차이가 나는 연인 사이였고, 여동생이 결혼할 사람이라면서 이혼남인 유 씨를 데려온 것을 보고 가족들이 두 사람의 사이를 결사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에 경찰은 유 씨를 조사했다. 그는 처음엔 멍한 표정으로 넋이 나간 채로 있다가 “그날 여자친구랑 동반 자살을 하려고 시도를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이 차이며 양육 문제까지 극복할만큼 서로 사랑했는데,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자 죽을 결심을 했다"라며 "그래서 전날 아침부터 출근도 하지 않고 함께 술을 마셨다"라고 진술했다.
이어서 유 씨는 "전날 밤 10시쯤 술에 취한 상태로 번개탄을 피우고 여자친구는 침대에서 본인은 바닥에서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보니 여자친구가 숨을 안 쉬었다"라며 "그 순간 너무 겁이나서 도망을 쳤는데, 아침이 되자 그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아서 여자친구 오빠한테 연락을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그간 봐왔던 동반 자살 사건과 다른 현장 때문에 '위계에 의한 죽음'일 것이라 추측했다. 보통 연인 관계에서 동반자살을 하는 경우 마지막 순간에 공포를 이겨내려고 서로 끌어안고 있거나 손이라도 맞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찰은 시반이 2개 나왔다는 것으로 죽음을 확인하고 방치한 것으로 봤고, 무엇보다 이 여성이 스스로 선택한 결정이었는지, 남성이 죽음을 유도한 것인지 확인하려 했다. 남자친구가 여성이 그간 믿고 따르던 사람이라, 죽음을 종용했을 수도 있다고 본 것이었다.
만약 남자친구의 계획하에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이라면, 여자친구가 영원히 사라져야 할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유서에 적혀있었던 ‘협박 문자’의 내용을 토대로 사망자의 휴대폰을 확인해보았다. “자꾸 그렇게 나오면 내가 그 놈 고소한다”라는 내용의 문자가 와 있었다.
발신자의 명의를 확인해보니 40대 여성으로, 두 사람이 다니던 회사의 고객이었다. 두 사람이 다니던 회사는 상가분양 대행사였고, 유 씨는 회사의 본부장이었다. 본부장이 고객을 상태로 분양권 선점 조건을 내세우면서 500만원의 계약금을 받아갔는데, 원하던 자리에 계약을 해주지도, 돈을 돌려주지도 않았던 것이었다.
남성이 돈을 입금하라고 했던 계좌는 피해자의 통장이었다. 고객은 회사 경리 계좌라는 말에 의심없이 돈을 보냈지만, 두 사람이 연인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고, “당신 통장으로 들어간 계약금을 남자친구에게 줬다는 진술서 하나만 써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피해자가 자길 협박하는 거냐며 되레 남자를 감싸서, 여자친구에게 고소하겠다는 문자까지 보낸 것이었다.
피해자는 한 명이 아니었다. 이미 같은 수법으로 2천만 원 상당의 돈을 편취했고, 대부분 여친 통장으로 돈을 입금시켰다. 경찰은 여자친구가 사라지게 해서 범행을 뒤집어 씌우려는 것으로 보였다.
경찰은 유 씨에게 "니가 빼돌린 그 돈, 고작 2천만원 때문에 사랑하는 여자까지 버린거냐. 여자친구만 없어지면, 없던 일로 될 줄알았냐"라고 밀어 붙였고, 결국 유 씨는 범행을 인정했다.
그는 "여자친구만 사라지면, 자신이 돈을 메꿔놓아야 할 이유도 없고, 모든 게 다 정리될 거라 생각했다"라고 자백했다. 그래서 계속 상황을 비관하며 함께 죽자고 부추겼고, 결국 여자친구도 동의했다고 진술했다. /chaeyoon1@osen.co.kr
[사진] ‘용감한 형사들4’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