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분데스리가 강호'가 아니라, 상대 팀들의 '공격 타깃'으로 전락한 모습이다." 이번 시즌 도르트문트의 경기력을 지켜본 도르트문트 지역지 '루어 나흐리히텐'의 평가다.
독일 '루어 나흐리히텐'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지난 몇 주 동안 상대팀들의 '공격 타깃'이 된 모습이었다"라며 2024-2025시즌 최악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는 도르트문트와 누리 샤힌 신임 감독을 집중 조명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23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에스타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리그 페이즈 3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맞붙었으나, 2-5로 역전패를 당했다.
도르트문트는 승점 추가에 실패하면서 승점 6점(2승 1패 득실 +6)으로 5위에 머물렀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승점 3점을 추가해 6점(득실 +4)을 기록하며 9위로 올라섰다.
도르트문트는 4-2-3-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나섰다. 최전방에는 세루 기라시가 자리했고 제이미 바이노 기튼스-율리안 브란트-도니얼 말런이 공격 2선을 구축했다. 중원은 펠릭스 은메차-마르셀 자비처가 책임졌으며, 수비 라인은 라미 벤세바이니-니코 슐로터벡-니클라스 쥘레-율리안 리에르손이 구성했다. 골키퍼는 그레고어 코벨이 맡았다.
도르트문트는 전반전에 말런과 바이노 기튼스의 연속 골로 2-0으로 앞서며 강력한 기세를 보였다. 그러나 후반 10분, 샤힌 감독은 기튼스를 빼고 수비 강화를 위해 발데마어 안톤을 투입하는 교체를 단행했다. 이 결정은 레알 마드리드의 반격을 촉발시켰고, 이후 샤힌 감독의 교체 실수들이 겹치며 도르트문트는 비니시우스의 해트트릭 등으로 2-5 대패를 당했다.
이번 시즌 도르트문트는 변화가 크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오르면서 팬들을 설레게 했던 도르트문트는 2023-2024시즌 종료 후 마르코 로이스, 마츠 훔멜스라는 큰 기둥을 떠나 보냈고 에딘 테르지치 감독 대신 '초보 감독' 누리 샤힌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현재까지 도르트문트의 선택은 잘못된 것처럼 보인다. 세루 기라시, 막시밀리안 바이어, 발데마어 안톤, 파스칼 그로스 등을 영입하며 알찬 이적시장을 보냈으나 경기력은 형편없다.
특히 수비에서 문제가 크다. 도르트문트는 리그 7경기에서 12실점을 기록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한 수 아래의 팀들을 상대로 선전했으나 레알 마드리드를 만나자 형편없이 무너졌다.
이에 루어 나흐리히텐은 "도르트문트 선수들 사이에 경고음이 울린다. 지난 6경기에서 무려 16실점을 기록해 좌절감이 눈에 띄게 커졌다. 골키퍼 그레고어 코벨은 '우린 수비를 더 잘해야 한다. 실점이 너무 많다'라고 호소했다"라고 전했다.
매체는 "도르트문트의 수비가 구멍난 체인처럼 허술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사실 샤힌 감독이 수비 라인을 전혀 안정시키지 못하고 있다. 도르트문트는 '분데스리가 강호'가 아니라, 상대 팀들의 '공격 타깃'으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경기 샤힌 감독은 나름대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2-0 리드를 잡자 경기 시간 30분을 넘게 남겨둔 상황에서 윙포워드를 벤치로 내리고 센터백 안톤을 투입했다. 포백에서 파이브백으로 전환한 도르트문트는, 레알 마드리드에 사정없이 물어뜯겼다.
잘못된 판단은 반복됐다.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해 '발롱도르 후보' 비니시우스를 훌륭히 막아냈던 리에르손을 빼고 '주장' 엠레 잔을 그 자리에 투입했다. 전문 수비수도 아닐뿐더러 도르트문트 팬들 사이에선 '시한폭탄' 취급을 받는 잔이다.
수비는 정돈되지 못했고 레알 마드리드 공격진이 흔드는대로 마구 흔들렸다. 도르트문트의 수문장 그레고어 코벨은 지난 시즌 마누엘 노이어를 제치고 분데스리가 최고 골키퍼로 선정됐던 '월드 클래스 키퍼'였지만, 사정없이 흔들리는 수비수들을 앞에 두고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보도에 따르면 코벨은 이번 경기 직후 크나 큰 좌절감을 토로했다. 그는 "엄청난 기분이다. 우린 올바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팀을 상대로 어느 정도 기회를 허용하는 것은 예상해야 하지만, 이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드필더 펠릭스 은메차 역시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팀으로서 더 잘해야 한다. 빠르게 수정해야 한다"라며 수비의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당장 흔들리는 수비라인보다도 더 큰 문제는 샤힌 감독의 자세일 것이다. 샤힌 감독은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날선 질문을 많이 받았다. 교체로 인한 패배다보니 감독의 실수를 지적하는 질문이었다.
이에 샤힌 감독은 "잘 풀리지 않았지만, 시스템이나 교체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통제력을 잃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라며 교체, 전술엔 문제가 없었고 선수들의 집중력 문제였다고 답했다.
루어 나흐리히텐은 "레알 마드리드가 두 차례 도르트문트의 골대를 때렸을 때, 경고등은 켜진 것이다. 샤힌 감독은 이 미묘한 징후를 알아차렸다고 이야기했지만, 도르트문트는 후반 45분 동안 '산산조각' 났다"라고 짚었다.
실제로 경기 종료 후 도르트문트의 소셜 미디어 댓글창은 샤힌 감독을 향한 비난으로 가득찼다. 샤힌 감독이 바이노-기튼스와 안톤을 교체한 뒤 경기가 급격히 뒤집힌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안정적이었던 포백 수비에서 섣불리 파이브백으로 전환한 것은 명백한 감독의 실수다.
루어 나흐리히텐은 "교체 자체가 잘못된 선택"이라며 "감독의 발상은 전반전 잘 작동하던 포백을 무너뜨리고 안톤을 투입하며 니클라스 쥘레와 슐로터벡을 한 자리씩 이동시켰다. 도르트문트는 새로운 포메이션에 적응하기도 전에 실점했고 그들을 돋보이게 했던 수비 안정감은 경기가 끝날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시즌 초반, 도르트문트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샤힌을 신뢰하면서 그의 발전을 지켜볼지, 아니면 과감한 결정을 통해 변화를 추구할지.
확실한 점은, 샤힌 감독이 빠른 시일 내 문제점을 수정,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지난 몇 시즌 동안 반복되던 '잦은 감독 교체'가 이번 시즌에도 화두에 오를 것이라는 점이다. /reccos23@osen.co.kr