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주전 3루수 송성문은 어떻게 생애 첫 국가대표팀에 승선해 선수단을 이끄는 주장까지 맡게 됐을까.
류중일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대표팀 첫 훈련에서 취재진과 만나 “프리미어12 선수단을 이끌 주장으로 송성문을 낙점했다”라고 발표했다.
류 감독은 “원래는 구자욱 선수가 하려고 했는데 부상 때문에 합류가 불투명하다. 고민 끝 송성문을 낙점했다”라고 밝혔다.
프리미어12 류중일호는 세대교체를 외치며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마찬가지로 어린 선수들 위주의 예비 엔트리를 발표했다. 1990년생 박동원이 최선참이며, 김도영, 곽도규, 최지민, 곽빈, 김택연, 최승용, 김영웅, 김서현 등 20대 초반 신예들이 대거 포함됐다.
류 감독의 말대로 당초 주장감으로 삼성 라이온즈의 캡틴 구자욱이 거론됐지만,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도중 무릎 부상을 당해 한국시리즈에서 벤치 대기하고 있다. 일본 이지마 치료원까지 다녀온 구자욱은 대타 기용도 어려울 정도로 무릎 상태가 좋지 않다. 이에 키움 히어로즈의 젊은 주장인 1996년생 송성문이 대표팀 캡틴 중책을 맡았다.
고척에서 만난 캡틴 송성문은 “선수들과 미팅 전에 류지현 수석코치님이 부르셔서 갔더니 류중일 감독님이 내가 소속팀에서 주장을 했으니 대표팀 주장을 맡아주길 원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장직을 수락하면서 열심히 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라고 주장 선임 뒷이야기를 전했다.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특별히 전한 메시지가 있냐는 질문에는 “딱히 말한 건 없다”라며 “워낙 좋은 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라서 내가 어떤 말을 하기보다 팀원들끼리 친해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0개 구단 선수들이 한 팀에 모였기에 빨리 친해져야 케미가 야구장에서 나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송성문은 장충고를 나와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넥센 2차 5라운드 49순위로 뽑힌 10년차 내야수로, 올 시즌 골든글러브급 활약을 선보였다. 142경기 타율 3할4푼 179안타 19홈런 104타점 21도루 88득점 맹타를 휘두르며 타격, 안타 5위, 출루율 7위(.409), 장타율 9위(.518), 타점 11위에 올랐다. 최연소 30홈런-30도루의 김도영(KIA 타이거즈)이 없었다면 올해 리그 최고 3루수는 그의 차지였다. 그리고 이에 힘입어 생애 처음으로 가슴에 태극마크를 새겼다.
송성문은 “국대 유니폼을 처음 입어봤다. 기분이 좋아서 거울셀카를 찍은 뒤 아내에게 보내줬다”라고 웃으며 “이 자리에 이렇게 있다는 게 너무 소중하고 감사하다. 여기에 주장까지 맡게 됐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를 대표해 나가는 거라 책임감이 확실히 크다”라고 첫 대표팀 승선 소감을 전했다.
송성문은 공교롭게도 전임자이자 팀 동료인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의 뒤를 이어 대표팀 캡틴 완장을 차게 됐다. 김혜성과 연락을 나눴냐고 묻자 “(김)혜성이가 지금 훈련소에 가 있어서 딱히 연락이 안 되는데 예비 엔트리 35인에 들어서 축하하고, 꼭 최종 엔트리에 들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줬다”라고 답했다.
송성문은 김도영, 김영웅(삼성 라이온즈)과 함께 3루수 자리를 두고 경쟁이 예상되지만, 1루수, 2루수도 소화가 가능해 내야 유틸리티맨 역할을 부여받을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송성문은 훈련 첫날 3루수가 아닌 2루수 위치에서 펑고를 받았다.
송성문은 “올해 2루수로도 조금 나왔고, 1루수도 많이 해봤다. 시켜주시는 포지션에 따라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준비할 생각이다”라며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다. 이렇게 35인에 든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이제 남은 기간 후회 없이 훈련하는 게 목표다”라고 최종 엔트리에 승선해 대만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그날을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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