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와 호날두는 쓰러지지 않는 두 거목… 그들에게 ‘사라진다’는 없다[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24.10.24 16: 52

 “노병(老兵)은 죽지 않는다. 사라질 뿐이다.”
제1차 세계대전 때 영국 군인들이 부르던 군가의 한 구절이다. 1951년 4월, 태평양전쟁과 한국전쟁의 영웅인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가 군을 떠나며 미국 상하 양원 합동 회의에서 밝힌 고별사에 인용하며 널리 회자했다. 연합군 최고 사령관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노영웅으로서 자신의 의무를 다하려고 애쓴 뒤 52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물러나는 심경이 그대로 배어남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사라진다는 말조차 잊은 듯싶다. 끝없이 샘솟는 노익장의 열정이다.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전념하는 마음과 자세뿐만이 아니다. 한결같이 축구 천하를 호령할 만한 절정의 솜씨를 뽐낸다. 과연 ‘신계의 사나이’라 불릴 만한 리오넬 메시(37·인터 마이애미 CF)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알나슬리)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뿐이랴. 실로, ‘기록의 향연’도 무척 볼 만하다. 잊힐 만하면 대두하는 새로운 기록 수립이다. 단순하지도 않다. 내로라하는 월드 스타들도 쉽게 범접하지 못할 대기록을 쏟아 낸다. 그것도 끊임없이 말이다.
2024년 10월, 메시와 호날두는 역시 변함없는 ‘기록 제조기’다운 모습을 보였다. 전 세계 축구계를 향해 “나는 건재하다”라고 외치듯 또 하나의 대기록을 세웠다. 팬은 물론 전문가조차도 혀를 내두를 만한, 돋보이는 기록을 작성했다. 메시는 자신의 여섯 번째 ‘백 투 백(BACK-TO-BACK)’ 해트트릭(3⁺골)을 터뜨렸다. 호날두는 30세 이후 세계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메시, 여섯 번째 백 투 백 해트트릭… 호날두, 30세 이후 최다 득점 세계 신기록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0월에 열린 2024-2025 사우디아라비아 프로페셔널리그(SPL)와 UEFA[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UNL)에서, 호날두는 그라운드가 좁다하고 뛰놀고 있다. SPL 알오로바전(5일·이하 현지 일자·3-0 승)과 알샤바브전(18일·2-1 승), 그리고 포르투갈 국가대표로 나선 UNL 폴란드전(12일·3-1 승)에서 각각 1골씩을 뽑아냈다. 9월까지 외연을 확대할 때, SPL에선 알이티파크전(20일·3-0 승)부터 4경기 연속 득점의 호조다.
이 가운데에서, 알오로바전은 기념비적 한판이었다. 호날두는 전반 17분 선제 결승포를 작렬하며 세계 축구 기록사에 남을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먼저 600경기에서 득점포를 터뜨리는 신기원을 이뤘다. 그리고 나아가 또 하나의 새 지평을 열었다. 442골! 30세 이후 세계 최다 득점 신기록의 가치를 지닌 골 수다.
17년 만에 나온 새로운 최고 기록이다. 역사상 최고 공격수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히는 호마리우(58·브라질)가 2007년에 세운 종전 기록을 마침내 깼다. 1966년생인 호마리우는 30세 이후(1996~2007년) 441골을 수확한 바 있다. 지난 5일 새 지경을 개척한 호날두는 그 기세를 몰아 24일 현재 세 걸음을 더 나아가 444골을 기록하고 있다(표 참조).
1985년생인 호날두는 2015년부터 9년간 나이를 잊고 상대 골문을 맹폭했다.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알나스르 등 활동 무대를 옮겨 다니며 내셔널 리그(라리가→ 세리에 A→ 프리미어리그→ SPL)에서 가장 많은 골(261)을 수확했다. A매치에서도 81골을 잡아냈다.
10월, 메시는 호날두를 능가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UMLS) 콜럼버스 크루전(3일·3-2 승) 2골과 뉴잉글랜드 레벌루션(19일·6-2 승) 3골, 2026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남미 예선 볼리비아전(15일·6-0 승) 3골 등 8골을 휘몰아쳤다.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엄청난 골폭발이었다.
단순한 느낌만이 아니었다. 연상 작용을 뛰어넘는, 객관적 수치가 입증하는 용틀임이었다. 이 가운데 뉴잉글랜드전과 볼리비아전에선, 보기 드문 값진 기록을 수립했다. 2경기 연속 해트트릭, 야구 표현을 빌린다면 백 투 백 해트트릭을 터뜨렸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특히, 뉴잉글랜드전은 상상 이상이었다. 교체로 투입돼 불과 33분 동안 뛰면서 마지막 세 골을 뽑아 대역전승의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6월 10일 CONMEBOL[남미축구연맹] 코파 아메리카 파나마전(5-0 승)에서, 첫걸음을 뗀 데 이어 두 번째 내디딘 교체 선수 해트트릭이다. 또한, 교체 출전해 2골 이상을 넣은 13번째 경기기도 하다.
이처럼 단순한 1회성이 아니다. 자신의 생애에서 여섯 번째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이다. 한 번이라도 작성하고 싶다는 야망을 부풀려도 웬만해선 실현하기 힘든 기록을 6회씩이나 작성했으니, 두말할 나위 없이 메시는 메시다(표 참조).
메시는 거의 10년 만에 백투백 해트트릭 지경을 다시 밟았다. 스페인 라리가의 명가인 바르셀로나에 둥지를 틀었던 시절인 2014년에 마지막으로 이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라리가 세비야전(5-1 승)과 UEFA 챔피언스리그(UCL) 아포엘전(4-0 승)에서 각각 3골씩을 터뜨린 기억이 마지막이었다.
첫 장은 13년 전에 열었다. 2011년, 라리가 RCD 마요르카전(5-0 승)과 UCL 빅토리아 플젠전(4-0 승)에서 잇달아 해트트릭의 맹위를 떨친 바 있다.
표에서 알 수 있듯, IFFHS[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는 해트트릭을 넓게 해석하고 메시의 기록을 집계했다. 곧, 크리켓에서 유래한 어원을 떠나 3골 이상을 해트트릭으로 간주했다. 메시가 기록한 2경기 연속 해트트릭 가운데엔, 5골(레포케르)과 4골(포케르)을 넣은 경기가 각각 한 번씩 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메시와 호날두는 불혹(不惑: 40세)을 바라보며 중원에서 변방으로 둥지를 옮겼다.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각축전이 펼쳐지는 유럽 5대 리그에선 어느 정도 한계를 보이며 내쫓기듯이 활동 무대를 옮겼다고 봐야 할 듯하다. 그러나 노장은 여전히 건재를 뽐낸다. 비록 늙은 호랑이라고 할지언정 - 아니 회춘한 호랑이일지 모르지만 - 여우와 토끼 앞에서 한결같이 뛰어난 골사냥 솜씨를 뽐내는 메시와 호날두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